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라피뇨, 페퍼론치니, 타바스코, 카옌, 하바네로 칠리, 새눈고추….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름들이지만 생소하다. 모양새도 다르고 맛도 다르지만 공통점은 매운맛을 내는 고추라는 점. 매운맛 좀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여러 가지 형태로 가공된 세계의 갖가지 고추로 매운맛 좀 보았을 것이다. 오늘은 매운맛 이야기를 꺼내 보려 한다.
고추는 열대 남미 지방이 원산지로 스페인 사람들에 의해 유럽을 시작으로 세계로 전파되었다. 매운맛을 좋아하기로는 우리 민족도 빠지지 않는다. 한국음식을 떠올리면 김치의 매운맛을 떠올리게 되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 매운맛은 평범한 맛이다. 매운 청양고추를 매운 고추장에 찍어 먹고 입에 불이 날 정도가 되어야 매운맛 좀 안다고 할 것이다.
고추를 제대로 잘 먹을 때 고추로부터 얻을 수 있는 효능들은 더 이상 열거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요즘은 매운맛의 강도를 점점 높여가며 극도의 매운맛을 찾는 이들이 많다. 또 고추의 진정한 맛과 효능을 더한 양념보다는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매운맛인 캡사이신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음식의 맛을 느끼기도 전에 이미 혀는 마비되어 버린다. 맛있는 음식을 제대로 맛보지 못하고 매운맛으로만 기억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산더미 같은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로 매운맛을 즐기며 고통을 피하기 위해 다른 고통에 중독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