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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의 남자> vs <더킹> vs <옥탑방 왕세자>, 수목드라마 제 2라운드

최종수정 2012.03.20 09:00 기사입력 2012.03.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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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의 남자> vs <더킹> vs <옥탑방 왕세자>, 수목드라마 제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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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지순한 첫사랑에 눈물 훔치던 밤이 끝났다. <해를 품은 달>이 기록한 40%가 넘는 시청률은 엄마, 아빠, 아들, 딸 모두가 리모컨 쟁탈전 없이 오순도순 함께 TV를 봤다는 의미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평화는 끝났다. KBS <적도의 남자>, MBC <더킹 투하츠>(이하 <더킹>), SBS <옥탑방 왕세자>, 지상파 3사의 수목드라마 세 편이 수요일 밤 나란히 시작된다. 편성 변경이라는 편법을 써서라도 같은 출발선에 서고자 했던 건 온전히 실력으로 평가받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한복 차림새가 유독 반짝였던 박유천이 타임슬립으로 현대에 온 왕세자가 된 <옥탑방 왕세자>,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묵직한 직구로 승부구를 던지는 <적도의 남자>, 그리고 가상의 입헌군주제를 배경으로 남남북녀의 로맨스를 그리는 <더킹>. 선선한 봄바람과 함께 바깥나들이가 잦아질 계절에 시청자들을 안방에 붙잡아 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수목드라마 3파전을 앞두고 <10 아시아>에서 각 드라마의 전술과 전략, 전사들의 면모를 먼저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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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의 남자>, 이글이글 정통 멜로와 복수의 용광로
주먹 제일 센 놈 선우(엄태웅/이현우)와 머리 제일 좋은 놈 장일(이준혁/임시완)이 친구가 되었다. 외롭고 숨 막히는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서로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우의 아버지가 자살로 위장된 죽음을 맞은 그 날 이후, 두 사람은 더 이상 서로를 친구라 부를 수 없다.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해, 아버지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자꾸만 커지는 욕망에 등 떠밀려 인생 가장 뜨거운 시간에 선 남자들의 이야기.
<더킹>, 그 남자 왕자, 그 여자 교관 남남북녀 로맨스
입헌군주제인 대한민국에서 남한 왕자와 북한 특수부대 교관이 만났다. 남한 왕자 이재하(이승기)는 국왕인 형의 제안으로, 북한 교관 김항아(하지원)는 당의 지시로 세계장교대회에 출전한다.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지만 통일이라는 대의를 위해 결혼해야 하는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남북 평화의 가장 큰 위협인 다국적 군사복합체 지주회사 클럽 M의 회장 김봉구(윤제문)와 맞서게 된다.

<옥탑방 왕세자>, 타입슬립 판타지 로맨스 in 옥탑방
조선 시대, 왕세자 이각(박유천)은 세자빈 홍씨(정유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반대 세력과 맞서던 중 300년 후 서울의 한 옥탑방으로 타임슬립을 한다. 그곳에서 1톤 트럭을 끌고 시장을 누비며 살아가는 박하(한지민)를 만나고, 함께 떨어진 세 명의 심복들과 신세를 지게 된다. 그러던 중 죽은 세자빈과 똑 닮은 홍세나(정유미)를 발견하고, 자신과 똑같이 생긴 (주)홈앤쇼핑의 후계자 용태용(박유천)의 존재 또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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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의 남자> 김선우, 지옥에서 돌아 온 복수의 화신
딱히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저 타고난 주먹으로 사고만 치던 문제아였다. 그런 선우가 우등생 친구 장일을 만나 꿈을 갖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의문을 파헤치다 자신도 죽음의 문턱에 서게 되고 시력까지 잃는다. 마지막이라 생각했던 순간, 친아버지를 자처하는 남자를 만나 수술로 시력을 되찾은 그는 자신과 아버지를 지옥으로 내몬 이에게 복수하기 위해 13년 만에 돌아온다.
<더킹> 이재하, 뺀질이 대한민국 왕자
귀찮은 것, 머리 쓰는 것 딱 질색이다. 놀고먹으며 편하게만 살아온 대한민국 왕자 이재하는 IQ 187의 천재라 자처할 정도로 뻔뻔함 빼면 시체다. 하지만 “21세기 왕조는 마네킹”이라며 나름의 정세 분석을 내리고, 왕보다 왕의 동생이라는 편한 자리를 꿰찼으니 이 IQ가 아주 잘못된 것은 아닌 듯하다. 갈고 닦은 현실 파악 능력과 냉철함으로 이재하는 뺀질이 왕자에서 돈에 목숨 건 ‘국제적인 사이코’ 김봉구의 대항마가 된다.

