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들 "천안함 물 줄줄 샌다고 했다" 주장과 일치
[아시아경제 김정수 기자] 지난 26일 저녁 9시 30분께 ‘펑’하는 소리와 함께 두 동강난 채 서해에 침몰한 천안함의 사고원인에 여러가지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피로파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천안함을 함수와 함미 부분으로 나눈 절단면이 마치 칼로 자른 듯 깨끗하다는 사실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피로파괴란 = ‘피로파괴’란 미세한 균열이 장시간의 누적된 충격과 압력에 의해 갑작스런 파괴로 이어진다는 현상이다.
피로파괴는 힘을 반복해 가하는 동안 하나 또는 여러 개의 균열이 발생하면서 시작되고 그 후 내부로 확산되다가 균열이 발생되지 않은 부분이 너무 약해져 하중에 견디지 못할 때 갑자기 완전파괴가 발생한다.
윤씨는 지난 28일 해군2함대 사령부의 브리핑 당시 "'수리 한달 만에 또 수리에 들어갔다'고 남편은 말했다"며 "천안함은 수리 중 또 다시 작전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최원일 천안함 함장과의 대화에서도 "천안함은 수리한 지 얼마 안 됐다. 배에 물이 새 3번 수리를 했다고 남편이 말했다"고 따져 물었다.
또 다른 실종자 가족은 "우리 아들도 휴가 나와서 배가 오래 돼 물이 샌다는 얘기를 했다"며 수리 중 천안함 작전 투입 의혹을 짙게 만들었다.
이는 수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한미합동훈련에 투입돼 ‘피로파괴’와 깊은 연관성이 있는 대목이다.
◇67년전 비슷한 사례 = 피로파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500척 이상 건조됐던 미국의 6000톤급 유조선 T-2 Tanker이 첫 사례다. T-2 Tanker는 1943년 1월 16일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항에 정박해있던 중 갑자기 두 동강이 났다.
T-2 Tanker는 당시 칼로 자른 듯 함수와 함미가 잘려나가 수면위로 치솟았다. 하지만 미국은 만족할 만한 원인 규명을 못해 강철 구조물의 용접면은 미세한 틈에 의해 파괴될 수도 있다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천안함 피로파괴 가능성에 무게 = 피로파괴는 선박의 무게중심인 중앙부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천안함에 물이 샜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증언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실종자 가족 주장과 ‘피로파괴’ 진행절차를 정리하면 ▲20년넘게 운항, 당일 역시 3m의 거센파도 = 반복되는 하중과 압력 ▲평소 물이 샜다 = 균열발생 ▲세차례 이상 수리 = 균열확산, 내구성 저하 ▲'순식간에 두 동강났다는 함장 증언 = 갑작스런 파괴 ▲절단면 칼로 자른 듯하다 = 피로파괴 전형 등의 등식이 성립된다.
천안함에 외부의 누적된 충격이나 압력에 의해 '피로 파괴'가 발생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피로파괴 전문가는 "천안함은 바다에서 20년 이상을 지낸 퇴역을 앞둔 군함이라고 할 수 있다"며 "현재 드러난 각종 정황 및 사실에 기초할 때 과거 삼품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와 같이 피로파괴로 인한 갑작스런 내부붕괴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비슷한 시기에 같은 설계로 건조된 초계함들에 대한 정밀검사를 진행해야만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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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기자 kj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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