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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태생부터가 외식요리였던 '설렁탕과 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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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어머니는 겨울이면 들통에 사골과 잡뼈를 넣어 푹 고아 국을 끓인다. 무엇을 넣었든 우리 집에서는 ‘곰국’이라고 부르며 이 곰국은 ‘보양식’의 상징으로 겨울철 아버지 밥상에 늘 올랐고 첫 번째 끓인 국물보다는 두 번째, 세 번째 끓인 국물이 더 뽀얗게 끓여지면서 송송 썬 대파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해서 드셨다. 뽀얀 국물이 흐려지기 시작하면 그 영양가가 다 해졌다고 생각해 그 국물은 만둣국, 미역국으로 다시 탄생되어 우리 밥상에 올랐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뜨거운 국물 먹기를 좋아하는 한국인이라면 설렁탕, 곰탕, 도가니탕, 사골국 등 어떤 형태로든 겨울에는 한 번쯤 맛보았을 것이다.
우리 집에서는 모두를 곰국이라고 하지만 서울 음식으로 알려진 설렁탕과 나주에서 유명하다는 곰탕은 차이가 있다.
설렁탕은 쇠머리, 사골, 도가니를 비롯해 뼈, 사태고기, 양지머리, 내장 등을 넣고 10시간 이상을 푹 끓인 음식으로 뼈에서 우러나온 콜로이드(colloid)가 녹아 있어 우유 빛깔을 띠게 된다.

곰탕은 사태나 양지머리 등과 소의 내장 중에서도 기름진 곱창, 양, 곤자소니 등을 많이 넣고 끓인다. 설렁탕은 뼈가 주재료로 끓여진 뼈 국물 음식이고 곰탕은 고기가 주재료로 끓여진 고기 국물 음식이다. 곰탕의 ‘곰’은 고기나 생선을 천천히 푹 삶는다는 뜻의 ‘고다’에서 유래하고 국이라는 글자가 붙여져 곰국, 또는 곰탕이 되었다.

설렁탕이나 곰탕의 유래를 누구도 명확하게 정리할 수 없는 것처럼 들어가는 쇠고기의 부위도 명확하게 지금은 나눌 수 없지만 버려질 뻔 했던 쇠고기의 다양한 부위를 잘 활용해 보양식으로 만들어진 것은 공통점이다.
또 한 가지의 공통점은 설렁탕이나 곰탕은 원래부터 외식으로 맛보았던 음식으로 집에서 만든 것보다 전문점에서 끓인 것이 더 맛있다는 것이다. 적은 양을 끓여서는 제맛이 안 나고 구색 맞추어 고기를 구하기도 어려우니 오랜 시간 푹 고아내는 그 맛은 전문점에서 뜨거운 뚝배기로 만날 때 제 맛이 나는 것 같다.

봄이 온다는 입춘(立春)이 지났지만 아직은 추운 겨울이 더 가까이 느껴진다. 설렁탕이든 곰탕이든 뜨거운 국물에 뜨거운 밥 한 그릇 말아 장국밥으로 남은 추위를 이겨본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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