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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사람]하룻밤 계약하고 인스턴트 급여 받는다

최종수정 2019.04.13 09:30 기사입력 2019.04.1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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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따라 단기 임시직 계약하는 '긱경제'…미래 표준 노동 형태?

1920년대 재즈 공연장에서 필요한 연주자를 즉석에서 섭외해 하룻밤 연주 계약을 한 것이 긱경제의 시초라 할 수 있습니다. 단기 아르바이트 등도 긱경제에 포함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1920년대 재즈 공연장에서 필요한 연주자를 즉석에서 섭외해 하룻밤 연주 계약을 한 것이 긱경제의 시초라 할 수 있습니다. 단기 아르바이트 등도 긱경제에 포함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하룻밤이나 한두 시간 일하고 현금으로 댓가를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근로 형태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미래에는 이런 근무 방식이 노동의 주된 형태가 될 지도 모릅니다.


마트에서 대신 쇼핑해서 전해주기, 배달하지 않는 음식점의 음식 포장해서 배달해주기 등의 심부름 대행 서비스, 대리운전이나 콜택시 등 운송 서비스, 가사도우미나 간병·호스피스, 청소·경비용역 서비스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임시직입니다.


이들의 대부분은 하루에 1~2시간씩 한정된 시간에 일정한 기간에만 일하는데 업무가 끝남과 동시에 계약도 끝나는 초단기적 근무 형태인 것이지요.


이처럼 현장에서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사람과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를 '긱경제(Gig economy)'라고 합니다.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어디든 고용돼 있지 않고 필요할 때 일시적으로 일하는 '임시적 경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긱(Gig)’은 사전적으로 소규모 연회장에서의 연주회를 뜻합니다. 1920년대 미국에서 재즈 공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공연장 부근에서 즉흥적으로 연주자를 구해 하룻밤이나 몇 시간 공연하는 단기계약을 맺은데서 유래한 말입니다. ‘긱’이란 단어가 ‘임시로 하는 일’, '하룻밤 계약으로 연주한다'는 등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지요.

우버 차량의 표식. 우버 기사들도 '긱경제' 참여자들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우버 차량의 표식. 우버 기사들도 '긱경제' 참여자들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과거에는 각종 프리랜서와 1인 자영업자 등을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됐다면, 최근 온라인(디지털) 중개 플랫폼 업체와 단기계약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변화했습니다.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긱경제는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디지털 플랫폼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노동자)은 누군가에게 고용되지 않고 필요할 때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일시적으로 고용돼 소비자가 원하는 노동을 공급하고 수입을 창출합니다. 전통적인 봉급체계보다 소득을 바로 현금으로 지급하는 '인스턴트 급여'를 선호하는 이른바 '디지털 프리랜서'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긱경제는 다향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형태가 '우버'입니다. 우버는 전 세계 약 300만명에 달하는 기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드라이브 파트너’로 계약해 독립 계약자의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요즘은 소비자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각종 제품이나 서비스를 요구하고, 이에 대한 서비스를 초단기적 근로자가 제공하는 주문형 서비스, 즉 '온디맨드경제(On-Demand Economy)'가 대세입니다. 주로 온라인으로 수요가 발생하면, 오프라인으로 서비스를 공급하는 'O2O(Online-to-Offline)'의 형태로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자가 연결되는 것이지요.


우버는 긱경제와 온디맨드경제와 합쳐진 형태지요. 카카오택시나 음식배달, 세탁, 청소, 숙박, 세차, 보험, 대출, 장보기, 타이어 교환 등 삶의 전체에 걸쳐 온디맨드경제가 부상하면서 긱경제도 확대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긱경제가 지닌 양면성입니다. 노동자들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전업주부나 은퇴자들의 노동시장 재진입도 수월해집니다.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단기계약으로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를 '긱경제'라고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단기계약으로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를 '긱경제'라고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반면, 최저임금과 4대보험 등 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은 보장을 받지 못합니다. 일자리가 늘어도 임금상승률은 정체돼 있을 가능성이 높고, 위험도가 높은 일도 노동자끼리의 결속이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힙니다.


다시 말하면, 법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받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긱경제가 주로 비정규직이나 임시직을 늘려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고, 임금상승을 둔화시키는 원인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네트워크와 모바일 상거래 시장이 형성돼 있는 만큼 긱경제의 확산 속도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통해 일자리를 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이 최고 23%에 달한다는 해외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긱경제가 미래 노동의 주된 근로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존의 노동력이 다양한 영역에서 긱경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합니다. 이들 노동자들의 교육과 훈련, 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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