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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이경섭 농협은행장 "농축산 창업, 재수·삼수 가능한 금융 플랫폼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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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이경섭 농협은행장 "농축산 창업, 재수·삼수 가능한 금융 플랫폼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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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조영신 금융부장]이경섭 NH농협은행장은 호감형 외모에 거침없는 언행을 자랑한다. 어느 시골 마을 어귀에서 막걸리 한잔을 걸쳐도 위화감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외모다. 그는 줄곧 유머를 담아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 거부감이 없다. 유머는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좋은 무기다. 이 행장을 서대문 농협은행 본사에서 만났다.

이 행장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많은 은행들이 사라졌는데도 불구 농협은행이 지금까지 생존하게 된 배경으로 '경운기론'을 들었다. 이 은행장은 "90년대를 돌이켜 보면 아우토반(Autobahn)이 잘 닦여 있다 보니 '조상제한서(조흥ㆍ상업ㆍ제일ㆍ한일ㆍ서울은행)'가 마구 달리다가 뒤집어졌다"면서 "그런데 속도가 안나는 농협은행은 경운기처럼 '달달달'하고 가다가 지금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던 은행들이 사라진 원인에 대해 "대기업과 거래를 한 은행들은 그 그룹들과 운명을 같이 했다"면서 "외환위기 등을 겪으면서 법적으로, 태생적으로 기업거래를 못한 은행들만 살아남았다"고 했다.

농담이지만 속에 뼈가 있다. 농협은행이 농촌과 농민 생활 향상이라는 근본을 지켜왔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 행장은 뼈 속까지 농촌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차 있다.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이후 지난 30년간 농업 발전을 위해 힘쓰며 농민과 한 몸 같이 움직여 왔기 때문이다. 가축 전염병으로 인해 고통받는 축산 농가, 가뭄과 수해의 농촌 현장에는 언제나 그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그의 경영철학 역시 농촌에 기반한다. 그는 농협은행이 다양한 각도의 수익사업을 발굴하더라도 그 중심은 농민지원에 있으며, 그 근간은 절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

요즘 그에게는 큰 고민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국민들을 위한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 수 있는 농ㆍ축산업 환경을 마련하는 일, 또 하나는 미래의 먹거리를 책임질 농ㆍ축산업 분야에 청년들이 두려움 없이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행장은 "농협은행이 농협 금융 본연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창업을 붇돋아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지 그것이 최근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은행장은 최근 경영회의에서도 농업금융 담당자에게 농업 분야 창업자들이 실패해도 빚지지 않고 재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종합적인 금융 프로그램을 구상해달라고 지시했다. 창업 초기 단발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1차 시기에 실패하더라도 채무 부담을 지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농촌 창업 종합 플랫폼'을 만들어 내고 싶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맨몸으로 농촌 창업에 뛰어들 수 있었으면 한다"며 "한 번 실패를 하더라도 채무 부담을 지지 않고 아이디어만으로 창업 재수ㆍ삼수에 도전할 수 있는 농촌 창업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강조했다. 농협은행이 금융과 기술 컨설팅, 농촌 정착 노하우 등을 총망라한 종합적인 농촌 창업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얘기다.

이와관련, 이 행장은 식음료가공ㆍ농자재생산 등 농업 연관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의 일환으로 지난 8월말까지 귀농인과 농촌 창업자에 2336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이 행장은 위기에 놓인 농협은행을 정상궤도에 올려놨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지난해 조선ㆍ해운업 부실 여파로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대손충담금을 쌓으며 상반기 3290억원 적자를 냈다. 농협은행이 근간에서 벗어나 타 업종에 눈을 돌린 탓이 크다.

이 행장이 지난해 1월 수장을 맡자 마자 농협을 다시 건강한 은행으로 체질개선 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 행장이 위기 상황에서 전직원들에게 주문 한 것은 '백투더베이직(Back to the Basic)', 바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그 결과 농협은행은 지난해 큰 부실을 털어내고도 흑자 전환했다. 올 상반기에는 2012년 은행 출범 이래 역대 최고의 실적을 냈다.

이 행장은 "전 직원이 합심해 기본에 충실한 경영을 추진한 결과, 올해 상반기에는 360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해 전년대비 약 7000억원의 이익이 증가하는 성과를 이뤄냈다"면서 "이는 2012년 은행 출범 이래 역대 최고 실적"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하반기에도 안정적 자산건전성 관리와 견조한 수익 성장세가 지속돼 연초 설정한 손익목표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이제 그의 시선은 해외로 향하고 있다. '잘 모르는 분야'에 섣불리 투자하는 대신 농협은 최근 '가장 자신있는 분야'를 수출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농업금융 노하우를 동남아 국가에 수출하는 비즈니스 모델 만들고 있다.

이 행장은 농업금융 노하우와 농협은행의 또다른 핵심역량인 핀테크 기술과의 융합도 시도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모바일뱅킹 서비스인 '올원뱅크' 베트남 버전은 현지에서 금융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농산물 거래 등 유통플랫폼 서비스 및 한류에 기반한 농산물 수출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 및 중국에 대해 국가별 특성에 맞고 성공적으로 현지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진출방식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이 행장은 "향후 농협만의 강점을 잘 활용하고 진출국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이라면 동남아시아 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남미 등으로도 사업을 넓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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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사진=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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