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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빌리티스의 딸들’, 존재만으로도 의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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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 KBS2 일 밤 11시 15분
한국에서 동성애를 그린 드라마를 만든다는 것은 단지 외부로부터의 압력 뿐 아니라 창작물로서도 상당한 핸디캡을 안고 출발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 사람이 남자(여자)여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 남자(여자)였을 뿐이야” 같은 말장난으로부터 간신히 벗어나더라도, ‘이성애 드라마’들이 굳이 설명하거나 증명할 필요 없는 감정과 관계에 대해 ‘동성애 드라마’는 등장인물의 평생에 걸친 성적지향성의 역사와 극적인 상처들을 구구절절 읊으며 이성애자로 간주되는 시청자들을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남성 동성애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매체를 통한 노출이 적었던 여성 동성애자의 존재를, 다양한 세대의 인물들을 통해 그려내는 시도로 기대를 모았던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 또한 그 무거운 숙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작품이었다. 실제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이반검열’, 여성 톱스타의 커밍아웃 뉴스, 길가 점집에서 궁합을 보는 동거 커플의 모습 등을 통해 현재성과 일상성을 부여하려 애쓴 흔적에도 불구하고 하룻밤 실수로 인한 임신이나 10년 만에 찾아온 딸과의 만남처럼 극단적이면서도 클리셰에 가까운 사건만이 이야기를 움직이는 갈등으로 작용했다. 결국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던 강박, 혹은 도전은 다소 나이브한 방식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별다른 스킨십 하나 없이 동성애를 다루었다는 이유만으로 19세 시청등급을 받거나 방영 전부터 시청자 게시판이 비난글로 도배되는 나라에서 이는 여전히 유의미한 창작물이다. 남편에게 커밍아웃한 뒤 이혼당한 향자(김혜옥)가 애인 명희(최란)에게 “내가 나로 살기 위해, 그러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던 것처럼, 지금도 자신의 삶을 걸고 세상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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