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블록체인 디지털실명제…사회구조 바꿀 것"

오세현 블록체인사업개발유닛장
"투표·댓글 등 신뢰성 투명성 보장"
블록체인 기반 거래 플랫폼 비전 밝혀

"블록체인은 사회 전반의 거래 구조를 변화시키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비트코인은 그중 일부에 불과하다."

오세현 SK텔레콤 블록체인사업개발유닛장은 24일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열린 'New ICT 포럼'에서 "SK텔레콤은 블록체인을 통해 변화하는 세상에 적합하게 서비스 구조를 바꿔나갈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말 SK텔레콤이 새로 조직한 '블록체인사업개발유닛'의 수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이 자리에서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블록체인 거래 플랫폼'을 사업 비전으로 제시했다. 오 유닛장이 주목한 블록체인의 대표적 가능성은 '디지털 실명제'다. 블록체인은 특유의 분산원장 시스템으로 투명성과 신뢰성을 보장한다. 정보가 한 곳에 저장되지 않고 수많은 참여자와 공유된다. 악의적인 조작을 가하려 해도 불가능하다. 예컨대 실명의 전자투표 정보를 분산원장에 기록하면 개표 조작도 막을 수 있다.

오 유닛장은 "블록체인은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지켜주면서도 실명 인증을 통해 거래나 투표ㆍ댓글 등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디지털 실명제를 도입하면 서비스 가입, 본인인증 과정 등이 간소화될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또 이를 통신사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티켓 한 장으로 교통ㆍ박물관ㆍ놀이시설 등 모든 것을 이용할 수 있는 입장권이 가능한 것처럼, 블록체인을 통한 디지털 실명제는 디지털 세상의 자유이용권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현실 인터넷 공간에선 하나의 사이트에만 가입해도 다른 사이트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단 한 번의 본인인증이 궁극적인 신뢰성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오 유닛장은 블록체인이 자산 거래 방식도 혁신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인터넷에서는 고가의 부동산ㆍ다이아몬드와 같이 전문가의 평가가 가격을 좌우하는 '원자재'를 거래하는 데 제약이 있다. 신뢰가 확실하게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거래되는 자산의 이력 확인, 거래 참여자의 본인 확인이 돼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P2P(개인 간 거래) 거래가 가능해진다. 또 중개자의 역할이 축소되고,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자사 서비스의 획기적 개편도 노리고 있다. 오 유닛장은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 마일리지 등 금융ㆍ비금융 자산과 암호화폐(가상통화) 등을 하나로 관리하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지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텔레콤은 '토큰 익스체인지 허브(Token Exchange Hub)'라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가상통화공개(ICOㆍ증시의 기업공개(IPO)와 유사)를 통해 가상통화를 발행할 때 체계적 지원을 제공해 안전하고 투명한 거래를 돕는 역할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일회적 투자자 매칭이 아닌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돕고,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사회적 기업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