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KT화재로 일부 카드사용과 스마트폰 결제 등이 막히면서 '캐시리스(cashless·현금 없는) 사회'의 민낯이 드러났다. 현금결제보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카드·스마트폰 결제 우리 사회에 확산됐지만, 결제·통신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시민들의 일상이 올 스탑 됐다.
마포구 성산동에 사는 이모 씨도 이번 화재 사건으로 불편한 주말을 보냈다. 이 씨는 “거주 중인 오피스텔이 KT통신망을 이용하고 있어 와이파이 사용도 불가능했고, TV조차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외출한 이후에 직면했다. 이 씨는 평소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캐시리즈족이었다. 이 씨는 “현금을 인출하려 했지만 ATM 기기들은 모두 마비가 됐고, 결국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계좌이체가 가능한 상점들을 찾아다녀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번 화재로 이 씨와 같이 일상이 마비가 된 시민이 적지 않다. 휴대전화에 심어둔 교통카드도 이용할 수 없어져 대중 교통 이용을 할 수 없었고, 편의점에서 물 한 병 사 먹는 일도 어려웠다. 캐시리스는 생각보다 우리 사회에 깊숙이 박혀있었던 것이다.
캐시리스의 가장 큰 장점은 편리함이다. 현금이나 무거운 동전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카드 사용 시 무이자 할부나 할인 등 각종 혜택도 얻을 수 있다. 현금보다 세금 징수 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대표적인 캐시리스 국가인 스웨덴의 경우를 보자. 2016년 기준 스웨덴의 현금 사용률은 1.4%에 불과한데다 현금을 전혀 보유하지 않은 은행 지점도 전체의 절반이 넘어섰다. 대중교통 이용 시에도 현금 사용이 불가능해졌고, 길거리 가게들도 ‘현금 사절’ 푯말을 내걸면서 일상에서 현금이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그런데 현금 없는 시대의 도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번 화재로 짐작할 수 있듯 결제수단의 완전한 디지털화는 결제시스템 마비 시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진다. 게다가 보안에도 취약하다. 지난 2014년에는 세계적인 종합금융회사 JP모건체이스가 해킹을 당해 개인정보 수천 건이 유출돼 1억 달러(약 113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또 모든 시민들의 금융거래가 기록되는 만큼 정부나 기업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
스테판 잉베스 스웨덴 중앙은행 릭스방크 총재는 “현금이 사라지면 스웨덴의 모든 지불 수단이 민간 은행에 통제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전쟁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연료와 식량 등을 어떻게 구매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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