<옥탑방 왕세자> 이각, 현실감각 제로 왕세자
이각은 근엄하고 카리스마 강한 왕세자다. 그러나 21세기 서울 땅에 떨어진 후, 낯선 환경 탓에 위엄은커녕 제정신을 유지하기조차 어렵다. 박하의 트럭을 타고 무서워서 덜덜 떠는가 하면 경복궁에서 소란을 피우다 쫓겨나고 편의점에서는 공짜 음식을 요구하다 경찰에 신고 당한다. 한 마디로, 현실 감각 제로의 인물. 하지만 좌충우돌 세상사에 부대끼는 과정에서 세자빈을 잃은 뒤 차갑고 어두워졌던 성격도 “인간적인 모습으로 조금씩 변해”(박유천)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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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의 남자> 한지원, 단 한 번, 단 한 명의 사랑
부러울 것 없이 자랐지만 아버지 사업의 실패로 소녀가장이 된 지원(이보영)은 특유의 구김살 없고 쾌활한 성격과 강한 생활력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 대학 시절 잠시 인연을 맺었던 장일, 시각장애인에게 책 읽어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알게 된 선우와 운명적으로 얽힌다. 오직 선우만을 위해 살겠노라 결심하지만 자신을 위해 떠나는 그를 잡을 수도 잊을 수도 없다.

<더킹> 김항아, 모태솔로 북한 교관
“저도 알고 보면 목란 꽃 같은 조선 여성입네다.” 애교 가득한 말투의 이 여자는 북한의 전설적인 교관 김항아다. “결혼은 당에서 책임진다”는 말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세계장교대회에 출전하는 그녀의 엉뚱함과 순수함은 각 잡힌 군복 속에 숨어 있다. 암살, 폭파는 누구보다 잘 알아도 연애의 ‘연’자는 모르는 김항아. 알고 보면 일만 열심히 하다 결혼할 사람이 없어 고민하는 보통의 여자와 다르지 않다.

<옥탑방 왕세자> 박하, 억척 발랄 장사꾼
기구한 운명을 타고났다. 어릴 적 아버지의 재혼으로 미아가 됐고, 미국으로 입양되었으나 양어머니의 재혼 때문에 다시 혼자가 됐다. 외로운 인생이지만 누구보다 발랄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며, 생활력도 강하다. 뉴욕 식당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싱싱한 식재료들을 트럭에 싣고 다니며 식당에 납품하는 뛰어난 장사꾼이 되었다. 다만 보기보다 속이 여려 혼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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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의 남자>, 엄포스의 부활
많은 이들에게 엄태웅은 KBS <부활>로 기억된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에게 ‘엄포스’라는 별명을 준 <부활>의 잔상이 <적도의 남자>에서 되살아난다. “선우는 욕망을 가진 사람들의 틈에서 어쩔 수 없이 너무 많은 일을 겪게 된다.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휩쓸린다는 점에서 <부활> 때랑 이야기는 다르지만 느낌이 비슷하다”는 엄태웅의 말처럼 순한 얼굴에 드리워지는 가혹한 운명의 그림자는 그에게 참 잘 어울리는 옷이다.

<더킹>, 엄마들의 로망과 액션 전사
이승기와 하지원의 캐릭터 싱크로율은 자랑할 만하다. 특수부대 교관 김항아는 대역 없이 고난이도 와이어 액션과 스킨스쿠버 등을 소화하는 하지원에게 제격이고 뺀질거려도 듬직해 보이는 로열패밀리 이재하는 “이승기가 아니라면 자칫 미움 받을 수 있는 이 캐릭터를 누가 연기할 지”(이재규 감독) 의문일 정도로 ‘엄친아’의 표본이다. 그야말로 황제 이승기와 ‘어메이징한 여자’ 하지원의 전공 분야로, 이들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옥탑방 왕세자>, 사극 맞춤 아이돌
KBS <성균관 스캔들>의 이선준이 낯설지 않았던 것처럼 왕세자 이각 역시 박유천에겐 어색하지 않다. 특히 곤룡포와 익선관은 그에게 이식하고 싶을 만큼 잘 어울리기에 “사극 분량은 전체의 30~40%밖에 되지 않는”(박유천)다는 것이 다소 아쉽기까지 하다. 그러나 의상보다 중요한 건 ‘1인 2역’을 소화해야 한다는 사실. 사극과 현대극을 오가며 왕세자 이각과 재벌후계자 용태용을 연기해야 하는 만큼, 박유천이 두 캐릭터를 얼마나 다르게 보여줄 수 있느냐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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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의 남자> 김영철, 우리 시대 욕망의 얼굴
골짜기가 깊어야 산이 높듯 복수극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복수의 대상이 악독하고 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선우의 아버지를 죽게 한 장본인이자 선우와 장일이 슬픈 운명으로 엮이게 만드는 진노식을 김영철이 연기하는 것은 충분히 미덥다. 악바리 근성으로 그룹 회장이 될 만큼 성공했지만 열등감과 외로움에 늘 괴로워하는 “욕망을 쫓아 치열하게 살다가 절망의 늪에 빠지는 가련한 인물”(김영철)이 극에 진중한 무게감을 더해준다.

