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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뉴웨이브] 1위 수성…선대보다 무거운 3·4세의 어깨

최종수정 2018.08.14 16:49 기사입력 2018.08.1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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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온실화초, 기업 잘 이끌까' 대중은 기대보다 우려의 시선
대부분 세계 일류대학·MBA 거친 인재…경영능력으로 인정받아야
기업시스템 지적도 과제…오너경영 체제에서 가능한 성과도 있어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이 마지막으로 삼성그룹 회장 타이틀을 가진 분이라고 혼자 생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특검의 질문에 답하면서 밝힌 생각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회장 자리에 대한 평소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계열사 중에서 오직 삼성전자 부회장이라는 타이틀만 갖고 있는 이 부회장은 주주들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 받고 싶은 것이 유일한 바램이라는 생각도 밝혔다. 물려 받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얻고 싶은 자리, 스스로 쟁취해 내야 하는 자리가 지금의 그룹 총수 자리다.

30~40대의 젊은 재계 3, 4세들이 그룹 경영 전반에 등장하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의 기대보다 우려의 시선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금수저'로 태어나 '온실 속의 화초'로 자란 이들이 창업주인 할아버지나 아버지들처럼 기업을 잘 이끌어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3, 4세대들은 선대에 비해 까다로운 상황에서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 창업주 세대들은 폐허 위에서 맨손으로 국가 경제를 일으켜 세워야 했기에 뚝심과 의지가 가장 중요했다. 2세대들에게는 글로벌 시장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3, 4세대들은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해 선대가 일군 세계 1위 기업을 지켜내야 하는 부담을 떠안고 있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1등의 자리에서 시작해야 하는 셈이다.

외로운 1등의 자리에서 대중의 주목도는 높아졌고 기대하는 것도 커졌다. 그만큼 책임이 커졌다. 선대에 비해 무거워진 왕관의 무게를 이겨내야 하는 것이 3, 4세대들의 숙명이다.
◆일류 대학+컨설팅 경력= 문제의 해법은 단순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생각처럼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사회의 인정을 받으면 된다. 3, 4세대들은 선대보다 더 준비된 경영인들이다. 어렸을 때부터 훌륭한 교육을 받았고 거의 모두가 내로라하는 세계 일류 대학을 졸업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하버드대를 졸업했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샌프란시스코대 MBA를 마쳤다.
LS
그룹 장손인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는 스탠퍼드대 MBA를 마쳤다.
두산
박정원 회장은 보스턴대 MBA를 마쳤고 박정원 회장의 친동생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과 사촌동생인 박진원 네오플럭스 부회장, 박석원 두산 부사장,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은 모두 뉴욕대 MBA를 마쳤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이재용 부회장과 하버드 동문이다.

유수의 대학을 졸업한 후 경영사관학교로 불리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3, 4세도 많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스탠퍼드대 MBA를 마친후 보스턴 컨설팅그룹에서 근무했다. 조현상
효성
총괄사장은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베인앤컴퍼니에서 일했다.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장은 메사추세츠공대(MIT) MBA를 마친 후 AT커니에서,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하버드 MBA를 마치고 보스턴컨설팅 그룹에서 근무했다. 최태원
SK
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매니저도 베인앤컴퍼니에서 일했다.
[재계 뉴웨이브] 1위 수성…선대보다 무거운 3·4세의 어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5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재벌 3세들이 능력이 없다거나 검증을 안 거쳤다는 비판이 많지만 직접 만나보면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그룹 규모가 과거에 비해 너무 커지면서 3세들은 이전처럼 모든 것을 보고받고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바로 여기서 재계 3, 4세들이 직면한 어려움이 확인된다. 개인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기업 규모가 이미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커진 것이다. 선대 회장들이 과거 글로벌 기업들을 모방하면서 기업을 키웠다면 3, 4세는 이제 직관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성장 흐름을 주도하는 혁신을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전기차 등 아직은 낯설고 불확실한 영역에 가장 먼저 발을 내딛어야 한다는 불안감이 이들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달라진 사회의 눈높이= 사회의 눈높이도 달라졌다.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랐다고 하는데 과연 기업의 시스템은 그에 걸맞는 수준까지 발전했느냐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최근 SK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유독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무관치 않다. 재계 3, 4세로 넘어오면서 지배구조에 대한 논란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는 전문 경영인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 재계 관계자는 "사실 지배구조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오너 경영과 전문 경영인 체제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이냐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그 예다. 도요타 자동차는 1937년 창업 이후 현재 최고경영자(CEO)인 도요타 아키오 사장까지 11명이 CEO를 맡았다. 이 가운데 창업자 가문 후손이 6명, 전문경영인이 5명이다. 도요타 가문의 후손들은 도요타에 입사해 일하면서 능력을 검증받는다. 현 아키오 사장은 창업주 토요다 사키치의 손자, 즉 창업주 3세다. 도요타 자동차는 1995년 8대 오쿠다 히로시 사장부터 전문경영인 체제였으나 2009년 11대 현 아키오 사장이 취임하면서 다시 오너 경영으로 돌아갔다.

SK 관계자들은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 하이닉스 인수와 관련해 전문 경영인이었다면 절대 그런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전문 경영인은 주주들의 눈치를 보면서 단기 성과에 치중할 수 밖에 없어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2015년 한화와 삼성의 방산·화학 빅딜도 하버드대 동문으로 친분이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덕분에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요컨대 CEO가 오너냐, 전문 경영인이냐는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 능력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재계 3, 4세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기업들은 이미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인식하고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사외이사의 비중을 늘리면서 독립성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사회의 역할 강화와 함께 제너럴 일렉트릭(GE)처럼 체계적인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품도 능력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재계 3, 4세가 아무리 영어를 잘 하고 능력이 뛰어나도 인품이 좋지 않으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고 말했다.

재계 3, 4세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인품은 이들에게 어느 것보다 중요한 덕목이 됐다. 주 52시간제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등 새롭게 달라지는 사회 변화에도 공감 능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제도들도 근본적으로는 근로자들의 삶을 보장해주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SNS 흐름을 살펴봐도 대중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CEO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중은 공감하는 CEO들에게 호감을 느낀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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