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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딜레마 ①-1] 드론의 비행(悲行)…"파주에선 못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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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축구대표팀 감독 훈련촬영 요청, '비행금지구역' 규제 막혀 무산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훈련장에 드론을 띄울 수 있는가?"

포르투갈 출신의 파울루 벤투 감독은 우리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대한축구협회에 이같은 문의를 했다. 항공촬영이 가능한 드론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이나 위치선정 등을 영상에 담아 분석하기 위해서다. 벤투 감독은 3일 파주 국가대표 축구훈련장(NFC)에서 열린 소집 훈련을 통해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 드론은 뜨지 않았다. 훈련장에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드론 비행 자체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파주가 드론을 포함한 항공장치의 비행금지구역인데다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며 "이번에는 승인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인비행장치로 불리는 드론은 국토교통부가 관장하는 항공법의 적용을 받는다. 현행 항공법에 따르면 기체무게 12㎏이하의 드론은 상업목적이 아닐 경우 장치신고나 조종자격이 없어도 비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비행장으로부터 반경 9.3㎞ 이내 혹은 휴전선 인근, 서울도심 상공 등 국방이나 보안상의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된 장소에서는 드론을 띄울 수 없다. 축구대표팀 훈련장이 있는 파주도 여기에 해당된다. 비행고도가 150m를 넘거나 스포츠경기장, 대형 페스티벌 행사 등 인파가 몰린 지역도 안전 문제로 규제가 적용된다. 해가 진 이후부터 일출 전까지 야간비행도 금지다.
벤투 감독이 비행금지구역에서 드론을 띄우려면 훈련 때마다 지방항공청과 국방부로부터 동시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항공촬영 전문가로 일한 김정민 씨는 "승인까지 보통 5~7일이 소요되는데 촉박하고 불규칙한 촬영 일정 안에서 번번이 절차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서울은 빌딩이나 주요시설이 많다는 이유로, 발전소나 공항, 항만 부근은 안전문제로 묶여 곳곳이 비행금지구역"이라며 "위치항법장치(GPS)의 영향을 받는 드론이 이들 지역에서는 시동조차 걸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래의 혁신이 현실의 규제와 충돌하면서 제동이 걸린 답답한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정부는 드론을 비롯해 자율주행차, 에너지신산업, 바이오헬스,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핀테크(금융+기술) 등을 8대 핵심 선도분야로 지정하고 내년 예산 3조6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존 산업에 맞춰 제정된 규제가 혁신 산업과 충돌하는 딜레마를 해결하지 않으면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 되고 만다. 드론의 경우 방제나 산악수색, 고지대 우편물 배달 등에서 상용화를 앞두고 있지만 유인 항공기 운항이나 군수시설 보호 목적으로 마련된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그러다보니 드론의 상용화도 기대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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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정부는 안보 등 현실론을 내세우고 있다. 정재원 국토교통부 첨단항공과 사무관은 "분단 국가의 특수성과 안보시설의 보존 때문에 비행승인이 까다로울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국제 사례와 비교해 규제가 과도하지는 않다"며 "2016년부터 드론산업 성장을 위해 비행제한을 받지 않는 시범사업 공역을 전국 10곳에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범사업 성과를 분석해 필요할 경우 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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