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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여자오픈 우승과 우리 경제 '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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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쾌거는 국민 저력…역대 V기업들 그 기세 이렇게 활용했다

기업 넘어 서민경제 엔돌핀…불황·불안까지 날려줘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1998년 7월7일 US여자오픈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블랙울프런 골프장. 당시 스물한 살이었던 박세리가 이 대회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박세리의 우승은 한국인 골퍼의 메이저대회 첫 우승으로 기록됐다. 그가 높이 들어 올린 우승컵에 키스를 하는 장면은 우리 국민들에게 아직도 생생하다. 그보다 우리 국민들에게 인상 깊게 남아 있는 것은 그의 맨발투혼이다. 연장전 18홀에서 공이 물에 빠지자 워터해저드에 들어가 웨지 맨발샷으로 동점을 만들고 서든데스 가서 두번째 홀에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눈앞까지 온 우승을 놓칠 수도 있는 최대 고비를 헤집고 보란듯이 우승을 한 것이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었던 시기에 전해진 그의 우승 소식은 전 국민에게 희망 메시지로 각인됐다.

14년이 지난 9일 새벽. 같은 골프장 같은 코스. 전날 7언더파의 '폭풍 샷'을 날리며 순항했던 최나연(26ㆍ SK텔레콤 )은 후반 첫 홀인 10번홀(파5)에서 트리플보기라는 치명타를 범했다. 티 샷이 왼쪽 해저드에 빠져 분실구로 처리되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안정을 되찾아 우승컵을 안았다.

14년전 박세리가 맨발투혼을 발휘하며 우승한 같은 코스에서 박세리를 모델로 골프를 시작한 최나연이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이다. 1946년 시작된 US여자오픈은 미국 LPGA투어 메이저 대회 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다.
우리 국민들이 US여자오픈에 열광하는 이유는 14년전 박세리의 우승으로 한국 골프를 세계에 알린 측면도 있지만 US오픈이 가져다 준 우리 경제효과와 무관치 않다.

박세리의 우승으로 스폰서였던 삼성그룹은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 US여자오픈은 미국 NBC 방송을 통해 미국 전역 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한국 등에서 생중계되는 메이저 대회다. 스폰서 기업의 로고를 달고 출전한 선수가 우승할 경우 기대 이상의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평가이지만 기업들이 골프단을 창단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당시 '박세리 우승과 스포츠마케팅'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홍보효과를 최대 5억4000만달러로 추산했다. 보고서는 박세리의 우승으로 삼성 브랜드 가치가 높아져 제품 가격 인상이 가능해지고 매출 증대 표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가치 상승 효과는 다시 실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삼성은 이후 승승장구하며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최고 기업으로 도약했다. 올해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매출액 200조원, 영업이익 2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 뿐 아니라 당시 외환위기에 처해있던 우리 국민들에게는 희망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 불황으로 위축된 소비심리에 활력을 불어넣었는가하면 국민들에게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US여자오픈은 이후에도 우리 경제와 해당기업에 불쏘시개 같은 역할을 했다. 박세리에 이어 김주연(2005년ㆍKTF)이 우승했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인 2008년과 2009년에는 박인비, 지은희(휠라코리아)가 연달아 우승컵을 들어올려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시작된 지난해에는 유소연(한화)이 우승컵에 키스했다. 대한생명경제연구원은 유소연의 우승으로 2000억원이 넘는 경제적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스폰서 기업으로 브랜드 노출 효과만 500억원, 매출 증가만 500억원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밖에 국가 브랜드 상승과 이미지 개선 효과로 250억원의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했다.

이날 최나연의 우승으로 SK그룹도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 특히 우승 소식이 최태원 회장의 재판과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부과 직후 나온 것이어서 실의에 빠진 SK그룹 임직원들에 대한 사기효과 역시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관계자는 "이런 저런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최 선수의 우승은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며 "다시 한번 모든 구성원이 합심해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가속화하라는 최 회장의 특별한 주문을 실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SK 뿐 아니라 대한민국에 준 메시지도 남다르다. 현재 세계 불황속에 신음하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때마침 최나연이 그 희망을 쐈다. 14년 전 삼성이 박 선수의 사진을 통해 IMF 위기를 이겨내자는 광고 메시지를 주며 자신감을 되살렸던 것 처럼 이번 최나연의 쾌거로 국민들이 활력소를 찾게 되리라는 기대감이 어느 때 보다 높다.

전경련 관계자는 "한국 스포츠는 항상 우리나라 위기상황에서 놀라운 정신력을 발휘하며 강한 모습을 보였다"며 "박세리 선수 때처럼 최나연 선수의 쾌거는 대한민국의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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