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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에 분노한 美, 한발짝 물러난 北…치열한 수싸움

최종수정 2018.05.25 13:55 기사입력 2018.05.2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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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임에 따라 담화 발표…대화 재개 가능성은 미지수
전문가들 "북·미 간 직접 대화 부족했던 것도 원인"
위협에 분노한 美, 한발짝 물러난 北…치열한 수싸움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북한이 보인 극도의 분노와 적대감 때문에 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서한)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위임 담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전격 취소를 선언하고 김 제1부상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위임에 따라 대화 용의를 거듭 밝히면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국내 외교·통일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 결렬이 북·미 간에 중재자인 한국을 사이에 두고 직접 대화가 상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양측이 재개 가능성을 열어놓아 북·미 정상회담이 물거품이 됐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신중론을 강조하며 사태 악화와 대화 재개 가능성을 모두 열어뒀다.

김 제1부상은 25일 '위임에 따라' 담화를 발표하고 "조선반도(한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밝혔다. '위임에 따라'라는 문구는 통상 김 위원장의 뜻이 담겼음을 의미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결을 선언하고 북은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양측의 치열한 수싸움이 얽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치열한 수싸움 때문에 곧바로 대화가 재개될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의중을 전달하는 방식을 취했지만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한 공개 서한 방식에 비해 격이 낮은 대응이라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아울러 김 제1부상은 지난 16일 담화를 통해 "일방적인 핵 포기만 강요하는 대화에는 흥미가 없으며 내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에 응할지 재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인물이라는 점에서 담화를 발표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소한 국무위원회 성명을 통해 발표하거나 김 위원장이 반응하는 방식으로 해야 하는데, 비판했던 당사자인 김 제1부상이 사과도 아니고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발표하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는 난센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은 '국제사회에 필요한 회담인데 미국 너희 왜 안 하냐, 와라' 이런 흐름인데 이건 풀려고 하는 자세라 보기 어려워 미국이 받아들일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애초 북·미 간 직접 대화가 부족했던 것이 협상 결렬의 이유라는 평가도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전격 취소와 관련해 "북한이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 협조하지 않았다"며 "미국은 북·미 회담의 성공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외교 소식통은 "북·미 입장 발표를 보면 서로 상대방이 먼저 대화를 원해 놓고 왜 판을 깨냐는 식인데, 우리가 양측을 오가면서 양국 입장을 전달하는 와중에 의도가 잘못 전달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양국의 필요는 확인했지만 북·미 간 신뢰가 손상됐기 때문에 날짜를 다시 잡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이미 폼페이오 장관이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방식을 북측에 통보했고, 북한이 그 방식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하면 북·미 정상회담은 열릴 수 있다"면서도 "다만 모호한 판문점 선언 같은 비핵화, 핵보유국으로서 협상에 나서겠다는 자세를 유지한다면 의미가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날 김 제1부상이 "'트럼프 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쌍방의 우려를 다 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 조건에도 부합하며 문제 해결의 실질적 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비핵화 협의는 다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방식을 현명한 방안으로 기대했다는 점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했을 때 (북한이) 이야기한 트럼프의 새로운 대안에 대해 북·미 간 일정 수준의 만족할 만한 합의가 있었음을 예측할 수 있다"며 "북·미 간 이견이 아닌 미국 내부의 문제라고 북한이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고 해석했다. 홍 연구위원도 "트럼프 폐기 방식 자체에 북한이 어느 정도 수렴할 의지가 있다는 걸 암시한 걸로 보인다"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거의 완벽하게 동의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방법적인 것까지는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재자 역할을 했던 우리 정부의 역할이 더 커졌다고 봤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우리가 어떤 입장을 견지할 건지, 미국에 입장을 요청할 건지, 아니면 조건을 요청할 건지 기본적인 입장이 있어야 한다"면서 "지금 정부 비핵화 로드맵도 사라졌는데 국익에 부합하는 게 뭔지 목표를 정하고 입장을 조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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