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건설, 신한류 모색하다]'역대급 난이도' 싱가포르 복층 지하고속도로, 삼성이 뚫는다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건설, 신한류 모색하다]'역대급 난이도' 싱가포르 복층 지하고속도로, 삼성이 뚫는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삼성물산은 싱가포르 남북을 가로지르는 복층형 지하고속도로 'NSC 프로젝트'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N106 공구를 '디자인&빌드' 방식으로 공사한다. 착공 후 1년여 간 설계 작업에 집중하면서 토목공사 전 사전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 N106 현장 일부 모습(사진=삼성물산).

<5>삼성물산 싱가포르 NSC N106 프로젝트
LTA의 'NSC 프로젝트' 첫 발주…가장 어려운 N106 공구 수주

기존도로 지하 복층고속도로·램프…"대형수로·지하철 2개 라인 지장 없도록"
시공사가 설계·공법·기술 제안…'디자인&빌드' 방식 공사 진행

2026년 11월 준공 목표…"교통체증 해결·북부 경제 발전 기여" 기대

[싱가포르=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총 면적 697㎢. 서울보다 조금 큰 섬 나라, 싱가포르다. 작은 땅덩어리지만 그 안에 도심을 시속 80~100㎞로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가 10개나 뚫려있다. 그러나 고속도로라고 늘 '쌩쌩' 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출퇴근 시간과 주말을 가리지 않는 교통체증 때문이다.

싱가포르 교통 인프라를 관장하는 싱가포르육상교통청(LTA)은 이 때문에 10년 전부터 구도심을 끼고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지상ㆍ지하 고속도로를 구상했다. 그러나 이는 수월한 작업이 아니었다. 구도심의 발 밑엔 상ㆍ하수도관, 지하철로 등 기존 구조물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는 데다 촘촘한 지상의 건축물 역시 손대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광지가 많은 남쪽의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지하터널로 지으면서, 지하에 있는 기존 지장물을 건드리지 않아야 하며, 지상은 고속도로 건설에 따른 '민원' 발생을 최소화 하도록 해야 했다. 그야말로 '정교한 시공'이 요구됐다.
이처럼 까다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오는 2026년 싱가포르의 11번째 고속도로 'NSC(North South Corridor)'가 태어난다. NSC의 총 길이는 21.5km에 달하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2.3km가 지하터널로 구성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이 가운데서도 '난이도 별 다섯 개'인 'N106' 공구를 지난해 8억935만싱가포르달러(당시 환율 약 6848억원)에 수주했다. N106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한광훈 현장소장은 "발주처는 일반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공구부터 발주와 입찰을 진행한다"며 "N106은 NSC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처음으로 진행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건설, 신한류 모색하다]'역대급 난이도' 싱가포르 복층 지하고속도로, 삼성이 뚫는다 원본보기 아이콘

삼성물산 싱가포르 NSC N106 현장 위치도(사진=삼성물산).

'이미 만들어져 있는 왕복 최대 8차선 도로 아래로 6ㆍ8차선 복층 지하 고속도로 1.25km를 새로 뚫는' 작업을 하는 것 만도 이미 쉽지 않은데, 이 작업을 땅 속에 매장된 대형 수로(Bukit Timah Canal)와 지하철 2개 라인 등 기존 시설물의 사용과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진행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3.34km에 달하는 진출입 램프 4개소와 지상도로(터널구간 1.58km, 진입로구간 1.44km), 터널 설비를 운영하고 환기를 관장하는 퍼실리티 빌딩 등도 지어야 했기 때문에 여간 복잡한 작업이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말 착공한 이번 프로젝트는 2026년 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공사'다.

이 현장은 '디자인&빌드' 방식으로 공사한다. 발주처가 설계하고 시공사가 견적과 수행을 담당하는 일반적인 토목공사가 아니라 시공사가 설계와 공법, 기술까지 제안하는 방식이다. 삼성물산은 대형 수로라는 난관을 넘는 방법에서 이를 우회하자는 발주처의 원안을 수정, 이보다 더 아래로 복층 지하 터널을 뚫는 방식으로 정면 돌파하는 대안을 내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하 고속도로보다 더 아래로 지나다니는 지하철 2개 라인과도 간섭을 없애기 위해 복층 지하 고속도로는 중간에 단층으로 만나기도 한다. 복잡한 설계였지만 삼성물산이 갖고 있는 경험과 기술력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었다는 게 한 소장의 설명이다.

한 소장은 "당초 발주처의 기본 설계로는 수로와 상부 도로를 최소 13단계 이설작업을 해야했다"며 "삼성물산은 이 수로를 유지하면서 하부에 지하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획기적인 설계안을 제안해 공기를 줄이고 민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지상에서도 왕복 최대 8차선 도로를 공사 중에도 계속 유지하면서 이설작업은 최소화해 시간과 비용, 민원을 줄일 방법을 고안했다.

한 차례 난관도 있었다. '땅을 파봐야 아는' 토질이 기초작업 시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번 현장은 지상에서 12m까지 진흙으로 이뤄져 있었다. 이미 기존 시설물들이 지지를 위해 긴 막대 형태의 파일을 깊게 박아 설치해둔 상황이라 기존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했다. 한 소장은 "설계 단계에서 싱가포르 수자원공사와 수개월 논의 끝에 수로 내에 기둥 구조물을 만들어 지지하는 방식으로 합의점을 찾았다"며 "공기지연 리스크도 없애고 안전도 담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디자인&빌드 방식을 채택하다 보니 설계에만 1년 이상이 필요했다. 현재 공사는 초반 단계다. 공정률은 1.14% 수준. 설계와 토목공사 전 사전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건설 예정인 지하 고속도로와 간섭되는 인근 학교 운동장, 주차장 등 시설물 이설 작업이 마무리 단계다. 본격적인 토목공사는 내년부터 시작된다. 한 소장은 "2024년 7월 주요 토목공사는 대부분 완료된다"며 "건축, 설비 공사, 시험 운전 등을 마무리해 2026년 11월 준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 신한류 모색하다]'역대급 난이도' 싱가포르 복층 지하고속도로, 삼성이 뚫는다 원본보기 아이콘

삼성물산 싱가포르 NSC N106 프로젝트 조감도(사진=삼성물산).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에서 디자인&빌드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발주한 것은 마리나 해안 고속도로(Marina Coastal Expressway) 공사 이후 9년 만이다.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선 시공사에 대한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삼성물산은 마리나 해안 고속도로 구간 중 C483, C486 두 개의 지하차도 현장 공사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C483 공사는 2016년 싱가포르 건설청이 주관한 건설대상 시상식에서 토목부문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N106 현장엔 한 소장뿐 아니라 설계, 시공, 품질, 원가ㆍ계약 관리, 재무관리 등을 맡은 삼성물산 임직원 17명이 땀을 흘리고 있다. 국내 지하연속벽 업체와 현지 토공업체ㆍ도로 이설 업체 등 국내외 많은 업체 직원들도 현장에서 함께 일한다. 목표는 하나다. 이 까다로운 싱가포르 최초 복층형 지하고속도로를 성공적으로 완성시키는 것이다. N106의 성공이 다시 단단한 신뢰가 돼 싱가포르 내 또 다른 수주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현장에선 기대하고 있다.

한 소장은 "현재 싱가포르의 고속도로는 대부분 횡단으로 연결되거나 국지적으로 연결돼 있다. 싱가포르 중심부를 남북으로 연결해주는 고속도로가 없어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NSC가 개통되면 교통체증 해결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낙후된 싱가포르 북부 지역의 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