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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리포트]학벌은 굴레이자 무기…청년은 때론 예서엄마·차교수 였다

최종수정 2019.01.30 10:40 기사입력 2019.01.3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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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학벌주의에 갇힌 청춘

'S.K.Y' 출신만 가능한 취업스터디
비정규직 선택은 노력이 부족한 탓
차별은 노력부족의 형벌, 학벌로 극복할 수 있다는 청년

기성세대가 만든 피라미드의 피해자지만
그 차별을 무기로 피라미드에 오르려는 그들

[청년리포트]학벌은 굴레이자 무기…청년은 때론 예서엄마·차교수 였다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비정규직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해줘야 한다는 주장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살면 가능한 거죠?"


'88만원 세대' 'N포 세대' '취업 난민 세대' 등 수많은 이름으로 지칭되는 오늘날의 청춘들. 이들은 취업의 문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피해자'임과 동시에 '가해자'로 존재하고 있었다. 취업이란 좁은 문은 차별을 확산시키고, 차별은 청년에게 굴레이면서 동시에 살아남기 위한 '무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최근 한 취업 스터디에 들어갔다. 이 스터디는 지난해까진 이른바 'SKY(서울대ㆍ고려대ㆍ연세대)' 출신만 가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스터디를 운영하는 '멘토'가 가입 가능 대학을 이화여대로까지 확장하며 A씨도 스터디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A씨는 취업 스터디에서조차 학벌 제한을 두는 게 차별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그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은퇴하신 분이 재능 기부 형태로 스터디에서 멘토로 활동하신다"며 "멘토 본인도 도와줬을 때 결과가 좋아야 보람이 있기 때문에 가입 제한을 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이 같은 종류의 차별이란 효율이며 수긍 가능한 시스템이다.

최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 사고를 계기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비정규직 철폐'에 대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뜨거워졌다. 한창 취업 준비에 바쁜 청년들에게도 비정규직 문제는 큰 관심사였다. 하지만 이들에게 비정규직이란 선택은 개인의 노력이 부족한 탓이란 인식이 강했다.


A씨는 "비슷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내가 대기업 채용에서 몇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정규직이 됐는데, 비정규직이 정규직을 요구한다면 억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 3년 차 B씨도 "비정규직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해줘야 한다는 주장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살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그는 "정규직이 되기 위해 사람들은 수많은 노력과 인내 속에서 그 목표를 성취한다"며 "비정규직은 적어도 그 사람들보다 노력을 덜했거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서울 중위권 대학을 나와 5년째 취업 준비 중인 C씨는 본인이 비정규직으로 취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다. 그는 "정규직이 되기 위해서는 회사가 원하는 '스펙', 좋은 필기시험 점수 등이 필요하다"며 "설사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하더라도 정규직이 되기 위한 공채엔 계속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 모두에게 차별은 노력하지 않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형벌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시스템 부정이 아니라 오로지 개인의 노력이다.


청년 세대가 말하는 '노력'의 가장 객관적 결과물은 수능 점수, 즉 서열화된 대학들 순위에서 어느 지점에 안착했느냐다. 아무리 스펙이 중요하다지만 기본은 결국 학벌이다. 기성세대가 세워놓은 '학벌 지상주의'의 성벽은 그 어떤 세대보다 현 세대에서 공고해졌다.


토익 980점, OPIC AL(최고등급), 컴퓨터활용능력 1급, 학점 4.17. 취업준비생이라면 모두가 부러워할 스펙이지만 D씨는 현재 해외 취업을 준비 중이다. 전문대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국내에선 모든 취업 활동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D씨는 본래 피아노를 전공했다. 하지만 원하는 대학 입시에 실패했고, 재수 대신 편입을 하기 위해 전문대 관광영어학과에 입학했다. 영어에 큰 흥미를 느낀 D씨는 2018년 1년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왔고 가치관도 변했다. D씨는 "캐나다에선 그 누구도 나의 학력에 대해 묻지 않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능력 그대로만으로 평가해주는 문화를 보고 편입에 대한 마음도 접었다"고 말했다.


D씨는 캐나다에 머무는 동안 우연한 기회에 디자인에 대한 재능을 발견했다. 재능을 살려 새로운 직업에 도전해보란 권유가 많았고, D씨는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인테리어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 강의를 수강 중이다. 그는 "인테리어 디자인 업계는 학력 제한이 없다고 해 한국에서 취업할 생각도 했다"며 "하지만 업계에서 결국 승진하고 성공하는 건 4년제 대학을 졸업해야 가능하단 이야기를 듣고 포기했다"고 전했다.


결국 그는 탈출구를 해외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D씨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 피아노 전공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제가 미술 수업에서 A+ 점수를 받자 미술 입시를 준비하던 친구가 점수를 바꾸자고 해 함께 교무실을 찾아갔고, 선생님이 점수를 결국 바꿔줬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중ㆍ고등학교 때부터 오로지 점수와 대학의 이름만으로 개인이 평가되는 문화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에선 답을 찾을 길이 없지 않을까요."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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