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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고용에도 저물가? 세계는 '비상식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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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변화율과 실업률 사이에 역(-)의 관계가 있음을 밝힌 뉴질랜드 출신의 영국 경제학자인 윌리엄 필립스(A.W. Phillips). 필립스 곡선은 그의 이름을 땄다.(사진 = 위키피디아)

임금변화율과 실업률 사이에 역(-)의 관계가 있음을 밝힌 뉴질랜드 출신의 영국 경제학자인 윌리엄 필립스(A.W. Phillips). 필립스 곡선은 그의 이름을 땄다.(사진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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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저물가 3대 요인 '글로벌화·저임금일자리 증가·노조약화'
필립스 곡선 붕괴 논란·경제 회복에도 금리인상 발목잡히나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세계 경제가 고용과 물가 사이의 관계를 놓고 혼돈에 빠졌다. 이른바 필립스 곡선 붕괴 논란이다. 필립스 곡선은 지난 60여년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 버팀목 역할을 해 왔다.

필립스 곡선은 경제가 좋아지고 실업률이 낮아지면 물가가 상승한다는 논리로 그동안 경제상식으로 통했다. 최근 이 상식이 사실상 와해되며 완전고용에 다다른 일부 선진국에서조차 저물가가 금리 인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7월 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4% 상승하는 데 그쳤다. 1.4%는 2015년 12월 이후 가장 작은 폭의 상승률이다.

주로 개인이 재화와 서비스에 지출한 비용을 뜻하는 근원 PCE 물가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 인상에서 매우 중요한 척도로 삼는 지표다. 이 지수 상승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개인들의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방준비제도(Fed)는 2%가량의 근원 PCE 물가 상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실업률도 낮아지는데 정작 물가상승률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선진국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초창기 필립스 곡선(영국 1913-1948)

초창기 필립스 곡선(영국 1913-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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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글로벌 공급체인 ▲저임금 일자리 증가 ▲노동조합의 협상력 약화 등 크게 세 가지를 짚는다.
우선 글로벌화로 인해 중국과 남미 등 신흥국에서 생산된 저가 물품이 선진국으로 쏟아지면서 물가 상승을 막고 있다. 값싼 물건이 지속적으로 공급되면서 소비지출이 늘어나도 물가가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대부분 저임금 일자리라서 임금 상승이 저하된다는 점도 저물가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현재 미국이나 유럽에 새로 생기는 일자리 중 상당수가 비숙련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저임금 일자리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경기 회복 과정에서 일용직 등 저임금 일자리가 주로 늘어난 것이 물가 상승 폭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선진국 노조의 협상력이 갈수록 약화되는 것도 문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6월 연차보고서를 통해 지난 40년간 세계 노동자의 노조 조직률이 반 토막 나면서 경기 회복기에도 임금이 크게 오르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저물가는 기준금리 인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도 라엘 브레이너드 Fed 이사의 최근 발언을 인용해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실물경제 상황이 완전고용에 근접한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Fed의 목표 수준을 5년 연속 하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목표수준에 근접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Fed가 추가적인 긴축정책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의 고민도 깊어졌다. 당장 기준금리 인상 압박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인상 시점에 대한 변수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가계부채와 북한 문제 등이 겹치면서 인상 시점이 더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금리 인상에 대한 Fed의 입장 변화가 나타나면서 원래 내년 1분기로 예측했던 한은의 금리 인상 시점을 2분기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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