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뮬러 특검 압박하나…‘눈엣가시’ 법무장관 교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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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가 끝난 직후인 7일(현지시간)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을 사실상 해임했다. 세션스 장관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온 터라 민주당이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을 장악하게 된 상황에서 이같은 인사가 로버트 뮬러 특검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세션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 한장짜리 서한을 통해 그의 요구에 따라 사임한다고 밝혔다. 형태는 직접 사임을 하는 것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요구했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해임됐다는 사실을 전한 것이다. 세션스 장관은 “법무장관을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면서 “대선 캠프에서 만든 법에 기반해 법 집행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세션스 법무장관의 공로에 감사하며 그가 잘 지내기를 바란다”고 해임 소식을 알렸다. 후임 법무장관은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며 법무장관 비서실장을 맡았던 매슈 휘터커 변호사가 당분간 법무장관 대행을 맡는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밝혔다.

트럼프 정부의 첫 법무장관을 맡았던 세션스 장관은 대선 승리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해 스스로 지휘권을 내려놓는다고 밝히면서 둘의 관계는 틀어졌다. 이후 뮬러 특검이 임명돼 수사가 시작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세션스 장관의 처신이 잘못됐다면서 여러 차례 비난했다.

세션스 장관이 사실상 경질되면서 민주당은 곧바로 반발하고 나섰다. 지휘권을 내려놓으며 특검의 수사권을 보장한 세션스 장관이 사실상 경질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의 조사를 빨리 마무리 지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세션스 장관의 사임 시기가 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의 조사를 제한하거나 종료시키기 위해 세션스 장관을 내보낸 것이라면 이는 헌정 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새 법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뮬러 특검의 조사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 재편될 하원에서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을 예정인 민주당 제리 내들러 의원은 “즉각적인 해명을 듣기를 원한다”고 말했고, 정부 감독·개혁위원회 엘리자 커밍스 민주당 하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특검 조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날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기반이 마련된 상태다. 다만 낸시 펠로시 미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같은 날 한 방송에 나와 “탄핵 절차는 미국을 통합하는 일이 아니다”라면서 뮬러 특검 조사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션스 장관의 사임은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바로 다음날 나왔다. 앞서 미 언론들은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인 개각이 이뤄질 가능성을 점쳐왔다. 개각 대상으로는 세션스 장관을 비롯해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 라이언 징크 내무부 장관,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