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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려다니기 바쁜 권오현…삼성, 사업은 언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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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정치권, '서열 2위' 권 부회장에 참석 요구 집중
미래전략실 해체·이 부회장 구속 후 '삼성 얼굴' 역할
업무와 무관한 행사에도 참석…삼성 조직 몰이해 탓
과도한 행사 참석에 사업 차질 우려 목소리도


불려다니기 바쁜 권오현…삼성, 사업은 언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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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내일 권오현 부회장이 국회 출석하는 것 맞나요?" "아직 조율 중입니다."
지난 7월3일 저녁까지 삼성전자측은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국회가 다음날(7월4일) 열리는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마침 이날은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출하식이 개최될 예정이었다. 2년여간 15조6000억원을 들여 건설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만큼 삼성전자로서는 매우 중요한 행사였다. 하지만 국회 일정과 겹치면서 자칫 출하식이 썰렁해질 수도 있었다.

◆관할 업무 아닌데… "서열 2위 권 부회장 와야" 요구=국회가 권 부회장을 부른 이유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다. 단말기유통법에 대해 질의를 하겠다는 것인데, 권 부회장 업무와는 거리가 먼 사안이었다. 결국 청문회에는 단말기유통법을 잘 아는 임원이 대신 참석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고, 권 부회장은 출하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권 부회장의 대외 활동이 빈번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不在)가 직접적인 이유다. 권 부회장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의 4대 그룹 회동(6월23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경제 사절단(6월27일), 일자리위원회 15대 기업 초청 정책간담회(7월18일) 등 굵직굵직한 외부 행사에 삼성을 대표해 참석했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신분이긴 하지만, 그동안 외부 활동을 자제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권 부회장의 자발적 선택도 아니다. 외부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없으니 의전서열 2위인 권 부회장이 와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해서다.

◆삼성, 부문별 독립 운영…보안도 철저=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대표, 신종균 대표 등 3명의 대표이사가 각각 DS(부품)부문, CE(소비자가전) 부문, IM(IT&모바일) 부문을 맡고 있다. 권 부회장이 책임지고 있는 DS부문은 사업부서 뿐 아니라 인사ㆍ재무 등 경영지원 조직도 분리돼 있어 사실상 독립 회사나 마찬가지로 운영되고 있다.

사내에서도 CE나 IM 부문을 셋트(SET) 부문으로 부르며 DS부문과 구분하고 있을 정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DS 부문 고객사는 시장에서 셋트 부문과 경쟁하는 기업들이기 때문에 보안의 이유로 다른 회사처럼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DS 부문 고객사 중 한 곳인 애플은 DS 부문과 IM 부문의 정보 교류를 철저히 차단하기를 원하고 있다.

권 부회장이 CE나 IM 부문에 관여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사업 전략이나 조직 기능을 이해한다면 권 부회장을 불러 삼성전자 전체 사업이나 기능을 따지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전략회의 일정 조정하기도=정부와 정치권이 권 부회장의 참석을 요구하면서 경영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당초 지난달 27~28일 전세계 200여명의 임원들이 참석하는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 계획이었으나 갑자기 일정이 하루 앞당겼다. 권 부회장이 27일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에 동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권 부회장은 글로벌 전략회의를 마치자마자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타느라 진땀을 흘렸다.

권 부회장은 재계 총수가 참석하는 자리를 채우면서 동시에 전문경영인 대상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8일 열렸던 일자리위원회 정책간담회가 대표적이다.

권 부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2008년 삼성특검 수사 당시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자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삼성 얼굴' 역할을 했던 것과 겹친다. 다만 당시 이수빈 회장은 대외 역할만 전념하고 사업을 챙기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권 부회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행사에는 의전을 따지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기업은 속앓이만 하면서 시키는대로 해야 하는 사회 분위기가 과연 정상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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