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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결산②] "올림픽 메달, 영광이지만 전부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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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체육 성공 사례, 미국은 이렇게 돌아간다

2018 국제 엘리트 대학펜싱선수권대에 참가한 미국 컬럼비아대 펜싱부 선수들. 왼쪽부터 도슨 시레스키, 사무엘 모엘리스, 이도형, 바이올렛 미첼/상하이(중국)=김현민 기자 kimhyun81@

2018 국제 엘리트 대학펜싱선수권대에 참가한 미국 컬럼비아대 펜싱부 선수들. 왼쪽부터 도슨 시레스키, 사무엘 모엘리스, 이도형, 바이올렛 미첼/상하이(중국)=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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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전공을 살려 판사가 되고 싶습니다." "마취학을 담당하는 의사가 꿈이에요."

사회 진출을 앞둔 어느 대학생들의 꿈이다. 저마다 꿈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공부를 하면서 운동을 병행한다는 것. 미국 명문 컬럼비아대 펜싱부에서 뛰는 학생선수들 이야기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 엘리트 대학펜싱선수권대회에 미국 대표로 참가한 바이올렛 미첼과 사무엘 모엘리스, 도슨 시레스키. 여자 사브르 선수인 미첼은 이 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다. 남자 플뢰레 대표 모엘리스의 전공은 신경과학이다. 시레스키는 남자 사브르 종목 대표로 심리학과 경영학을 함께 공부한다. 전공에 따라 목표를 정한 미첼과 모엘리스처럼 시레스키도 글로벌 투자은행 취업을 기대한다. 궁극적으로는 헤지펀드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수업에 참여하고 매주 화, 목, 금요일 오후 2시간씩 진행되는 펜싱부 훈련에 참여한다. 팀 훈련이 없는 날도 사설 클럽에서 근력 운동과 펜싱훈련을 빼놓지 않는다. 운동을 마치면 도서관이나 집에서 과제물을 챙기고 부족한 과목을 공부한다.

'2018 국제 엘리트 대학펜싱선수권대회' 예선전에 참가한 미국 컬럼비아대 도슨 시레스키가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상하이(중국)=김현민 기자 kimhyun81@

'2018 국제 엘리트 대학펜싱선수권대회' 예선전에 참가한 미국 컬럼비아대 도슨 시레스키가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상하이(중국)=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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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국제 엘리트 대학펜싱선수권대회'에서 미국 컬럼비아대 선수단이 단체전을 준비하고 있다./상하이(중국)=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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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가 컬럼비아대에 진학한 이도형 씨(금융경제학)도 이제는 두 가지를 병행하는 시스템에 적응했다. 그는 "공부는 물론 펜싱에서도 성적을 내야 좋은 대학에 진학할 기회가 생긴다. 고등학교 때는 매일 펜싱훈련을 하고 밤 12시부터 과제물을 해결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었지만 익숙해지니 생각보다 괜찮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병역의무를 마치고 복학을 앞둔 그도 졸업 후 투자은행에서 일하기를 꿈꾼다.

이들의 일상은 우리 체육계가 추진하고 있는 '공부하는 학생선수' 모델의 전형이다. 국제대회 메달에 집착하면서 선수에게 운동만 강요하는 우리나라 엘리트시스템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선수단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4년 만에 일본에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밀렸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를 "취약한 선수층의 문제"라고 진단하면서 "학교체육을 활성화하고 스포츠클럽을 확대해 생활체육의 저변을 넓히는 선진국형 스포츠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 성적이 목표에 못 미칠 때마다 되풀이되는 주장이다. 생활체육의 정착을 강조하면서 2016년에는 엘리트와 생활체육을 합친 통합체육의 시대를 선포했으나 변화의 속도가 더디다. 아마추어 종목의 학생선수와 국가대표들은 여전히 대회 성적을 우선 순위로 여긴다. 선수와 지도자에게는 "우리는 운동선수니까 학업은 소홀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익숙한 것이 현실이다.

2018 국제 엘리트 대학펜싱선수권대에 참가한 미국 컬럼비아대 펜싱부 선수들. 왼쪽부터 도슨 시레스키, 바이올렛 미첼, 사무엘 모엘리스, 이도형씨/상하이(중국)=김현민 기자 kimhyun81@

2018 국제 엘리트 대학펜싱선수권대에 참가한 미국 컬럼비아대 펜싱부 선수들. 왼쪽부터 도슨 시레스키, 바이올렛 미첼, 사무엘 모엘리스, 이도형씨/상하이(중국)=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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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학생선수들에게도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나가 메달을 따는 일은 큰 꿈이다. 상금을 받고 정부 행사에 초대되는 등 명예를 누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목표만을 위해 모든 시간과 열정을 쏟아붓지는 않는다. 이도형 씨는 "메달을 따지 못하거나 대표선수로 뽑히지 않더라도 자신의 삶을 설계할 대안이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라고 했다.

공부와 운동은 뗄 수 없는 당연한 의무라고 여기는 사회 분위기와 인식이 이러한 환경을 가능하게 한다. 모엘리스는 "두 가지를 모두 하려면 시간이 부족하다. 연애나 잠, 취미활동 등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레스키도 "언제 어디에 시간을 투자하고 집중할 지를 판단한 뒤 이를 안배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빠듯하지만 강요가 아닌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만족도는 높다. 미첼은 "시험기간에는 공부, 대회를 앞두고는 운동에 집중하면서 규칙적으로 시간을 관리하는 요령이 생겼다"며 "두 가지를 같이 하면서 활력이 생기고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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