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과학을 읽다]'이름없는 단층'의 공포감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지진에 대한 종합 대책 서둘러야

▲이미선 지진화산감시센터장이 15일 오후 4시30분 서울 동작구 대방동 기상청에서 열린 '포항지진 관련 긴급브리핑'에서 포항지진의 분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문호남 기자]

▲이미선 지진화산감시센터장이 15일 오후 4시30분 서울 동작구 대방동 기상청에서 열린 '포항지진 관련 긴급브리핑'에서 포항지진의 분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문호남 기자]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존재가 보고된 적이 없는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자연)이 16일 내놓은 포항 진앙지는 '이름 없는 단층'이었습니다. 지진과 관련돼 중요한 두 기관의 손발이 맞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포항에서 리히터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뒤 기상청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양산단층의 잔가지인 장사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진앙지로 '장사단층'을 꼽았습니다.
하루 지난 16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자연)은 다른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지자연은 "15일 오후 2시 29분쯤 발생한 포항지진은 진앙 분포 분석 결과 기존 지표면상에 존재가 보고된 적이 없는 북북동 방향의 단층대를 따라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앙지가 '이름 없는 단층'이라는 것입니다. 지진 발생지역을 두고 두 기관의 분석이 갈렸습니다.

지진에 대한 중심기관의 설명이 서로 다르다 보니 원인 분석은 물론 앞으로 전망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확한 원인 분석이 이어져도 모자랄 판에 서로 다른 설명에 국민들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더 강한 지진이 오는 것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 종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지난해 경주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자연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지진 정보를 공개했었습니다. 기상청이 문제 제기를 하면서 북한 6차 핵실험부터 공식 브리핑 창구는 기상청으로 통일됐습니다. 이후 북한 핵실험 등 인공지진과 자연지진이 일어나도 지자연은 긴급브리핑을 갖지 않습니다. 지진·지진해일·화산의 관측 및 경보에 관한 법률(지진관측법) 상 지진에 대한 공식 발표는 기상청장이 하도록 돼 있기 때문입니다. 지자연은 관련 자료를 기상청에 제공하는 역할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 같은 불협화음이 이후 우리나라 단층지도 작성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옵니다. 2012년 지자연의 연구원이 양산단층은 '활성단층'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작성했음에도 정부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활성이냐, 아니냐'를 두고 학계 의견이 엇갈린다는 이유를 대면서 사장되다시피 했습니다.

당시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은 것은 여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고 단정되면 인근에 있는 방폐장과 원전 등에 대한 정밀검사는 물론 이전까지 염두에 둬야 했습니다. 또 내진설계 변경에 따른 새로운 기준이 마련돼야 하는 곳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이 때문에 공개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2016년 국정감사에서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2012년 보고서가 내진 설계 정량계수를 담고 있어 그 파급력으로 공개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즉 내신 설계 정량계수가 바뀌면 기존의 건물은 물론 신축 건물에까지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라는 해석입니다.

2016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비공개 결정한 보고서는 내진 설계에 적용되는 정량적인 수치 생산 등 중요한 목표를 가진 연구였는데 덮어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올해 지자연은 경주지역을 중심으로 양산단층 연구에 나섰습니다. 2019년까지 총 75억 원이 투입됩니다. 지자연 측은 "어느 지역이 활성단층인지를 분석하고 진단해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며 "경주지역을 시작으로 2040년까지 전국 단층지도를 완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상청과 원활한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지자연 측은 "정기 회의를 통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습니다. 지자연의 분석에서 포항 지진이 '이름 없는 단층'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보기에 따라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진이 일어날 단층이 많이 존재하는데 아직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정부 기관의 불협화음, 2012년 학계의 비생산적 '활성단층' 논란 등이 재현되면 2040년 단층지도 작성도 요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 지진전문가는 "확인되지 않은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했고 이 같은 단층이 얼마나 많은지 아직 알지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손발이 맞지 않는 정부기관, 학계의 비생산적 활성단층 논란, 정부의 관련 보고서 입막음 등이 앞으로 단층지도를 완성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