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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버려지던 물텀벙에서 식탁의 주인공이 된 아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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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맑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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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지은 흰쌀밥, 국 또는 찌개 한 가지, 그리고 2-3가지반찬, 잘 익은 김치, 이정도?
특별한 걸 원하지 않는다는 남편들이 말하는 평범한 밥상이다. 우리 아줌마들 사이에선 이런 남편은 정말 간이 큰 남편이라고 이야기한다. 일년에 한번도 아니고 매일 매일 이런 밥상을 원하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것을 원하는 것이다.

하루 한끼라도 매일 다른 국을 끓여야 한다면 외식하는 날들을 빼고도 한달이면 20가지 국물요리가 필요하고 매일 밥상에 멸치 볶음을 올린다 해도 그 외에 40가지 반찬이 필요하다, 요리하는 일이 직업인 나에게도 매일 끓여야 하는 국물요리, 반찬은 언제나 고민이다.
특히 추운 겨울에는 뜨끈한 국물이 빠지면 한국인의 밥상은 앙꼬 빠진 찐빵과 같으니 매일 매일 끓이는 국이나 찌개가 숙제이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미역국은 아무리 재료를 다양화해도 그냥 된장찌개, 김치찌개, 미역국이 되니 오늘 저녁은 겨울이 제철인 생태나 동태, 대구로 시원한 매운탕을 끓여볼까?

장을 보러 나서니 겨울이면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생태, 동태, 대구는 보기 힘들고 그 자리를 못난이 형제들 아귀와 도치(심퉁이)가 대신하고 있다. 아귀는 마산 아귀찜집에서, 도치는 속초 맛집에서 요리가 되어 맛으로만 볼 수 있었는데 생선코너에 그 자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환경의 변화로 생태와 대구의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그 자리를 아귀나 도치가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대표 생선에 오른 아귀는 머리가 몸통의 반인 생선으로 입이 커서 ‘아구어'(餓口魚)’라 불리며 식탐이 많고 공격적이며 못생겼다고 멸시를 받은 때가 있었다. 그래서 어부들은 아귀를 잡는 족족 바다에 던져서 물메기, 도치와 함께 ‘3대 물텀벙’으로 꼽기도 했다.
아무리 못생겨도 아귀의 맛과 영양까지는 미워할 수 없는 법! 아귀는 대표적인 저지방, 저칼로리 식품으로 껍질과 연골에는 콜라겐이 풍부하여 건강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비타민 A, E가 풍부하여 노화 방지와 시력보호는 물론 뼈발육과 야맹증에도 효과가 있다.

미식가들 사이에선 아귀의 부드러운 맛을 '입에 넣은 순간 사르르 녹아내려 몸에 바로 흡수되는 느낌'이라고 호들갑스럽게 표현하기도 한다. 아귀가 천시받던 시절과 다른 모습으로 변하지 않았으니 못생긴 건 변함이 없으나 그 맛과 영양학적 가치를 이제서야 알아보고 대접하게 된 것이다.

대구 대신 아귀로 장을 봐서 매운탕을 끓이다 보니 갑자기 ‘인생사 새옹지마’가 떠오른다. 흉하고 못생겼다고 버려지던 아귀가 그 핸드캡을 극복하고 이제는 국민 생선이 된 것처럼 우리네 인생사도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언제가 좋은날로 변해 있을테니 뜨거운 아귀탕 한그릇 먹으며 힘을 내어본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 (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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