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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54>심근경색을 이기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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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한양대 겸임교수

김재호 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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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혈관에 생긴 문제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질병은 단연 심근경색을 포함한 심장질환과 뇌졸중을 포함한 뇌혈관질환이다. 전 세계 사망자의 31.0%, 우리나라 사망자의 19.2%가 이 질환으로 사망한다. 이 질환들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으며, 가벼운 혈관질환들이 극도로 악화되었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데, 일단 발병하면 치료하기가 매우 어렵고,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들어 심근경색으로 죽을 뻔 했다가 검진과 스텐트 시술 기술의 발전으로 더 살게 되었다며 좋아하는 사람을 가끔 만난다. 이런 사람들에게 의료기술의 발전은 감사할 일이지만, 운 좋게 막힌 곳을 뚫어 주었다고 해서 망가진 혈관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 아님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홍수 났을 때 터진 뚝 하나 임시방편으로 고친다고 만사 OK는 아니며, 언제 또 터질지 모른다.
혈관질환은 별 생각 없이 혈관에 쓰레기를 버리는 생활에서 시작된다. 고속도로와 일반 도로, 골목길, 철도, 하늘 길, 뱃길, 전기선, 송유관, 가스관, 상하수도관에 쓰레기가 잔뜩 널려있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버려진 쓰레기들은 10만km의 혈관을 돌아다니다 곳곳에서 혈관을 굳게 하는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혈전을 만들어 피의 흐름을 막으며, 혈압을 올려 혈관을 터지게 한다.

동맥의 벽이 두꺼워지고, 혈관이 굳어지며 탄력을 잃는 현상을 동맥 경화라고 한다. 콜레스테롤이나 지방 침착물, 세포 폐기물 등이 동맥 안에 쌓여 동맥경화가 발생하면 혈관이 좁아져 기관이나 조직에 흐르는 피가 줄어든다. 심장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동맥경화가 심화되면 혈관이 막혀 심근경색을 일으키고, 뇌동맥에 발생하면 혈관이 좁아져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

몸에 상처가 날 때 피 속에 들어있는 혈소판과 적혈구가 뭉치고 여기에 섬유소 단백질이 더해져 만들어지는 혈전은 피가 외부로 흐르는 것을 멈추게 하는 고마운 존재인데, 이 혈전이 혈관 안에 생기면 피의 흐름을 방해한다. 혈전이 동맥에서 생기면 중요한 기관에 피의 공급이 줄어들어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지방 침착물은 혈전 위험도 증가시킨다.
동맥경화나 혈전, 고혈압과 같은 혈관질환의 초기 증상들은 대체로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모르고, 검사를 받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고혈압은 쉽게 발견되지만, 약만 먹으면 단기간에 악화되지 않으므로 평생 약을 먹으려니 생각하기 쉽다. 이것이 혈관질환의 함정이다. 안타깝게도 이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쓰레기를 지속적으로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혈관에 쓰레기가 점점 많아져 혈관질환이 악화되면, 모든 세포에게 영양소와 산소, 호르몬을 공급해주고 세포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혈관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데, 이런 현상이 심장에서 생기면 심근경색, 뇌에서 생기면 뇌졸중이 된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의 싸움에서는 운 좋으면 응급상황에서 의료기술의 도움을 약간 받을 수 있지만, 대체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길은 명확하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힘겨운 싸움이 예정된 마지막 라운드에 이르기 전에 혈관에 쓰레기 버리는 일을 멈추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내 몸 건강과 가족의 행복을 소중히 여긴다면, 내 생각만을 고집하는 것을 양보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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