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브랜드'로 짓자… 곳곳에서 러브콜 받던 대형 건설사
-해외시장 어렵고 경쟁률 높아진 정비시장에서 어느새 입지 축소
1970년대 지어진 반포 등 재건축 1세대들이 시공사를 선정하던 2000년대만하더라도 이들 대형사는 조합의 러브콜을 받으며 시공권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주도권이 바뀌는데는 1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전국 집값이 깊은 수렁에 빠지면서 재건축 시장의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 게 계기가 됐다. 각박한 해외시장보다 국내 재건축ㆍ재개발 시공권을 노린 건설사들이 늘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건설사들은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했다. 한우세트를 집마다 일일이 전달하는 것은 물론 상품권과 식기세트, 골프채와 호텔 이용권까지 제공했다.
입찰 자격은 더 까다로워졌다. 종전까지 10억~20억원 수준이던 입찰 보증금은 어느 순간 50억원을 넘어섰고 최근에는 100억원이 넘는 곳까지 등장했다. 입찰에서 참가사에 대한 의무이행 확보 수단으로 일종의 계약금인 이 보증금을 전액 현금으로 내야한다는 조건도 이어졌다. 빅 브랜드를 선호하는 주민들의 요구와 대형사가 더 잘 짓는다는 의식이 반영돼 입찰 자격을 도급순위 10위권 내로 제한한 곳도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에 대한 주민의 이해도가 높아진 것도 조합의 입지를 높인 요인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복잡한 행정 절차 탓에 시공사에 모든 과정을 일임했지만 '재건축=자산증식'이라는 방식이 확대되며 조합원 모두의 목소리가 커졌다. 똑똑한 조합장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다. 건설사 임원 출신이나 시행 업무를 했던 전문가들이 조합장을 맡으며 시공사와 직접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이런 이유로 강남권 대형 정비사업장의 경우, 이같은 '스타 조합장'을 모시기 위한 움직임도 나왔다.
시장에서는 국내 재건축ㆍ재개발 시장은 갈수록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발주 물량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대형사는 물론 중소형 건설사들도 정비사업 진입을 새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어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 안전진단 강화 등의 변수로 정비사업 추진이 까다로워진데다 이제는 중견사들과도 경쟁해야하는 상황이 됐다"며 "지난해부터는 정상적인 홍보 활동도 쉽지 않아져 정비사업에서 시공사들의 입지는 갈수록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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