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평창동계올림픽 개ㆍ폐회식 공연이요? (제의가 와도) 안 합니다."
인천아시안게임 개ㆍ폐회식 총연출을 맡은 장진(43) 감독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개회식 이후 나온 비판에 대해 별렀다는 듯 반박했다. 그는 30일 인천시 송도동 메인 프레스 센터(MPC)에서 열린 폐회식 관련 기자회견에서 "한류로 도배됐다는 비판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개회식이 비판을 받은 근본적인 이유는 연출 솜씨가 부족한 데 있었다. 개회식 공연의 주제는 '인천, 하나가 된 아시아를 만나는 곳'이었지만 카메라는 스타들의 얼굴을 조명하기 바빴다. 이영애 씨의 성화 점화가 대표적이다. 임권택(78) 총감독은 "카메라가 이영애 씨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는데 사실 함께 점화한 어린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져야 했다"고 했다. 장 감독은 이에 대해 "여건 부족으로 카메라 리허설을 해보지 못했다"고 했다.
심청과 비류가 인천에서 만나 미래를 개척한다는 내용을 담은 메인 공연도 허점을 가리지 못했다. 스포츠에 대한 이해나 인천의 역사에 대한 고찰의 흔적을 보기 어려웠다. 인물 설정부터 비약이 심했다. 근대화의 상징으로 우체부, 철도 등을 내세우며 등장시킨 어두운 조명, 군화소리, 정렬된 행진 등은 일제강점기를 넘어 군사정권을 떠올리게 했다. 다채로운 공연으로 만들고자 적극 활용한 영상마저도 컴퓨터그래픽 등이 엉성했다. 장 감독은 "준비기간이 짧았고 예산도 생각보다 적었다"며 "의미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면 만든 사람이 질책을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많은 분들의 헌신적인 노력만큼은 높게 평가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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