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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게임체인저⑨] 김상일 원장 "병원 망하겠다, 말에 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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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말리는데 병원 개축에 과감한 투자...양지병원, 헬스케어 비즈니스 확장

[제약·바이오 게임체인저⑨] 김상일 원장 "병원 망하겠다, 말에 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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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너네 병원은 문을 닫는 게 낫겠다."

십여년 전 김상일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원장이 부임하고 얼마되지 않아서다. 근처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진료협력을 요청하기 위해 실사를 부탁했다. 그러자 친구는 병원을 둘러보고는 농담 반 진담 반 독설을 내뱉었다. 열악한 진료 환경에 대한 뼈아픈 지적이었다. 자존심이 상했다. 그때부터 상급종합병원급에 걸맞는 진료 환경을 갖추는데 주력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김 원장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그때 그 말을 떠올린다. 병원 증축 공사를 하다가 지하에 물이 차자 바가지로 물을 퍼냈을 때도, 건물 천장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20억원의 의료장비가 고장났을 때도, 중환자실 간호사 십여명이 한꺼번에 사표를 쓰고 퇴사해 병원이 마비됐을 때도. 그때마다 '구제불능'은 되지 말자는 오기가 발동했다.
◆모두가 말리는 병원 개축 밀어붙여...벽돌하나까지 챙겨 = 1976년 부친인 김철수 내과와 모친인 김란희 산부인과가 개원하면서 양지병원의 도전은 시작됐다. 1980년 6개과 51병상이었던 것이 올해는 28개과 300병상으로 성장했다. 80명의 전문의와 286명의 간호사를 포함해 760명의 직원을 둔 지역거점병원으로 자리잡았다. 일평균 외래환자는 1200명, 연간 총 환자수는 32만5000명에 달한다. 13일 아시아경제를 만난 김 원장은 부친이 경영하던 양지병원에 처음 왔을 때를 회상했다.

"개원 초기에는 의사가 5명, 직원이 50여명에 불과했어요. 당시 가장 충격을 받았던 일은 입원환자에게 수저를 주지 않는다는 거였죠. 병원에서는 분실률이 높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이 때문에 환자들은 나무젓가락을 쓰거나 기존 환자가 남기고 간 수저를 재활용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김 원장은 낙후된 시설과 의료장비부터 서둘러 교체했다. 투자가 급증한데 대한 우려를 주변에서 제기할 때마다 그는 "환자를 위한 적정한 진료로 진심을 다하면 적정 수익은 오게 돼있다"며 설득했다. 그렇게 전자의무기록(EMR) 도입과 의료영상정보시스템(PACS) 등 전자시스템 구축을 시작했고, 우수 의료진 영입에 나섰다.
2007년 원장으로 부임했을 때는 장고 끝에 '새 병원'이라는 개혁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병원 명칭에 호프, 휴머니티, 힐링의 영어 약자를 딴 에이치(H)를 붙였다. 김 원장은 "관악구에는 소시민들이 많은데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궂은 일을 하는 소시민들이 필요하고, 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지역거점병원의 역할이 중요했다"면서 "소독약 냄새가 나는 차갑고 권위적인 병원 이미지를 벗고 양지(陽地)라는 이름처럼 환자들에게 문턱이 낮고 따뜻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병원으로 인테리어를 전면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그때도 반대에 부딪혔다. 김 원장의 부친인 김철수 이사장은 대한병원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대외적인 신망도가 높았다. 하지만 빚을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 데다 큰 돈이 들어가는 병원 개축 공사를 마냥 반길 수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돈을 버는데 왜 투자를 하느냐'는 동료 의사들의 빈축도 사야 했다. 그럴 때마다 김 원장은 "모두들 투자를 꺼릴 때 과감히 투자를 해야 미래가 있다"며 소신껏 밀어부쳤다.

병원 개축 공사를 할 때는 작은 것 하나도 직접 챙겼다. '따뜻한 병원'의 느낌을 주기 위해 병동에 적벽돌을 넣거나 탄화목을 사용했으며, 병실 조명까지도 수차례 실험해가면서 환자들의 입장을 고려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판단은 옳았다. 병원이 달라지자 환자들이 다시 찾기 시작했다.

위암 적정성 평가서 2년 연속 1등급...헬스케어 그룹 꿈꿔 = 의사들도 달라졌다. 단순히 진료만 보는 게 아니라 공부하고 연구하는 분위기가 뿌리를 내렸다.

"원장 부임 이후 가장 감격스러웠던 순간은 2012년 의사 직원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컨퍼런스를 시작한 순간이에요. 병원 내 80여 명에 달하는 의료진이 모두 스터디 그룹에 속해 연구를 했지요. 병원도 '공부하는 의사'들을 지원해야 했어요. 진료수익에 따른 인센티브를 없애 의사들의 수익 부담을 줄이고 임상과 연구, 논문 혜택을 늘렸어요."

덕분에 양지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관하는 위암ㆍ대장암 적정성 평가에서 서울 소재 개인종합병원으로는 최초로 2년 연속 1등급을 획득했다. 보건복지부 2주기 인증도 받았다.

김 원장의 다음 목표는 의료복합체를 구축해 헬스케어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병상 규모도 500병상으로 늘리고 리조트ㆍ골프장ㆍ스파 등을 아우르는 헬스케어 그룹이다. 통합 진료를 제공하는 암센터 설립은 그의 또 다른 목표다. 외할아버지를 폐암으로 잃으면서 암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었고 그래서 전공도 혈액종양내과를 택했던 그다. 암환자에 대한 통합적인 진료를 제공하는 특화된 암센터는 그의 오랜 꿈이었다. 뭐니뭐니해도 '좋은 병원'은 김 원장이 말버릇처럼 내뱉는 양지병원의 지향점이다. 김 원장은 "꿈이 야무지고 목표가 명확한들 직원들이 힘들고 불행하면 말짱 도루묵"이라며 "모든 직원들이 창의적으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행복한 병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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