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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언론인 실종사건, 결국 왕실도 '몰랐던 일'로 수습?(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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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사우디, 심문과정에서 카슈끄지 사망 인정 보고서 작성중"
트럼프 미 대통령, 왕실 지시 없이 실무선에서 살해했을 가능성 언급
원유 급등 경고하던 사우디, 태도 누그러트리며 증산 약속
악시오스 "미·사우디·터키, 불편한 진실보다는 편리한 거짓 택했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중간선거 유세차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런컨공항에 도착,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으로 들어간 뒤 실종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의혹과 관련해 진상규명을 약속하고 조만간 살만 사우디 국왕에게 직접 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중간선거 유세차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런컨공항에 도착,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으로 들어간 뒤 실종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의혹과 관련해 진상규명을 약속하고 조만간 살만 사우디 국왕에게 직접 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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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언론인 자말 카슈크지의 암살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대되자 사우디와 미국이 사태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다. 사우디 정부가 카슈크지의 사망을 실무자 책임으로 돌리는 보고서를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을 사우디에 급파하기로 했다. 사우디는 정부 차원의 조직적인 암살이 아닌, 심문 과정에서 잘못된 일이라는 입장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런 입장에 동조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해, 이번 사건이 왕실의 지시가 아닌 실무선에서의 잘못으로 정리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간 뒤 실종된 카슈크지 암살 의혹과 관련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통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을 사우디에 보내 사실 관계를 확인하도록 지시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살만 국왕의 마음까지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이번 사건이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살인자(rogue killers)에 의해 벌어졌을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입장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가혹한 처벌'을 언급하며 사우디를 압박했던 것보다 완화된 것이다. 살만 국왕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카슈크지의 죽음과 관련해 어떤 비난받을 행동도 한 적이 없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면담을 위해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사우디행 전용기로 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의혹과 관련, 살만 국왕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살만 국왕과의 면담을 위해 이날 폼페이오 장관을 사우디에 급파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면담을 위해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사우디행 전용기로 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의혹과 관련, 살만 국왕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살만 국왕과의 면담을 위해 이날 폼페이오 장관을 사우디에 급파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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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CNN 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정부가 조직적인 암살이 아닌 심문 과정에서 발생한 잘못으로 카슈크지가 사망했다는 보고서를 작성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사우디가 준비 중인 보고서에는 카슈크지가 죽게 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부의 승인 없이 이뤄졌으며,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는 결론이 담길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소식통들은 "사우디가 해당 보고서를 아직 만들고 있다"면서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비판이 제기됐다. 크리스 머피 미 민주당 하원의원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로그 킬러 이론이 거론되는 것은 사우디가 바로 원했던 바"라며 "사우디가 트럼프 대통령을 홍보 대행인으로 삼을 수 있나 보다"고 트위터에 밝혔다. 미국 언론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서 '로그 킬러' 이론이라며 의구심을 표시했다. 특히 앞서 WP는 미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카슈끄지를 잡아들이기 위해, 고위직으로 유인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소개한 바 있다. 카슈끄지를 잡아들이려 한 것은, 사우디 왕실 자체였을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자말 카슈끄지(오른쪽)가 지난 2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도착하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자말 카슈끄지(오른쪽)가 지난 2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도착하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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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카슈끄지 사건을 두고서 사우디를 코너로 몰아넣었던 터키 정부 역시, 꼬리자르기에 해당하는 '로그 킬러' 이론이 나쁠 게 없다고 전했다. 이 이론에 따를 경우 스트롱맨의 이미지 타격과 사우디와의 경제적 파국 모두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역 일대의 패권을 추구했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으로서는 사우디가 도대체 터키를 어떻게 받길래 이스탄불에서 암살을 저질렀을까라는 이미지 실추의 위기가 있었다. 또한 풍전등화와 같은 터키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사우디와 맞붙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이 때문에 악시오스는 미국, 사우디, 터키 모두 불편한 진실보다는 편리한 거짓을 정치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도 이번 사태를 수습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날 저녁 사우디 영사관이 개방되어 터키 조사관들이 조사에 나섰다. 사우디는 터키 수사관들에게 영사의 숙소까지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배럴당 200달러 등 고유가 등을 언급하며 국제사회를 흔들려 했던 사우디는 원유를 대폭 증산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유가 안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도 밝히며 태도를 달리했다.

인도 뉴델리를 방문중인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산업에너지광물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인도 에너지 포럼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인도 뉴델리를 방문중인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산업에너지광물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인도 에너지 포럼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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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뉴델리를 방문중인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산업에너지광물부 장관은 "유가는 쉽게 세 자릿수(100달러 이상)로 오를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사우디는 국제사회가 유가를 안정시키려는 사우디의 노력을 인정해주기를 기대하고, 요구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사우디는 국제 원유시장의 충격 흡수자이자 중앙은행에 해당한다"면서 증산을 통해 이란 제재에 따른 유가 폭등을 막겠다는 뜻을 밝혔다. 알팔리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우디는 하루에 107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데, 다음 달부터 증산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사우디는 원유를 일간 원유 생산량을 1200만배럴까지까지 올릴 수 있다고 언급해, 130만배럴의 증산 여력이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카슈끄지는 지난 2일 결혼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을 방문했다. 약혼자 등이 카슈끄지가 나오기를 기다렸지만, 한밤이 다 되도록 나오지 않음에 따라 실종 신고했다. 이후 터키 당국 관계자들은 카슈끄지가 사우디 암살팀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전했다. 터키 당국자들은 언론을 통해 카슈끄지가 고문과 피살을 당했음을 입증할 동영상 등을 확보한 상태라며 사우디에 영사관을 개방하는 등 공동 조사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카슈끄지의 실종 사건을 두고서 트럼프 대통령은 "가혹한 처벌"을 경고하는 등 국제 사회는 사우디를 압박했다.

그동안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가 무사히 영사관을 빠져나갔다면서, 관련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인 카슈끄지는 원래 사우디 언론 편집장이자 왕실 고문을 맡았었다. 하지만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권력을 잡은 뒤 반대 세력을 탄압하자, 이를 비판하다 미국으로 떠났다. 이후 미국에서도 카슈끄지는 빈 살만 왕세자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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