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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게임체인저⑫]이경하 회장, 혁신신약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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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신약 개발 의지..연구소 설립 35년만에 기술 수출
-'JW1601' 계약금 191억 성과…제2·3의 성공 스토리 기대
-임직원들에게 존댓말 사용…조직문화도 수평적 소통 강조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국내 제약사 중 유일하게 '퍼스트 인 클래스(혁신신약)' 개발에 집중해온 우리의 연구개발(R&D) 전략이 옳은 방향이었습니다. 모두 자부심을 가져도 좋습니다."
지난달 24일 오전 JW그룹 임직원에게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JW중외제약이 처음으로 혁신신약 기술수출 성과를 냈다는 소식이었다.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1983년 중앙연구소를 설립한 지 35년 만에 들려온 낭보였다. 이경하 JW홀딩스 회장은 이 기쁜 소식을 가장 먼저 임직원들에게 알렸다. 세상에 없는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견뎌온 고난의 행군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는 이 회장의 격려는 스스로에게 던진 응원이기도 했다. '혁신신약 외길'에 대한 자부심이랄까. 그는 이메일에 이렇게 덧붙였다.

"글로벌시장을 향한 JW의 도전은 이미 시작했습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제2, 제3의 성공 스토리가 속속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혁신신약 '뚝심'…글로벌 JW로 도약= 모든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뛰어들지만 대부분 제네릭 의약품(복제약)이나 기존 신약을 개선한 개량신약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개발 기간이나 자금 등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이 와중에 이 회장은 '모험'을 택했다. 기간도 오래 걸리고 자금도 많이 투입해야 하는 혁신신약 개발에 나선 것이다.
혁신신약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계열의 신약을 말한다. 개발에 성공하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다. R&D 기간이 길고 비용도 많이 든다. 지금까지 혁신신약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7개국이 전부다. 그 좁은 바늘 구멍을 JW중외제약이 뚫은 것이다.

이 회장은 일찌감치 혁신신약의 가능성을 주목했다. 개발 과정이 험난해서 그렇지 일단 성공하면 기술수출 등 엄청난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혁신신약 개발을 완성하는 것도 아니었다. 임상시험 1상 후 글로벌 제약사 등에 기술을 수출하는 전략이었다.

이번에 성과를 거둔 아토피 피부염 치료 신약 후보물질 'JW1601'이 그렇다. 전 임상 단계에서 피부질환 분야 1위인 덴마크 레오 파마에 기술수출했다. 유효성만 입증하면 임상 전이라도 기술수출할 수 있는 것이 혁신신약의 장점이다. 이 회장은 "상업화에 한 걸음 다가갈수록 막대한 부가가치가 따라올 것"이라면서 "이번 계약은 전 임상 단계에 있는 신약 후보물질이 혁신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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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투자 밀어붙여…실적으로 화답= 혁신신약 성과는 JW중외제약 창립 73년 만이자 중앙연구소 설립 35년 만이다. 계약금만 1700만달러(약 191억원). JW중외제약 의 한 해 영업이익(217억원)과 맞먹는다. 이후 임상 개발ㆍ허가ㆍ상업화ㆍ판매 등 단계별로 최대 3억8500만달러(약 4324억원)를 순차적으로 받는다. 제품화에 성공한다면 엄청난 로열티도 챙길 수 있다.

또 다른 혁신신약들도 글로벌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암세포 신호전달체계(Wnt) 표적항암제 'CWP291'은 급성골수성백혈병, 다발성골수종에 대한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다. 통풍치료제 'UR102'는 임상 2상 개시와 함께 글로벌 진출 기회를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Wnt를 활성화시키는 연구를 통해 발모(탈모), 치매, 근육ㆍ피부 재생 등 재생의학 분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창업주인 고(故) 이기석 선대사장의 손자이자 이종호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 회장은 1986년 JW중외제약에 입사해 30년 넘게 JW그룹과 함께 성장했다. 지역 영업담당부터 마케팅ㆍR&D 등 다양한 부서를 거치면서 현장 경험을 쌓았다.

이 회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혁신 전략을 가동했다. 글로벌 경영의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다지기 작업'이었다. 2010년 3000억원을 투자해 'JW당진생산단지'를 완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수액공장과 제약공장이 들어선 글로벌 진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돈도 안 되는' 수액공장에 왜 투자를 하냐는 반대도 많았지만 그는 끝까지 밀어붙였다. 결국 과감한 선투자는 실적으로 화답했다. 2013년 일본 SKK(약 995억원), 미국 박스터(약 390억원)와 대규모 수출 계약을 맺었다.

◆형식보다는 내용 강조…사회적 기여 큰 꿈= 2007년에는 업계에서는 선도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2011년에는 65년간 써오던 사명을 'JW'로 바꿨다.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운 데다 영문 표시(CHOONGWAE)와 실제 발음도 달라 글로벌 기업으로서 걸맞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체계적인 R&D 체계도 갖췄다. 1983년 중앙연구소(현 신약연구센터ㆍCMC연구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1992년 일본 주가이제약과 함께 국내 첫 신약 전문 벤처기업인 C&C 신약연구소, 2001년엔 미국 연구소(현 JW THERIAC 연구소)를 세웠다. 한ㆍ미ㆍ일 3개국에 걸친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구축한 셈이다.

R&D 투자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지난해 투입한 R&D 비용은 349억원으로 2008년보다 75.4% 늘었다. 매출액 대비 6.9% 정도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아직 개발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전임상, 임상 1상 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R&D 비용이 적다고만 볼 수 없다"면서 "오랜 기간 혁신신약 한 분야에 비용을 투자했고 그에 따른 연구원들의 역량과 기술력, 플랫폼은 글로벌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조직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수평적 리더십'을 강조하는 이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존댓말을 사용한다. 집무실에는 임원 의자도 따로 마련해뒀다. 보고하는 동안 줄줄이 서 있는 모습이 불편하다는 이유에서다. 보고 문서는 '형식'보다 '내용'을 갖출 것도 요구했다. 화려하고 장황한 설명보다는 핵심 내용만 간추려 담도록 주문해 보고 시간을 줄였다. 층별로 스탠딩 회의 공간을 여럿 마련해 실질적인 업무 협력이 이뤄지도록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일방적인 업무 지시와 이에 순응하는 문화로는 지속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라며 "소통과 실행 능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업적과 성과, 사회적 기여를 높이는 것이 이 회장의 주문"이라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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