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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홍합

최종수정 2017.12.27 08:30 기사입력 2017.12.27 08:30

푸짐하고 넉넉해야 홍합이지

홍합

어느 해 겨울, 영국으로 출장을 갔다가 일행과 함께 식사를 하러 한 레스토랑에 갔다. 모두들 스테이크를 주문하는데 혼자 홍합요리를 주문했다. 쌀쌀한 날씨에 우리나라 홍합탕이 떠오르기도 했고, 우리와 식문화가 다른 유럽에서는 홍합을 어떻게 요리해 먹는지 궁금했다. 스테이크와 같은 메인 메뉴이고 가격대도 비슷하니 더 기대하는 바가 컸다. 일행들의 스테이크가 나오고 기대에 찬 나의 메인요리 홍합이 테이블 위로 올라왔을 때,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올리브오일, 마늘과 섞여 단정하게 볶아진 홍합이 한 그릇 담겨 있었다. 무엇인가 더 나올 것을 기대해 보았지만 나의 홍합요리는 그것으로 끝이 났고 일행들은 우아하게 나이프로 스테이크를 썰고 있는 동안 나는 바쁘게 홍합살을 발라내야 했다. 홍합 껍데기가 수북하게 쌓일수록 허기졌던 기억이 난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면 우리나라에서는 서민들의 대표 음식으로 홍합을 찾는다. 포장마차에서 뽀얀 국물의 홍합탕이 서비스 메뉴로 등장하기도 하고 짬뽕 위에는 면이 보이지 않을 만큼 수북하게 오르기도 한다. 양념장을 넣어 쓱쓱 비벼 먹는 홍합밥은 특별한 밥이 되고, 참기름에 달달 볶은 홍합에 쌀을 넣어 끓인 죽은 바다향이 가득한 홍합죽이 된다. 미역국에도 홍합을 넣어 끓이면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고, 간장 물에 조린 홍합초는 짭짤한 밥반찬이 된다. 부산이나 경상도 지역에서는 제삿날에 홍합이 필수 재료로 자연산으로는 산적을 만들고 말린 것으로는 탕을 끓여 준비한다.

 

홍합은 또한 ‘각재’, ‘해폐’, ‘동해부인’, ‘합자’, ‘섭’, ‘담채’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역마다 먹는 방법은 다르지만 감칠맛과 향긋한 바다 냄새 풍기며 푸짐함을 떠올리게 하는 겨울 대표 제철 재료임은 같다고 볼 수 있다. 홍합은 숙취해소에 좋은 타우린 성분과 고지혈증 등 성인병에 좋은 불포화지방이 함유되어 있어 연말 모임이 많은 12월에 안성맞춤이다. 영국에서의 단촐했던 홍합 요리는 잊고 국, 밥, 면, 반찬으로 푸짐하고 다양하게 홍합요리를 즐겨본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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