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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칼럼]우리 모두는 유럽인이다

최종수정 2017.09.05 10:17 기사입력 2017.09.05 10:17

도미니크 모이시 국제관계연구소(IFRI) 선임고문
[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지난달 14명 이상이 사망한 차량 테러가 발생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 최근 이곳에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 "우리는 두렵지 않다"는 구호를 제창했다. 이는 테러리스트의 공격에 대한 위엄 있고 적절한 대응이다. 행동에 나선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내적 분열을 초월한 통합을 입증했다.

바르셀로나는 단순한 유럽 도시가 아니다. 북아프리카의 마그레브(모로코ㆍ알제리ㆍ튀니지 근방), 특히 모로코에서 온 수많은 이민자의 도시다. 관용과 다문화의 상징으로도 통한다. 특히 전 세계 관광객들이 찾는 람블라스는 개방의 상징이다.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가 아닌 바르셀로나가 테러의 표적이 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이번 차량 테러 희생자들의 국적만해도 30개국 이상이었다. 테러범 중 한 명이 바르셀로나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등 관광지를 테러 표적으로 삼았다고 자백한 것만 봐도 테러범들이 도시의 영혼을 파괴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징적인 지역에 대한 공격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전세가 기울자 젊은 테러리스트를 양성하고 있다. IS의 잠복요원은 이라크나 시리아에서 훈련을 받을 필요가 없다. 무슬림 국가 출신 2ㆍ3세대 이민자들은 자신이 태어난 유럽 국가와 부모의 조국과 단절된 채 IS의 이데올로기에 쉽게 동화된다.

비록 IS가 기로에 서있다고 해도 전 세계에서 테러 공격이 늘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 다른 테러가 발생하면 유럽 내 무슬림들 사이에서는 테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각국 정부의 대응만 부추길 것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가 발표한 지역 단위 보안을 책임지는 경찰제 시행은 정보를 수집하고 테러 억지력을 키우는 방법이 될 것이다.

테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IS의 이데올리기에 심취한 2ㆍ3세대 이민자의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대책도 효과적이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다양한 집단 간 열린 대화와 교육 및 사회 적응 지원 정책으로 통합을 이뤄 나가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전략의 결과를 얻기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서구 민주주의는 눈앞의 테러리즘에 조급해지고 있다.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은 이미 테러로 인해 부상자가 발생할 것이란 시민들의 두려움을 이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서구 민주주의는 외국인 혐오에 저항해왔고, 자유 가치를 신봉해 왔다. 그런 면에서 테러를 통해 유럽에 분열과 혼동의 씨앗을 심길 원했던 IS의 계획은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즘과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가 속한 사회, 국가 안에서 유럽인으로서 인내심을 갖고, 끈기 있게 연대해야 한다. 최근 핀란드에서 발생한 모로코 출신 10대의 칼부림 테러는 한 국가가 IS에 대항하는 연합군의 중심역할을 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우리 모두가 바르셀로나에 있다"가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 모두는 유럽인이다"라고 말해야 한다. 이것은 테러의 위협에 대처하는 매우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테러에 대항하기 위한 스페인과 모로코의 예에서처럼 국가 차원의 협력도 필요하다. 다만 이는 보안과 안보 분야의 협력, 이민 정책, 정보 공유 등 '유럽적 행동'의 맥락하에서만 유효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권 출범 이후 국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 이제 유럽은 국제사회에서 주어진 몫 이상을 책임져야 한다. 테러는 이 같은 노력을 약화시킬 수도 혹은 무너뜨릴 수도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즘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고 뿌리 깊은 연대를 강화하는 유럽 통합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Project Syndicate/번역: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프랑스를 대표하는 석학인 도미니크 모이시(70) 파리정치대학 교수는 프랑스 싱크탱크 국제관계연구소(IFRI)의 공동 창립자이자 선임 고문이다. 그는 파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몽테뉴 연구소의 자문을 맡고 있으며 기고전문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의 칼럼니스트로 활동중이다. 이외에도 파이낸셜 타임즈, 포린어페어, 디벨트 등 다양한 신문ㆍ저널에 국제 문제와 유럽 정치ㆍ경제 이슈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모이시는 프랑스 소르본대학과 미국 하버드대에서 국제정치를 전공했다. 아버지 줄스 모이시는 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생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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