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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공포확산]"불꺼진 아파트"…사회가 낳은 또다른 빈집 '미입주'

최종수정 2018.07.27 11:13 기사입력 2018.07.2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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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공포확산]"불꺼진 아파트"…사회가 낳은 또다른 빈집 '미입주'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7월26일 경기도 구리 갈매지구. 서울 청량리에서 경춘선으로 갈아타 16분 남짓 가니 이내 갈매역이었다. 출구를 빠져나오자 8차선 대로 너머로 새 아파트들이 늘어서 있었다. 갈매역 인근 지하보도 공사가 한창인 점, 새 아파트 상가 임대가 아직 진행 중인 점 등 생활 인프라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나 전반적으로 깨끗한 동네라 새 보금자리에 대한 설렘을 품기 부족함이 없는 곳으로 보였다. 그러나 40대 주부 김희란씨는 몇 해 전 분양 받은 이곳의 B 아파트 전용면적 84㎡로 인해 최근 꽤 마음 고생을 했다. 지난 4월 입주를 앞두고 주변 시세보다 1000만원 싼 3억6000만원에 전세를 내놨는데 두 달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것이다. 김씨는 8월 말에 입주하겠다는 세입자를 전세금 3억원에 겨우 구할 수 있었고 결국 개인 대출을 받아 잔금을 먼저 치르기로 했다. 김씨는 "갈매지구 내에 지은 지 5년이 안된 새 아파트가 많은 데다 인근 남양주시 별내지구 역시 줄줄이 입주를 앞두고 있어 앞으로의 임대료와 집값 역시 고민"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빈집공포확산]"불꺼진 아파트"…사회가 낳은 또다른 빈집 '미입주'

구리 갈매지구에 새 아파트가 늘어서 있다.

서울과의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대중교통ㆍ생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아파트 값이 분양가보다 떨어지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6700가구 규모로 지어진 C 아파트 단지엔 분양가가 2억7000만원이었던 84㎡ 매물이 2억4000만원에 여럿 나왔다. 전세는 8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신규 입주물량이 대거 쏟아지고 있는 화성 동탄2신도시 등 다른 수도권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빈집'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골목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쓰러질 듯이 노후한 주택을 떠올린다. 그러나 통계청의 빈집 집계엔 '미입주' 역시 포함된다. 미입주는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단기간 내 집중될 때 늘어난다. 이 때 부동산 경기마저 좋지 못하면 역전세난, 집값 폭락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 우리 사회는 2010년대 초 일시적으로 늘어난 입주물량과 글로벌 금융위기, 부동산 경기침체 등의 악재가 몰리면서 깡통주택, 하우스푸어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를 겪은 바 있다. 사회가 낳은 또 다른 '빈집 대란'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최근 이 같은 미입주 대란의 전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데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주택 입주율은 77.6%다. 4채 중 1채 가까이가 빈집인 셈이다. 인천ㆍ경기권의 경우 입주율이 지난 3월 84.9%에서 4월 84.7%, 5월 83.5%, 6월 82.4%로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은 전국 44만9000가구다. 집들이 물량은 2015년 26만7000가구, 2016년 29만3000가구, 지난해 38만6000가구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4년 이후 청약 가점제 축소, 저금리 기조, 재건축 확대 등 부동산 관련 정책 완화로 분양이 대거 이뤄진 결과물이다. 올 하반기에만 전국에서 총 22만3000가구가 입주한다. 1991년 24만9000여가구에 불과했던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1기 신도시 입주시기였던 1992년 40만4198가구로 급증했다. 그러나 1기 신도시 입주가 마무리된 2000년대 들어서는 연간 입주 물량이 20만~30만 가구대로 안정세를 보였다. 심각한 입주대란을 겪었던 2011년 물량도 21만6686가구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최근 이 같은 미입주 문제가 3~4년 전부터 공급량이 많았던 데 대한 후폭풍이라며 수급이 맞춰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사업자들이 분양 물량을 조절하는 가운데 멸실, 신규주택 수요 등이 발생하면서 쌓인 물량이 주인을 찾아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재는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외생변수가 강력하지는 않다"면서도 "경기나 지방 등에서 공급 활성화로 입주 물량이 이어져 평년보다 물량이 훨씬 많고 이에 따라 저렴한 임대 매물이 많아지면서 낡은 주택 역시 임대가가 동반 하락하며 입주 적체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기 악화 등으로 장시간이 소요될 기미가 보이면 정부가 임대사업자 물량을 임차인에게 알려주는 포털 등을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집주인에게 역전세 대출을 지원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도 도울 수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융위기 때와 같은 큰 충격파 없이도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활황은 끝났다고 분석되는 상황이어서 해소를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공공에서는 (신도시 등에) 버스노선 확대, 주민센터 등 공공시설 선제 설치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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