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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정세현 "통일비용, 통일이익으로 상쇄하고도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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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에게 길을 묻다-①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北인구 편입·분단비용 등 고려시 GDP 9.9% 성장"
"화폐통합·부동산정책 실패한 서독 반면교사 삼아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호남 기자 munonam@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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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통일을 이야기할 때면 천문학적 '비용' 문제가 항상 제기된다. 남북의 경제력 차이를 고려하면 수백조 원의 혈세가 투입될 것이라는 단골 메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분단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오류의 공포'라고 규정했다.
정 전 장관은 "통일에는 비용도 든다. 그러나 이익도 있다. 통일은 북한의 낮은 임대료와 저임금을 활용할 수 있고,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끌어 올린다. 분단에 의해 강요된 무기구입 비용도 줄인다"고 설명했다. 어쩔 수 없이 부담할 비용을 줄이고 북한의 자원을 저비용에 쓸 수 있어 전체 통일 비용이 크게 준다는 의미이다.

이 주장은 신창민 중앙대 명예교수가 2007년 국회에 제출한 '통일비용 및 통일편익' 보고서에도 등장한다. 보고서는 남북경제 격차를 해소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통일비용으로 보고,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6.0~6.9%가 통일비용으로 나간다고 봤다. 한국이 분단으로 인해 지출하는 분단비용은 GDP의 4.35~4.65%로 추산됐다. 이를 빼면 순투자비용, 즉 순통일 비용은 GDP의 1.35~2.55%다. 이를 2017년 한국의 명목GDP(약 1730조원)에 적용하면 통일비용은 23조~44조원 수준이라는 것이 정 전 장관의 설명이다.

오히려 비용보다는 플러스 효과가 크다는 주장도 폈다. 정 전장관은 "2500만명 정도의 북한 인구가 편입되면 통일비용을 제하고도 통일 시 연간 8.7~9.9%의 GDP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비용'을 분단 이데올로기가 만든 허상이라고 비판했다. "통일에 돈이 엄청 들어간다는 건,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걱정하면서 나온 잘못된 상상력에 의한 공포"라고 강조했다.

세계적 투자자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북한에 내 전 재산을 투자하고 싶다"고 밝힌 게 공언(空言)이 아니라고도 했다. 그는 "북한의 모든 걸 남한이 책임진다는 전제하에서 만들어진 논리가 통일비용이다. 그런데 북한은 절대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조건적으로 남한에만 의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정 전 장관은 이어 "만약 북·미 수교가 이뤄진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이 북한 투자를 독식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다. 북한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에서 밀려 들어오는 외자를 적극 활용할 것이고 한국 역시 그 물결 중 하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외자 간 경쟁을 유도하는 한편 자신이 지분의 51%를 획득하는 식으로 경제주도권을 갖고 경제를 발전시켜나갈 거라는 추정이다.

다만 정 전 장관은 과도한 통일비용 소모와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독일 통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이 지적한 독일 통일 과정의 경제적 실수는 동·서독의 화폐통합과 동독 지역 주민의 부동산 권리 인정이었다.

헬무트 콜 서독 총리는 통일 이후 실시될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해 화폐통합을 서둘렀다. 당시 서독과 동독 화폐의 교환가치는 명목상 2대 1, 실질 구매력은 4대 1 수준이었다.동독 지역민들에게 유리한 조치였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이 됐다. 콜 정부는 동독 출신으로 서독에서 살던 사람에게 동독 내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인정했다. 그 결과 동독지역 부동산 값이 치솟았다. 인건비에 부동산까지 오르자 동독 지역 투자가 뚝 끊겼다. 결국 동독 경제개발은 독일 정부의 재정부담으로 돌아왔다.

정 전 장관은 "독일이 했던 실수는 절대 우리가 다시 저지르면 안 된다. 북한을 특수경제관리구역으로 설정해서 부동산 투기가 발을 못 들이게 막아야 한다. 그렇게 북한의 자생력을 키워야 통일비용도 줄이고 편익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호남 기자 munonam@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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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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