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출범하고 첫 회의를 가졌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조세·재정 전문가와 시민단체·경제단체 인사 등 민간 위원 30여명이 참여하는 재정특위는 종부세 인상, 임대소득 분리과세 기준 강화, 종교인 과세 강화, 상속세 일괄공제 기준 강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축소·폐지 등을 다룰 예정이다. 이날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 위원장으로 내정된 강병구 인하대 교수가 자리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세종 =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종합부동산세와 금융소득ㆍ임대소득 과세를 동시에 강화하는 방안이 유력해지면서 가계 자금이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새롭게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 자금이 예금 대신 상가ㆍ오피스텔로 옮겨갈 것으로 보여 자산시장에 왜곡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5억원을 예금으로 넣어두기만 해도 세금이 크게 오르게 돼 가계소득 감소→소비 위축→내수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가속화 할 것이라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3일 정부에 제출한 '상반기 정책권고안'에서 종합부동산세 상향뿐 아니라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현행 연간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춰 고소득자에 대한 세 부담을 늘리는 방안을 권고했다. 기획재정부는 이 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달 말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번에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 추가된 31만명이 예금을 줄일 가능성이 많다며 프라이빗뱅커(PB)들도 동요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며 "1년에 1000만원이면 금리 2%를 잡아 5억원 남짓의 예금을 가진 이들인데, 이들이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예금을 줄이고 수익형 부동산 등으로 몰릴 경우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강화하면서 자산시장 변화가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종합과세 기준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하향조정했을 때도 각종 비과세 연금이나 물가연동채에 자금이 몰렸고,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졌다. 이번에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윤 교수는 "세금을 매겨도 시장에서 큰 동요가 없어야 좋은 세금인데, 이번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가 현실화 한다면 동요가 클 것"이라며 "31만명이 예금을 줄이며 자산시장 구성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2%인 예금금리가 3%로 오를 경우, 3억4000만원만 예금으로 맡겨도 연간 이자소득이 1000만원을 넘게 된다. 한국은행이 하반기 기준금리를 0.25%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것은 물론 미국 등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경우 한국의 금리인상 속도도 함께 빨라질 전망이다.
은퇴자 등 특정 계층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은퇴자들이 부담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 기재부가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갑자기 종합소득 대상자로 바뀌어 집중적인 부담을 받게 되면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보수야당의 반발도 거세 이번 권고안이 그대로 세법 개정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종부세를 올리는 것은 정책이 거꾸로 가는 것"이라며 "내수경기를 살려야 하는 상황에서 민간부문의 소비여력을 더욱 약화시키는 세제개편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살 빼려고 맞았는데 아이가 생겼어요"…난리난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