<더킹> 조정석, 두 얼굴의 장교
‘뮤지컬 계의 아이돌’ 조정석. 최근 소리 없이 강하게 주가를 높이고 있는 그가 모든 일에 반듯하고 정도를 지키며 살아가는 육사출신 엘리트 대위 은시경 역을 맡았다. 감정의 진폭 따위 없어 보이는 은시경에게 어쩔 수 없이 끌리는 이유는 냉철한 얼굴 뒤에 조정석의 장난기가 가득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찰떡같이 살리는 그의 매력은 이미 MBN <왓츠업>과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뜩이’로 증명됐다.

<옥탑방 왕세자>, 꽃심복 3인방
왕세자 이각과 늘 함께 다니는 ‘꽃심복 3인방’을 주목하자. 조선 최고의 검객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숙맥인 ‘순정마초’ 우용술(정석원)과 까칠한 천재 송만보(이민호), 처세술의 달인인 내관 도치산(최우식)은 극의 깨알 같은 재미를 책임질 감초들이다. 본인들조차 “서로 얼굴만 쳐다봐도 웃음이 나와서 가끔 땅을 보고 연기할 정도”(이민호)라고 하니 이들의 활약을 기대해 봐도 좋겠다. 꽃미남이라 하기엔 조금 아쉽지만 훈훈한 비주얼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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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의 남자>, <태양의 여자>+<화이트 크리스마스>
제목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내듯 <적도의 남자>는 김인영 작가의 전작 <태양의 여자>와 등을 맞댄 샴쌈둥이 같다. 둘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욕망’. 김인영 작가가 풀어내는 적도의 태양처럼 뜨거운 욕망을 섬뜩하도록 서늘했던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김용수 감독이 그려낸다. “근본적으로 우리 삶은 비루해질 수밖에 없고 이를 이겨내고자 욕망을 가지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이겨낼 수 없다. 그래서 욕망이 슬픈 것이다”라 말하는 제작진이 그려낼 ‘슬픈 욕망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까.

<더킹>, <베토벤 바이러스>
‘강마에’는 없지만 이재규 감독과 홍진아 작가가 있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음악 하나로 수 십 명의 소통과 성장을 보여줬듯 “전혀 다른 배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어떻게 맞춰 가는지”(이재규 감독)가 핵심인 <더킹>에서 이들은 능수능란한 선장과도 같다. 특히 이들의 손에서 ‘똥덩어리 바이러스’가 시작됐고 ‘마에니즘’의 초석이 다져졌으니, “코미디, 슬픈 멜로 등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이재규 감독) 작품의 균형만 잡힌다면 온갖 유행어를 낚는 순조로운 항해가 예상된다.

<옥탑방 왕세자>, <명랑소녀 성공기>
왕세자의 타임슬립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옥탑방 왕세자>의 기본 바탕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여주인공이 사랑을 이룬다는 캔디 스토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기대되는 건 2002년 방송된 SBS <명랑소녀 성공기>처럼 뚜렷한 캐릭터를 가진 인물들의 찰진 코미디 호흡으로 전형성을 극복하는 이희명 작가의 강점 때문이다. 이는 “한 명 한 명 선명한 캐릭터를 보는 맛이 있는 드라마”라는 신윤섭 감독의 말이 미더운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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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의 남자>, 적절한 온도 유지
“가벼운 드라마들이 회자 되는 건 사는 게 힘들다는 반증”(이원종)이라는 지적처럼 정통 멜로와 복수극을 지향하는 <적도의 남자>는 자칫 너무 무거운 이야기로 여겨져 부담스러울 수 있다. 누구나 갖고 있는 내면의 욕망, 인간의 본성을 다루기에 보편적인 힘을 갖는 동시에 출생의 비밀, 배신, 복수가 얽힌 이야기는 꽤 상투적이기도 하다. 너무 뜨거워서 피하고 싶은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킹>, 자칫하면 삼천포로
입헌군주제라는 설정부터 남녀의 티격태격 로맨스, 남북 관계와 무기 업계의 실상까지 <더킹>이 할 이야기는 너무도 많다. 그에 반해 캐릭터와 설정은 과거 유명한 작품들을 연상시킨다. 배경은 MBC <궁>이고 김항아는 SBS <시크릿 가든> 길라임, 이재하는 <찬란한 유산>의 선우환과 닮았다. 세계관은 영화 <쉬리>에서 보여준 낡은 패러다임 안에 갇힐 가능성이 있다. 중심을 잡지 못 하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그려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옥탑방 왕세자>, 성균관 유생 이선준의 오버랩
차가운 성격이지만 사랑을 통해 마음의 벽을 허물어 가는 이각과 융통성 없고 냉정하지만 김윤희(박민영)로 인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간으로 성장하는 이선준은 많이 유사한 캐릭터다. 박유천의 대표작으로 여전히 KBS <성균관 스캔들>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이선준의 그림자를 최대한 지울 수 있는 이각만의 개성이 분명해야 한다. 두 캐릭터의 차이점에 대해 “선비와 왕세자의 신분”(박유천)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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