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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차이다륵과 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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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없는 대화는 달 없는 밤 하늘과 같다’

차이주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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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하나둘씩 떨어지면서 더욱 깊어지는 가을을 느낀다. 가을이면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멋진 단풍 구경으로 바쁜 시간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떨어지는 낙엽들을 보면서 분위기있게 차라도 한잔 마셔야 가을에 대한 예의를 다하는 것 같다.
‘떡본김에 제사를 지낸다’고 오래전 터키로 여행을 다녀오면서 사온 터키인들의 차도구를 꺼내어 한껏 분위기를 잡아본다.

터키인, 튜르크(turk)들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전기포트에 물을 끓이면서 가스레인지에 차이 주전자를 올려놓고 하루를 시작한다. 터키의 이스탄불로 여행을 갔을 때 어딜 가든 앉기만 하면 차이를 내놓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또 우리나라 카페에는 여성들이 주를 이루지만 터키의 다방에는 동네 아저씨들이 차이를 마시면서 수다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 같지만 무슬림 문화에서 여성과 남성이 한 공간에서 차를 마시는 일은 전통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겨울에는 해가 일찍 지니 저녁식사도 일찍 먹은 동네 아저씨들은 다방으로 출근을 해서 차이를 마시면서 게임을 하며 놀다가 집으로 퇴근을 하기도 한다.
‘차가 없는 대화는 달 없는 밤 하늘과 같다’ 터키의 옛 속담이다. 차가 얼마나 일상적인지 보여주는 속담이고 ‘시도 때도 없이’라는 말은 터키인들의 차 마시는 일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터키인들이 집에서 사용하는 찻주전자는 윗주전자와 아래 주전자 두 개를 사용하는 독특한 모양이다. 밑에 있는 주전자는 물을 끓이는 역할, 위쪽 주전자는 찻잎과 물을 함께 넣어 우려내는 역할을 한다. 밑에서 뜨겁게 올라오는 수증기로 인해 차가 담긴 주전자에서 차가 깊이 우러나게 되는 원리이다. 물을 넣는 아래 주전자를 ‘차이다륵’, 차를 넣는 윗주전자를 ‘뎀릭’이라고 부른다. 차와 함께 설탕을 놓고 로쿰이나 다른 디저트들과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터키의 차 도구들에 얽힌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찻주전자의 밑 부분은 ‘시어머니’라고 한다. 쉬지 않고 끓어오르기 때문이다. 그럼 당연히 찻주전자의 윗부분은 누구일까? 예상대로 ‘며느리’에 비유한다. 신랑은 찻잔에 비유하여 신부가 찻잔 물을 조금 채우면 그 위에 다시 시어머니가 채워 넣는다고 한다. 자녀들은 차의 설탕에 비유하는데, 차를 맛깔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누이는 티스푼에 비유해 한 번씩 뒤집어 놓고 가버리기 때문이고 시아버지는 차받침에 비유한다. 홍차 한잔에 가족을 비유할 정도로 터키인들에게 차는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터키인들만큼 차마시는 일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올 가을엔 은은한 향기가 가득한 차 한잔 하면서 검색이 아니라 사색을 하는 시간을 가져 보면 좋겠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 (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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