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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경기 르포]'비싸지고 상품성 떨어지고' 재래시장 상인의 눈물 "명절 대목도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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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일주일 앞둔 16일 영등포·광명 전통시장 가보니
손님 발걸음 뚝 그쳐…상인들 한숨만
폭염에 태풍까지…과일·채소, 수산물 가격 오르고 신선도 떨어져
카드 사용 못해 불편 느낀 소비자들 시장 더욱 안 찾아
명절 대목을 일주일 앞둔 16일 오후 영등포 전통시장의 한산한 풍경(사진=최신혜 기자)

명절 대목을 일주일 앞둔 16일 오후 영등포 전통시장의 한산한 풍경(사진=최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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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명절 대목? 사람 발길 끊긴 지 오래야. 41년째 여기서 채소를 팔았지만 올해는 진짜 힘드네. 아무리 어렵다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영등포 전통시장 내 채소 좌판을 지키고 있던 상인 심막례(68ㆍ여)씨는 시든 가지를 정리하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심 씨는 "해가 갈수록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더욱 없어지고 있다"면서 "추석 대목은 옛말"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지난 여름 채소의 3분의2를 전부 갖다 버렸다"며 "애초에 나름 큰 돈을 들여 구입한 노점 매대에 대한 보상이 있기 전까지는 자리를 치우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울먹였다.
영등포 전통시장 내 한 매대에 시든 채소가 진열돼있다. (사진=최신혜 기자)

영등포 전통시장 내 한 매대에 시든 채소가 진열돼있다. (사진=최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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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16일 오전 11시경 찾은 영등포 시장은 흐린 날씨 탓인지 입구부터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썰렁했다. 초입을 지나 옷가지들을 파는 매대, 채소ㆍ과일을 파는 좌판, 떡집, 도너츠 가게 등이 잇달아 영업 중이었지만 물건을 사러 온 손님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맞은 편에서 아로니아, 브라질너트 등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고 있는 연태진(48ㆍ남)씨는 "신용카드 사용을 못해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 전부 대형마트로 몰려가고 있는 데다 여름 폭염, 겨울 한파 등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서 "시장의 전반적인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로 옆 건어물코너를 운영하는 이태복(62ㆍ남)씨는 "올해 111년만의 폭염에 태풍까지 겹쳐 수산물 물가가 치솟아 건어물을 찾는 소비자가 확 줄었다"며 "설 때보다도 장사가 안 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올해 추석은 올 여름 폭염의 영향을 많이 받는 모습이었다. 채소, 과일 등의 가격이 폭등한 데다 상품성 자체가 떨어지기 때문. 채소 매대 앞에서 고추, 배추 등을 살펴본 주부 최민지(43ㆍ여)씨는 "채소들이 전반적으로 많이 시들한 것 같다"면서 "다른 곳을 조금 더 둘러봐야겠다"며 자리를 떴다.

수산물의 경우 대목 장사를 위해서는 통영, 여수 등 산지에 직접 찾아가 멸치나 제수용 수산물을 떼와야 하는데, 올해 태풍 이후 수확량 자체가 줄어 산지에서도 크게 반기지 않는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16일 경기 광명시 광이로에 위치한 광명 전통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명절 제수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상점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최신혜 기자)

16일 경기 광명시 광이로에 위치한 광명 전통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명절 제수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상점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최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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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 전통시장 내 한 상점에서 갖가지 전들을 판매하며 명절 분위기를 내고 있는 모습.(사진=최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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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경기 광명시 광이로에 위치한 광명 전통시장은 제수용품을 구매하러 온 소비자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하지만 실제 지갑을 열어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가격 흥정을 하다 비싼 가격에 그냥 가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과일가게 사장 유진희(42ㆍ여ㆍ가명)씨는 "유동인구만 많을 뿐 경기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면서 "지난 여름 폭염으로 인해 과일과 채솟값이 치솟은 이후 시장을 찾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그는 "더군다나 지난해부터 길어진 연휴에 다들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 명절 준비를 하는 사람 자체가 줄어든 요인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16일 광명 전통시장 채소 매대의 모습. 열무 한 단은 2500원, 부추 한 단은 1500원선에 거래되고 있었다.(사진=최신혜 기자)

16일 광명 전통시장 채소 매대의 모습. 열무 한 단은 2500원, 부추 한 단은 1500원선에 거래되고 있었다.(사진=최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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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전통시장에서 시금치 한 단은 4000원, 포도 한 송이는 5000원선에 거래되고 있었다. 지난 7~8월 시금치 한 단 가격이 1만원 선까지 치솟은 것에 비하면 비교적 물가가 낮아진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추석 물가에 비하면 여전히 소비자들의 부담은 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주요 농산물 일일도매가격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시금치 4kg 가격은 2만4730원으로 전월 대비 69.3%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평년 대비 40.9%나 높다. 포도 5kg 가격은 1만7399원으로 전월 대비 26.7% 하락했지만 평년 대비 22.9% 올랐다.

김치를 비롯해 각종 반찬의 핵심재료로 쓰이는 고춧가루는 1근에 7000~8000원이었다. 현재 고춧가루 1kg 평균가격은 3만3000원이다. 1년 전 2만2700원, 평년 2만2440원에 비해 45.5%나 폭등했다. 반면 수산물 가격은 하락세를 보였다. 고등어 한 마리는 2500원에서 3000원대에 팔리고 있었다. 평균 시세 2500원으로 비교했을 때 1개월 전 2700원에서 8.5% 하락, 평년 2900원에서 14% 하락했다.

이날 광명 전통시장을 찾은 주부 김경화(37)씨는 "폭염 이후 물가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커 이번 명절 상차림은 과일, 나물 반찬수를 최소화하기로 가족들과 합의했다"고 귀띔했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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