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기자칼럼]CGV 마케팅, 도가 지나치다

최종수정 2018.02.21 14:26 기사입력 2018.02.14 10:55

새 CGV BI.


CGV는 국내 최고의 극장사업자다. 시장점유율이 50%에 이른다. 획기적인 마케팅 등으로 주도권을 이어간다. 때로는 너무 앞서나가 도가 지나치다는 인상을 준다. CGV는 지난달 30일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블랙팬서'의 예매 창구를 열었다. 관람 등급이 없어 대상은 18세 이상으로 한정했다. CGV 측은 "대중적 관심이 높아 아이맥스, 4DX 등 특별관의 예매만 진행했다"고 했다. "해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마케팅"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는 거의 전무했던 판매 전략이다. 가뜩이나 많은 관심을 받는 영화를 우대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CGV 측은 "예매율은 보조지표에 불과하다. 문제될 소지가 없다"고 했다.

영화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배급사 관계자 A씨는 "예매율은 관객의 작품 선택은 물론 스크린 수와 상영 횟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개봉 중인 영화나 개봉을 앞둔 영화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불공정한 마케팅"이라고 했다. 극장 관계자 B씨는 "일반관보다 특별관을 염두에 둔 관객을 사전에 대거 포섭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지속될 경우 과열 경쟁으로 이어져 영화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화계는 지난달 31일에도 진통을 겪었다. CGV가 다음달 21일까지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인 아트하우스에서 하는 '2018 아카데미 기획전'의 세부 계획을 발표해서다. 채널 CGV에서 중계하는 제90회 아카데미시상식에 맞춰 전국적으로 기획한 행사로, 개봉하지 않은 기대작들까지 상영해 많은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낸다. 이미 작품을 개봉했거나 준비 중인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불만을 토로한다. 기획전의 영화들이 합류하면서 스크린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이유다. 실제로 기획전의 영화들은 대부분 관람이 용이한 주말 오후나 평일 저녁 시간을 선점했다.

배급사 관계자 C씨는 "CGV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다양성영화 시장을 망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양성영화에 대한 관심을 모으기 위한 취지라고 하지만, 자사의 아카데미시상식 중계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자사에서 직접 수입한 영화를 아트하우스에 몰아넣었을 때부터 아트하우스는 제 기능을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A씨는 "오스카 후보작이라는 타이틀만으로 이미 많은 조명을 받는 작품들이다. 대중의 관심이 쏠린 흐름에 편승하려고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조차 받지 않은 영화들을 우선적으로 배치하는 행태로 봐야 한다"고 했다.

심의를 거치지 않은 영화를 목록에 포함시킬 수 있던 배경에는 영화진흥위원회의 등급분류면제추천이 있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9조 제1항에 따르면 영화진흥위원회가 추천하는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상영등급을 받지 않아도 된다. CGV 측은 "아카데미 기획전을 영화제로 등록했다"고 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제를 일정 기간 국내에서 선정된 영화를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상영하는 행사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국내 상영관의 절반을 보유한 CGV가 전국적으로 영화를 미리 공개하는 것은 영화제 이상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C씨는 "전국적으로 유료 시사회를 열어 수만 명을 동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른 극장들까지 흐름에 합세한다면 개봉의 개념이 사라져 기존 질서가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영화진흥위원회 측은 "상업적 성격까지 고려해 한층 강화된 심사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오늘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