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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신도시의 민낯]"지어만 놓으면 집 값 잡히나요" 표류하는 교통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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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지정 발표 前, 2기 교통망 확충 방안 발표해달라"
지지부진한 교통인프라 사업에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
평균 1200만원 교통부담금 냈지만…아파트 값은 '뚝'

[2기 신도시의 민낯]"지어만 놓으면 집 값 잡히나요" 표류하는 교통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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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정부가 수도권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3기 신도시를 조성 중인 가운데 아직 완성되지 못한 '2기 신도시'들이 신음하고 있다. 2기 신도시 역시 3기와 똑같은 배경으로 2003년 참여정부 때 기획됐다. 하지만 인프라 쏠림현상으로 집값이 지나치게 뛰거나 반대로 미분양이 넘쳐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교통인프라 개발은 16년째 표류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2기 신도시의 민낯' 기획을 통해 집값이 급등하고 수요가 넘쳐나는 지역과 공급 과잉으로 침체의 늪에 빠진 지역의 현상과 원인을 진단해 3기 신도시의 성공 조건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서울 근교 땅 개발해서 아파트만 지어놓으면 집값이 잡힐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서민주거 안정을 원한다면 2기 신도시 먼저 제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3기 신도시 지정 발표는 일단 미루고, 2기 신도시 교통망 확충(방안)을 발표해주세요."

인천에 거주하며 유치원생 자녀가 있는 직장인이라고 자신을 밝힌 한 30대 가장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글이다. 청원인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집을 마련하고 싶어 검단신도시에 관심을 가지게 됐지만 3기 신도시 발표 기사를 본 뒤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전 재산을 투자하고 대출 받아 집을 마련했는데 신도시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큰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게재된 이 글은 사흘만에 7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2006년과 2008년부터 분양을 시작해 각각 13년 차, 11년 차 도시가 된 파주운정과 김포한강 신도시는 청원인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경우다. 당초 계획했던 광역교통개선대책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면서 입주민들은 교통혼잡을 겪는 데다가 집값 하락의 피해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일부 지자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사업시행자가 2기 신도시 10곳의 광역교통개선대책 사업비로 낸 비용은 총 17조8063억원이다. 전철과 중앙버스전용차로(BRT) 등 교통망 구축을 위한 비용으로, 2기 신도시 광역교통대책 총 사업비 31조3900억원 가운데 56.7%에 달하는 금액이다.

납부된 부담금은 입주민들이 부담했다. 교통부담금을 토지조성원가에 포함시켜 최종 분양가에 산입했기 때문이다. '교통지옥'으로 불리는 파주운정과 김포한강 신도시 입주민들도 각각 1인당 평균 1700만원, 1200만원의 교통개발비를 이미 냈다. 수원광교(2200만원), 성남판교(2000만원), 위례(1400만원), 화성동탄2(1200만원), 화성동탄1(1000만원), 평택고덕(800만원), 양주(700만원), 인천검단(600만원)까지 2기 신도시 입주민들이 낸 교통부담금은 평균 1200만원에 달한다.

파주운정 1지구 A아파트를 2008년 분양 받아 현재까지 거주 중이라는 이모씨는 "BRT(간선급행버스체계) 같은 교통 대책뿐 아니라 유비쿼터스 도시를 만들고 중심상업지구와 행정지구를 조성하겠다는 말을 믿고 대출을 받아 이사했지만 현재 완성된 교통시설이라고는 제2자유로 하나뿐"이라며 "그 사이 5억원에 분양받은 148.7㎡(옛 45평) 아파트는 4억원 밑으로 떨어져 버렸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분양가를 통해 이미 거둬들인 광역교통개선대책 사업비의 집행과 관련, 강제성있는 규정이나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준공률과 연동해 당초의 교통시설 이행률을 상정하는 등 대책 지연ㆍ취소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현행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에는 이와 같은 규정이 없다. 신도시 개발 단계에서 예정됐던 교통시설 계획이 타당성 검사 후 좌초될 경우 대안은 시행사와 지자체의 협의에 맡기게 된다. 논의를 통해 A철도를 B도로로, B도로를 C대중교통으로 바꾸는 식이다.

입주와 동시에 선납한 교통개발비가 어떤식으로 쓰였는지에 대한 정보도 알기 어렵다. 비용의 구체적 집행 내역은 지자체를 직접 방문해 열람신청을 통해 확인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광역교통개선대책 이행 상황을 독려하고 바로잡을 권한이 있는 국토교통부도 손을 놓고 있다. 광역교통법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원활한 이행을 위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나 지자체장, 또는 개발사업 시행자에게 '개선을 권고' 하거나 '시정을 요청'할 수 있다. 권고나 시정요청을 받은 경우 필요한 조치를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국토부는 2007년 이후 현재까지 2기 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에 대한 관련 권고ㆍ요청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최근 국회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4일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박순자 국토위원장이 대표발의한 광역교통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은 국토부 산하에 광역교통위원회를 설치해 시행과 개선안을 논의토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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