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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조선시대 007들이 쓰던 권총, '세총통'을 아시나요?

최종수정 2018.08.21 16:58 기사입력 2018.08.2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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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인 차세전과 자루인 철흠자까지 모두 갖춰 발사 준비가 완료된 세총통의 모습. 세총통은 15세기 기병용 권총으로 개발된 무기로 시대를 앞섰던 무기로 평가되고 있다.(사진=두산백과)

총알인 차세전과 자루인 철흠자까지 모두 갖춰 발사 준비가 완료된 세총통의 모습. 세총통은 15세기 기병용 권총으로 개발된 무기로 시대를 앞섰던 무기로 평가되고 있다.(사진=두산백과)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지난 2011년, 세종로에서 공사도중 발견된 조선시대 화포 무기들 중에 희한할 정도로 작은 무기가 하나 있었다. 한 손바닥에 들어갈 정도로 작지만, 모양새는 조선시대 주요 화포무기로 알려진 총통의 모습이다. 13.8cm의 이 작은 무기의 이름은 '세총통(細銃筒)'으로 무려 600년 전에 사용되던 조선시대 권총이다.

조선시대의 총기라고 하면 보통 임진왜란 이전에는 총통류, 이후에는 일본에서 넘어온 조총, 즉 화승총류를 흔히 떠올리다보니 사극이던 영화던 조선시대와 관련된 작품에서 권총을 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세총통은 세종14년인 1432년에 개발됐으며, 총신인 세총통과 총알인 '차세전(次細箭)', 지금의 권총 자루격인 철흠자(鐵欠子)까지 권총의 모든 형태를 갖추고 있다.

세총통 총신의 모습. 손바닥 하나 안에 들어올 정도로 크기가 작다.(사진=문화재청 문화유산채널)

세총통 총신의 모습. 손바닥 하나 안에 들어올 정도로 크기가 작다.(사진=문화재청 문화유산채널)



15세기 전반의 화기류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공성용 화포 외에는 크게 발전한 상태가 아니었고, 개인화기라고 해도 길이가 긴 아퀘부스(arquebus), 화승총 형태가 제한적으로 운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세총통은 전 세계 무기사에서도 상당히 특이하고 선진적인 무기로 알려져있다. 처음에는 첩보원 성격의 정탐꾼들이 위급시 사용하기 위해 개발됐으며, 이후에는 기병들이 말 위에서 쏘기 좋아 특히 북방 여진족들과의 교전에서 유용하게 쓰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19년 6월27일 기사에는 "군기감에서 만든 세총통으로 시험하니 지니기와 쏘기에 모두 편리하였다. 비록 정탐꾼이 쓰기에는 합당치 못할지라도 적과 서로 마주하여 싸울 적에는 말 위에서 많이 가지고 쏘면 매우 편리하다"면서 "위급할 즈음에는 어린이와 여자라도 가지고 쏠 수 있기 때문에 이제 세총통 150개와 피령전 1000개, 철전 1500개를 보내니 마땅한대로 쓰라"고 나와있다.

세총통을 손잡이인 철흠자에 끼워 손에 쥔 모습. 격발 준비를 마친 후, 철흠자를 잡고 발사했다. 미리 30개 정도의 세총통을 휴대해 연사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사진= 문화재청 문화유산채널)

세총통을 손잡이인 철흠자에 끼워 손에 쥔 모습. 격발 준비를 마친 후, 철흠자를 잡고 발사했다. 미리 30개 정도의 세총통을 휴대해 연사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사진= 문화재청 문화유산채널)



미리 화약을 넣고 발사를 준비해둔 세총통은 30여개씩 휴대하면서 다니다가 말 위에서 교전시 연속으로 발사할 수 있는 편리한 무기였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사거리는 약 200보로 250미터 정도 됐던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근거리에서는 무서운 살상력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개인화기 대부분이 보병용으로 개발됐던 것을 감안하면, 기병용 개인화기로 도입된 무기 중에는 상당히 시대를 앞선 무기였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히려 화려한 문양의 옛날 권총하면 떠오르는 서구권에서는 기병용 권총 도입은 상당히 늦게 시작됐다. 전통적으로 마상에서도 활을 잘 쏘는 동양인들에 비해 기사들이 검이나 창을 들고 돌진하는데 익숙했던 서구에서는 기병용 권총류보다는 후사르와 같이 기병용 대검류가 훨씬 발달했다. 오히려 서구권에서 권총의 발달을 이끌었던 것은 해상 전투였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시험 발사하는 세총통의 모습. 사거리는 약 250미터 정도로 근거리에서 대단한 살상력을 지닌 무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사진= 문화재청 문화유산채널)

시험 발사하는 세총통의 모습. 사거리는 약 250미터 정도로 근거리에서 대단한 살상력을 지닌 무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사진= 문화재청 문화유산채널)



선상 전투는 배를 직접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대함용 대포가 발전되기 이전에는 여전히 갈고리로 두 배를 연이어 백병전을 벌이는 구식전투가 유행했는데, 좁은 함상에서는 긴 장총보다는 권총이 훨씬 유용했기 때문이다. 15세기 말부터 대항해시대가 열리고, 이후 16세기 말부터 화승총보다 사용과 휴대가 간편한 플린트락이 개발되자 해상 전투용으로 권총이 많이 개발됐다고 한다. 이후 기병대에서도 전투 초반 적진을 교란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권총이 사용됐다고 한다.

임진왜란 이후 조총이 주요 제식무기로 자리잡으면서 세총통은 사라진 무기가 됐지만,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사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유물이라 귀중한 국방과학문화재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육군박물관에 소장돼있는 세총통은 보물 제854호로 지정돼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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