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개성공단은 '경협의 꽃'이라 불렸다. 김대중 정부시절 착공해 2004년 처음 문을 연 공단에서 남과 북은 손을 맞잡고 제품을 생산하고 부가가치를 만들어냈다. 분단 50여년만의 성과였다.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을 때마다 흔들렸고 여러 부침을 겪었지만 적어도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지는 말자'는 무언의 약속이 있었다. 함께 먹고 살아가야하는 수만명의 남한 근로자와 북한 근로자들, 또 그들의 가족 수십만명의 생계가 거기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은 남과 북이 밥벌이를 공유할 수 있었던 장소였다.
중단 2년7개월이 된 개성공단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남북 정상이 9·19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조속한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대화 문제가 남아있지만 개성공단기업들은 재가동이 연내에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평양 방문에서 만난 북측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며 "(개성공단 재개 문제에 대해)북측 실무관계자들은 '왜 못 들어오고 있느냐', '바짝 열어놓고 있는데…'라며 답답해 한다"며 "리용남 내각 부총리는 과거 진행되던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을 언급하며 조건이 되면 개성공단을 먼저 하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2013년 한차례 중단됐던 개성공단은 당시 166일만에 재가동에 들어갔다. 경기도 파주 남북출입사무소에서 한 공단 근로자가 오랜만에 만난 동료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윤동주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오매불망 공장 재가동을 염원한 개성기업인들의 한이 풀릴 수 있을 지 기대된다. 개성기업인들의 명함에는 여전히 '황해북도 개성시 봉동 개성공업단지'라는 개성법인 주소가 적혀있다. 공단 중단 이후 2년반이 훌쩍지났지만 이들은 명함을 새로 만들지 않았다. 신 회장은 "여전히 개성공장에서 일하던 때가 생생하다"며 "개성공단기업 대표나 관계자 대부분은 명함을 안 바꿨을 것"이라고 말했다.
섬유ㆍ봉제 등의 일부 업종에서는 짧으면 2개월만에 공장을 복구해 가동할 수 있다고 봤다. 신 회장은 "기본적인 전기와 수도 같은 인프라를 정비하는데 그 정도 시간이 걸린다"며 "연내 재가동이란 목표도 이룰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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