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대표하는 전어는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 ‘집 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를 맡으면 집으로 돌아온다’. ‘왜? 가을 전어가 맛있으니까!’ 가을전어는 살이 통통하고 비린내가 적으며 가시가 무르고 맛이 고소하여 ‘가을 전어엔 참깨가 서 말’이라고 하는데 소심하기 짝이 없게 문 걸고 며느리 몰래 먹었다가 가정의 평화가 찾아올까?
조강지처도 내몰고 먹는다는 가을 별미가 하나 더 있으니 아욱국이다. ‘가을 아욱국은 문 닫아 놓고 먹는다’ 하여 이웃과 나누어 먹기 싫은 정도야 이해할 수 있지만, ‘가을 아욱국은 자기 계집도 쫓아내고 먹는다’는 아무리 맛있는 맛이라도 간이 너무 큰 남편이 아닐까?
‘가을배와 고등어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처럼 대놓고 며느리를 차별하고 ‘가을 가지는 며느리가 먹어서 해롭다’라고 하면서 은근슬쩍 맛있는 것을 못 먹게 하니 도대체 며느리들은 가을에 무엇을 먹었을까! ‘배 썩은 것은 딸 주고 밤 썩은 것은 며느리 준다’라는 속담도 있으니 며느리에게 주기는 주는데, 썩은 배는 먹을 것이 있지만 썩은 밤은 것은 먹을 것이 없으니 주나 마나하다.
‘가을볕에는 딸을 쬐고 봄볕에는 며느리 쬔다’라는 속담을 봐도 가을 햇볕도 며느리에게 주기에는 아까운가보다. 이런 놀부심보를 보았는가! 가을 햇볕은 충분히 쬐어야 건강해지고 비타민 D도 만들어져 면역력도 생기는 법이니 가을 햇볕만으로도 보약이 된다. 며느리 타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죽 먹은 설거지는 딸 시키고 비빔밥 먹은 설거지는 며느리에게 시킨다’라는 속담도 있으니 말이다. 맛있는 것을 먹는 일에서도 제외되지만 기름기 많은 설거지까지 해야 하는 옛날 며느리의 생활은 고달프기만 했을 것이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 (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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