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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정세현 "김정은, 文대통령한테 '트럼프 과외'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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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에게 길을 묻다-①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北, 벼랑끝전술 등 관성에서 벗어나 시야 넓혀야
북·미정상회담 전 문재인 만나 '트럼프 읽기' 배워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한반도의 현인'으로 불린다. 작년에 북·미가 서로 핵버튼을 먼저 누를 수 있다고 위협하며 한반도 위기설이 터져나올 때도, 올해 분위기가 급반전 돼 화해무드가 진행되는 중에서도 세인들은 그를 찾아 지혜를 구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통일부 출신으로 통일부 장관이 된 첫케이스였다. 개성공단의 산파이기도 하다. 지난달 14일 서울 동대문구 모처에서 아시아경제와 신년인터뷰를 하는 정 전 장관의 모습. /문호남 기자 munonam@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한반도의 현인'으로 불린다. 작년에 북·미가 서로 핵버튼을 먼저 누를 수 있다고 위협하며 한반도 위기설이 터져나올 때도, 올해 분위기가 급반전 돼 화해무드가 진행되는 중에서도 세인들은 그를 찾아 지혜를 구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통일부 출신으로 통일부 장관이 된 첫케이스였다. 개성공단의 산파이기도 하다. 지난달 14일 서울 동대문구 모처에서 아시아경제와 신년인터뷰를 하는 정 전 장관의 모습.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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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정완주 정치부장·백종민 선임기자, 정리=김동표 기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부터 꾸짖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스타일의 협상 상대방이다. 그런데도 북한이 과거와 같은 벼랑끝전술, 버티기 전략으로 일관하는 것은 명백한 실수라는 것이다. 서로 핵 버튼을 먼저 누를 수 있다며 위협하던 상황에서 180도 달라진 상황이라면 북한도 역사의 관성에서 벗어나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수 차례 회동한 문재인 대통령과 직접 만나 '트럼프 과외'라도 받으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그 이후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나서면 북한은 물론 한반도에도 훨씬 큰 이익이 될거라고 하면서. 북한 전문가로서 각종 방송 화면과 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정 전 장관을 만나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입장을 들어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여부가 함흥차사다.

▲북한의 계산착오다. 북·미 정상회담을 먼저 하느냐, 남북 정상회담을 먼저 하느냐를 놓고 어느것이 자기들한테 유리한가를 재다가 시간을 놓쳐버렸다. 아마 내부적 협상 스케줄이 꼬여버린 점도 있을 거다. 원래 북ㆍ미 회담을 지난해 11월6일 치렀던 미국 중간선거 전에 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게 예정대로 됐으면 12월에 '연내' 남북 정상회담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북·미 회담이 무산되고, 남쪽에서는 자꾸 오라고 재촉하는데 타이밍이 자기들한테 유리하지 못한 것 같다고 예상한 듯하다.

-북·미 회담-남북 회담 중 뭘 먼저 선택하는 것이 김 위원장에게 유리한가.

▲북·미 회담 후에 남북 회담을 해야 자신에게 유리한 걸로 생각하고 있는 듯한데 거꾸로다. 오히려 남북이 먼저 만나서 북·미가 교착에 빠진 상황을 같이 풀어가야 한다. 북·미 실무진 협상에서는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남북이 먼저 만나 그 결과를 갖고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도 있다. 그렇게 북·미 회담을 성사시키는 게 결과적으로 북한에도 이득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활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호남 기자 munonam@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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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신뢰한다는 차원에서 '아이 러브 힘(I love him)'이라는 재미난 표현을 했다.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보다는 문 대통령의 말을 신뢰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과 의중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것도 문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문 대통령으로부터 정확히 듣고 가는 것이 대미전략 수립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야 비핵화 프로세스를 시작하면서 어떤 상응조치를 미국으로부터 기대할 만한지도 더 자세히 그려지지 않겠나. 미국의 의도, 정책의지,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제대로 판독도 못하면서 떼만 쓰지 말고 문 대통령한테 과외공부를 해야 한다. 트럼프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거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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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비핵화 조치가 있으면 제재완화도 검토할 수 있다고 여지를 주는 발언을 했는데.

