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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우리 동네 자랑거리 용문산 산나물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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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 향기롭고 연하긴 용문이 그만인데
그것으로 손님 대접하면 후의(厚意) 있음을 알리라
방장(方丈)의 고량진미를 어찌 부러워하리오
한 바구니 속에 부귀영화도 저버리라 하였다.‘
조선중기의 문인인 김안국은 용문산의 나물을 받고 나서 사례로 쓴 시이다.

산나물의 맛을 시로 읊으니 이보다 멋지고 큰 찬사가 있을까?
시를 읊게 만드는 용문의 나물이 지금 한참 축제 중이다. 우리나라 어느 곳이나 봄이 되면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지만 우리 동네 양평은 봄이면 산나물 축제로 바쁘다. 양평은 강원도에서 발원한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지역으로 옛날에는 물길을 이용한 교통의 중심지로 강원도에서 수도 한양으로 가는 물품들은 양평나루를 거쳐야 했고 그렇게 오가는 물품들과 함께 장이 서고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지금은 그 물길들을 따라 길이 생기고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전철까지 생겨 더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양평은 산이 깊고 물이 맑아 산나물이 자리기에 좋은데 은행나무로 더 유명한 용문산에서 나는 산나물은 1656년 유형원이 편찬한 전국 지리서인 <동국여지지>에 ‘임금님 진상품으로 용문산 나물이 최고’라는 내용을 남겨져있다. 용문산은 산세가 웅장하고 골짜기가 깊어 나물이 많다.
참취는 가장 흔하게 먹는 산나물로 나물, 전, 장아찌로 만들어 먹고 데쳐서 말려 두었다가 겨울철에 묵은 나물로도 맛볼 수 있다. 곰취는 ‘깊은 산속 곰이 먹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나물보다는 장아찌로 만들어 먹거나 쌈으로 싸서 먹으면 제 맛이다. 두릅, 엄나무순, 오가피순은 어린순일 때에는 비슷해 구분하기 어렵지만 그 맛을 보면 향이나 맛에서 분명 차이를 느끼게 된다. 다래순, 산뽕잎순은 다래와 오디열매의 순으로 마트에서도 보기 힘든 산나물로 어린순일 때 데쳐서 나물로 먹으면 은은한 향기가 느껴진다. 산마늘, 명이나물은 장아찌로 이미 그 유명세를 떨치고 있어 간장에 절여 두었다가 일 년 내내 맛볼 수 있다. 생고사리도 지금 한참이라 소금물에 데쳐서 냉동 보관하거나 건조해 둔다. 5월 모내기를 할 때 누리대나물을 놓지 않은 집의 밥상은 부족한 밥상으로 소화제 역할을 한다는 누리대나물은 처음 본다. 모양새가 우산처럼 생겨 붙여진 우산나물도 있고 비슷한 모양새로 지나치기 쉽지만 처음 만나는 산미나리도 볼 수 있다. 물론 용문산 산나물 축제이지만 옆 동네 강원도에서 원정을 온 산나물들도 많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산나물은 가난한 밥상을 채워주었던 고마운 먹을거리였고 지금은 건강에 도움을 주고 미식 여행의 중심이 되는 특별한 먹을거리가 되었다. 봄날의 산나물 축제는 끝나도 봄볕과 봄바람에 잘 말려서 일 년 내내 맛있는 산나물을 맛볼 수 있다. 근사한 포장지에 반듯 반듯하게 담겨 있지는 않지만 넉넉한 저울 인심이 있어 재미있는 곳, 5월에는 용문산 산나물 축제로 산나물 구경하러 가보자!

글=요리연구가 이미경(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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