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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판문점 선언' 이후의 과제

최종수정 2018.05.18 11:50 기사입력 2018.05.1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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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 회장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 회장

남북의 정상은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그리고 회담 결과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담겼다. '판문점 선언'은 남북 관계 개선,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등에 대한 3개 조(條) 13개 항(項)으로 구성돼있다.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은 닫힌 대화의 창(窓)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북핵 폐기'의 실마리를 찾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10시간 동안의 회담은 북핵 폐기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을 도출하는 진지함보다는 이벤트에 치중했다. 남북 정상의 일거수일투족은 치밀한 연출에 정서적 감정을 가미한 한 편의 드라마처럼 보였다. 드라마는 '평화와 민족'의 감상적 환상을 자극해 북한의 폭압적 실체를 배제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흠모(?)하는 듯한 본말전도의 현상을 빚었다.

이번 정상회담의 기점은 북한의 2018년 신년사다. 신년사의 핵심기조는 '핵 있는 상태에서의 민족공조(또는 대화와 협력)'이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4월20일)도 '국가 핵무력 완성과 핵무기의 병기화'를 천명함으로써 핵 보유 기조가 불변임을 확인해줬다. 그리고 정상회담에서도 핵 있는 상태에서의 민족공조라는 북한의 복심(腹心)은 변화하지 않았다.

판문점 선언의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에서 북한의 복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완전한 비핵화'와 '핵 없는 한반도'는 공존할 수 없는 조합이다. 완전한 비핵화는 2005년 9ㆍ19 공동선언에서 천명한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한다'는 약속, 즉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의미한다. 반면 핵 없는 한반도는 '북한의 비핵지대화(nuclear free zone)'의 다른 표현이다.

북한의 비핵지대화에선 우선 북한체제를 위협하는 핵 전략자산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국제적 핵 감축의 틀 속에서 핵 문제를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다. 결국 북한의 비핵지대화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정당화하는 논리였고 미국과의 핵 감축을 위한 논리로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속내의 다른 표현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북한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핵 있는 상태에서의 민족공조를 강조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이는 판문점 선언이 무조건 '평화와 통일의 담보'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북ㆍ미 정상회담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북한은 한미공군의 정례적 연합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빌미로 16일로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무기 연기했다. 미국 안보라인의 '선(先) 북핵 폐기 후(後) 경제보상' '리비아식 핵 포기방식' '핵ㆍ미사일ㆍ생화학무기 완전폐기' 발언 직후 연기 카드를 꺼냈다는 점에서 다분히 의도된 행동이다. 일방적 일정 연기도 상대방 제압하기(outmaneuvering) 협상 전략 중 하나다. 일정 연기 의도는 북한조선중앙통신이 16일 "핵개발의 초기단계에 있던 리비아를 핵 보유국인 우리 국가(북한)와 대비하는 것 자체가 아둔하다"고 밝힌 내용이 뒷받침한다.
현재 북한의 핵탄두는 20~60기로 추정된다. '핵 없는 한국'과 '핵 있는 북한'과의 남북 관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이를 어떻게 시정할 것인가가 당면 과제이다. 우선 '핵 보유국' 명문화된 헌법규정의 수정을 통해 '핵 폐기'의 의지를 보일 것을 촉구해야 한다. 이는 북한의 핵 폐기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금석이다. 그리고 자강(自强)능력과 동맹(同盟)능력을 향상시켜 최소한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핵은 핵으로 맞서야 한다'는 논리에 따라 핵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또한 한미동맹은 자강능력을 보완해주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동맹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제고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반도의 진정한 봄을 기대할 수 있다.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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