▲북한에 당근을 주고서라도 대화 테이블에 나오게 하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11월에 사건이 하나 있었다. 뉴욕타임스가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를 인용해 숨겨진 미사일 기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그 사실은 미국 정부나 우리 정부, 전 세계가 다 알고 있던 내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때 뭘 좀 느꼈을 거다. 북한 문제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 반(反)트럼프 세력들한테 뒷다리가 잡힐 수도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올해 2월에 민주당이 지배하는 하원이 개원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사사건건 발목이 잡힐 거다. 트럼프 대통령도 각종 스캔들에 시달려 재선 때까지 새로운 이슈를 만들면서 치고 나가야 한다. 볼턴 보좌관 이후로 나오는 메시지는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 나오는 추동력이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바로 그걸 이용해서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내야 한다.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지난해 6월 북·미 회담으로 북한은 비핵화의 대가로 북·미 수교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까지 왔다. 그렇게 북·미 관계의 질적 변화가 일어났으면 과거에 미국을 상대하던 식으로 가선 안 된다.

미국에서 북측에 전화를 스무번이나 했는데 안 받았다고 한다. 패착이다. 북한이 아직도 인습의 굴레를 못 벗어나고 있는 거다. 미국이 유연한 자세로 나오게 유도하는 전략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미국의 실무관료를 화나게 만드는 거다. 혹여 정상 간에 잘 풀려서 '톱다운'식으로 위에서 지시가 내려와도, 미국 실무관료들이 보복을 하게 만드는 나쁜 원인을 제공하는 거다.

-미국 내 강경파들이 존재한다. 비핵화만이 아니라 아예 무장해제를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이 그렇게 전화도 안 받고 무시하면 바로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셈이다. 미국 강경파들이 '그런 상대방과 무슨 협상을 하느냐'며 대북협상 무용론을 제기할 수 있다. 당근을 보여주며 협상할 게 아니라 채찍을 들고 때려야 한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북한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경제수교도 받고 수교도 했지만 이후에 자기도 모르는 (반정부)세력을 (미국이)키워서 레짐체인지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거다. 그런 공포가 있으면 더욱 미국을 잘 다뤄야 한다.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나 보수 언론의 반북정서를 키우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갈등설이 외신에 보도가 됐는데.

▲상호간에 신뢰가 없는 것 같다. 김영철이 군인 출신이라 강경하다. 협상가라면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돌아가는 방법도 고려할 텐데 군인은 그런 생각을 안 한다. 그런 점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답답할 거다. 한 사람은 외교를 하고 한 사람은 전투를 하려고 하니까.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호남 기자 munonam@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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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파트너를 리용호 북한 외무상으로 바꿔달라고 요청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건 미국의 실수다. 설사 그렇다하더라도 그런 얘기가 안 새어나갔어야 했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북한에서는 더더욱 김영철을 못 바꾼다.

-앞으로 문 대통령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지난해 6월 한 포럼에서 일본인 한반도 전문가를 만났다. 그 사람 말이 '문 대통령은 참 운이 좋다'는 거였다. 때마침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를 해서라도 대북제재 완화와 경제발전을 시켜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의 기득권 세력,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서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북한 문제를 자기가 끝장을 내겠다고 한다.

(두 정상의)이런 야심들에 다리를 놔서 4·27 남북 정상회담, 6·12 북·미 정상회담으로 연결시킨 사람이 문 대통령이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끌고가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잘 연결하면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낼 최초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거다. 비핵화는 미국에서 얘기한 대로 불가역적 수준까지만 가면 된다. 그다음부턴 기술적 문제다. 차례로 진행되는 일들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자잘한 문제는 다음 정부로 넘겨도 된다. 일본의 전문가는 이게 가능하다고 본 거다. 그런 점에서 운이 좋은 대통령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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