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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부활, 일본에서 배운다]대기업-주민 뭉친 도시재생…'세련된 옛것' 되찾다

최종수정 2019.01.03 11:03 기사입력 2019.01.0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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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니혼바시 지구 빌딩 숲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전통가게 '하이바라'

일본 도쿄 니혼바시 지구 빌딩 숲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전통가게 '하이바라'



[도쿄(일본)=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일본 대학생들의 꿈은 대기업 직원 신분증 목걸이를 걸고 도쿄 마루노우치(丸の內) 지역을 걸어 다니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대기업 신분증 보다는 마루노우치 지역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일본 경제 부활을 상징하는 곳이 도쿄 마루노우치 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역자치단체가 도심 재개발 관련 규제를 풀면서 미쓰비시 등 대기업들이 재개발 사업에 투자해 어두웠던 구도심의 환경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도쿄역 인근 니혼바시(日本橋)지구도 대표적인 도심 재개발 지역이다. 에도시대의 문화적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가게들이 세련된 옛것으로 탈바꿈하고 높은 빌딩들과 공존하고 있다. 니혼바시는 에도시대부터 상인들이 모여 살던 마을로, 이후 일본은행 본점과 도쿄 증권거래소 등이 자리잡으며 일본의 대표적인 금융가로 발달했다. 하지만 1960년대 수도고속도로 건설 이후 인근 마루노우치, 긴자 지역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했다.

이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일본 대형 부동산회사 미쓰이부동산은 지역활성화를 위해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했다. 기존에 있던 상인들을 단순히 금전적 보상을 통해 밀어내는 강제적인 개발이 아니라 기존 가게들과 전통적인 정취를 그대로 살린 도시 재생 모델을 만들어 냈다. 미쓰이부동산은 이 지역에서 오랜 기간 전통 가업을 이어 장사를 해 오던 지역상인들에 대한 배려와 미래 고민을 재개발 설계에 그대로 담았다.

2005년 미쓰이 본사 빌딩을 시작으로 2010년부터 코레도 무로마치 1~3차 빌딩이 순차적으로 준공됐다. 오피스 뿐아니라 호텔, 리테일 등 다양한 기능을 집적시키면서도 인근 1000년 역사를 지닌 후쿠토구 신사를 재건해 공원으로 조성했다. 쇠퇴한 구도심에 에도시대 문화를 세련되게 반영해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초고층 복합문화시설로 탈바꿈 시켰다.
도로를 건물 밑으로 들어가게 일체화해 설계하고 그 위에 오피스, 숙박, 쇼핑시설 등이 복합된 초고층 빌딩 도라노몬 힐스. 빌딩 밑 도로로 자동차들이 지나가고 있다.

도로를 건물 밑으로 들어가게 일체화해 설계하고 그 위에 오피스, 숙박, 쇼핑시설 등이 복합된 초고층 빌딩 도라노몬 힐스. 빌딩 밑 도로로 자동차들이 지나가고 있다.

도쿄 도심 재개발 모델로 또 하나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도라노몬 힐스(虎ノ門ヒルズ). 도로를 건물 밑으로 들어가게 설계하고, 그 위에 오피스ㆍ숙박ㆍ쇼핑시설 등이 복합된 초고층 빌딩을 세워 토지 효용성을 높인 곳이다. 1946년 도시계획에 따라 폭 100m인 도로로 개발 결정된 지역으로, 노후 건물 재개발과 함께 순환간선도로를 뚫으려 했지만 낮은 사업성과 지역주민의 반대로 난항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 사업자로 참여한 모리빌딩이 도로를 건물 밑으로 들어가게 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도심 재생과 교통문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묘수였다. 총 사업비 2300억엔(약 2조3000억원)이 투입돼 247m의 초고층 복합빌딩 도라노몬 힐스가 2014년 탄생했다. 개장 1년 후 도라노몬역의 유동인구는 7% 이상 증가했고, 이 일대지가는 34.4% 상승했다. 도로의 상부 공간을 활용해 도쿄의 비싼 땅값을 해결하면서 토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이처럼 대담한 도심 재개발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도쿄의 도심 재개발이 정부와 지자체의 과감한 특례조치(용도지역 및 용적률 규제 적용 배제)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2002년 도시재생특별조치법에 이어 2014년부터 본격 적용된 '국가전략특별구역법'이 큰 역할을 했다. 도시재생특구로 지정되면 용적률과 건폐율 상한선과 사선ㆍ고도제한은 물론 토지의 용도제한까지 사라진다. 도쿄역세권은 평균 용적률이 1000%정도지만 이 제도로 인해 용적률을 1700~1800%까지 끌어올렸다.

철저하게 매뉴얼 사회인 일본이 역설적으로 도시재생 분야 만큼은 정부와 지역자치단체에서 과감한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민간은 지역주민들을 설득해 신뢰를 쌓고 재개발의 아이디어와 자본을 제공하며, 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기업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초단기간 개발 후 분양이익에만 중점을 두는 국내 부동산 개발업체들과는 달리, 수십년간의 조율 기간을 거쳐 철저한 사후관리를 해내는 일본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일본의 대표적인 재벌기업인 미쓰비시 그룹은 기존 건물에 있던 입주 회사들을 하나씩 하나씩 순차적으로 보유 건물에 이전시켰다가 새로운 빌딩에 재입주 시키는 등 재개발에 엄청난 공을 들인 것으로 유명하다.

도쿄역과 황궁 사이에 위치한 상업지구인 마루노우치도 2002년 도시재생특별법이 통과한 뒤 미쓰비시그룹의 부동산개발회사인 미쓰비시지쇼가 본사 건물인 마루노우치빌딩을 시작으로 신마루노우치빌딩, 파크타워, 중앙우체국 재개발(JP타워) 등 오피스 기능과 상업 기능이 혼합된 완전히 새로운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했다.

도심개발로 인해 20년간 움츠렸던 부동산 경기도 살아났다. 올해 도쿄 긴자의 땅값은 전년비 최대 9.9%까지 인상됐다. 1제곱미터(㎡)당 가격이 4432만엔(약4억4320만원)에 달했다. 2년 연속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운 것으로, 과거 최고치를 기록한 거품경제 시절을 넘어섰다.

수도권 집값도 지속 상승 중이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도쿄와 인근 3개 현(지바ㆍ사이타마ㆍ가나가와)의 신축 맨션 분양가격이 전년에 비해 7.6% 오르며 평균 5908만엔(약 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1990년(6123만엔) 이후 27년래 최고치다. 통계가 시작된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높다.

일본 현지 진출한 국내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본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기업들의 재개발 사업 투자 유치를 유도하고 있다"며 "도쿄 주요 3구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임대료 부담이 늘 정도로 부동산 분야도 활성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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