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 차례 산업혁명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듯이 이번에도 그 중심에는 시대를 앞서가는 기업가 정신이 자리하고 있다. 필자에게 새로운 산업혁명시대가 구체적으로 어떤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혜안까지는 없다. 그렇지만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또 이에 걸맞은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 한번쯤 살펴보는 일은 의미 있는 작업이다. 모든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사람과 사물은 물론, 사물과 사물이 인터넷을 통해 상호 유기적으로 그리고 지능적으로 연결된다는데 있다. 그 과정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조업과 서비스업,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비자와 생산자, 심지어 인간과 로봇간 결합과 융합이 시공간을 초월해 이뤄진다.
4차 산업혁명시대 기업가들이 갖추어야 할 또 하나의 덕목은 혁신과 창의다.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슘페터가 설파했듯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경제발전의 핵심동력은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에 있다. 지금까지는 모방을 통해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하는 경우 안전한 이등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그렇게 해서는 그나마 있는 경쟁력마저도 잃게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을 보면 과연 혁신적인 기업가가 등장할 수 있는 토양이 구축돼 있는지 의문이다. 암기식 교육방식, 안전성과 편함이 직업선택의 우선 기준이 되는 세태, 이공계를 기피하는 사회적 현상, 내부거래를 통한 부와 경영권 승계,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걱정하는 중소기업들에 이르기까지 그 어디에도 4차 산업혁명시대를 꿈꾸고 준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풍토 속에서 애플이나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탄생하고 한국판 실리콘 밸리가 육성되기를 기대하기란 자못 난망한 일이다. 창의와 혁신에 기반한 기업가정신이 꽃필 수 있도록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과 의식을 바꿔나가야 한다.
우리가 지금 맞이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는 기업가들로 하여금 새로운 리더십을 시험하고 증명하는 어젠다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에 걸맞은 기업가정신 그리고 매니지먼트의 발현이 절실한 이유다.
김동수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장/석좌교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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