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제약·바이오 게임체인저⑥] 유원상 부사장 "일은 양보다 질"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관계사까지 주 52시간 도입" 유원상 유유제약 부사장…'78년된 스타트업' 파격 경영

[제약·바이오 게임체인저⑥] 유원상 부사장 "일은 양보다 질"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301명입니다."

이달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열린 유유제약 경영진 회의. 유원상 유유제약 부사장이 직원 현황을 묻자 인사팀이 이렇게 답했다.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52시간 근무제 기준에 딱 2명이 넘어선 상황이었다. 이와 달리 300인 미만 사업장의 52시간 근무제는 2년 뒤인 2020년부터 적용받는다. '2년'은 경영자라면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이미 300인 이상의 일부 기업에서는 본사와 자회사 직원을 인위적으로 조정해 52시간 근무를 피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던 터였다. 유 부사장도 눈 딱 감고 결재를 했으면 소나기를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 "앞으로는 사람이 더 필요할 겁니다. 눈 가리고 아웅할 시간이 없어요. 효율적으로 일하는 조직문화에 힘쓰자구요."
유 부사장은 내친김에 직원수 100여명인 관계사 유유테이진도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유유테이진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유유제약과의 형평성을 고려했다. 유 부사장은 23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일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오래 일하는 사람보다는 똑똑한 사람과 일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부사장실 따로 없이 직원들과 호흡 = 유유제약은 올해 설립 78년을 맞는 장수 제약사다. 유유제약 창업주는 유한양행 의 설립자 고 유일한 박사의 친동생인 고 유특한 회장이다. 독립운동가였던 유일한 박사는 '기업의 이윤은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는 일념으로 기업을 일궜고, 유특한 회장도 생전에 올곧은 기업가 정신을 실천했다. 유특한 회장에 이어 부친인 유승필 회장 그리고 유 부사장까지 유유제약의 '기업가 정신'은 3대째 이어지고 있다.

유 부사장은 2007년 유유제약 기획실장으로 입사했다. 10년간 많은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고집스럽게 지켜온 것도 있다. '직원들과 벽을 쌓지 않겠다'는 자기 다짐이다. 지금도 유유제약에는 부사장실이 따로 없다. 기획실장 때도 마찬가지였다. 3개월간 재무부서에 자리를 마련했다면 이후 3개월은 인사부서에 책상을 두는 식으로 현장에서 직원들과 호흡하고 소통했다. 처음에는 '감시와 간섭'이라며 불편해했던 직원들도 진솔하고 소탈한 그의 행보에 스르르 마음을 열었다.
"유유제약은 '78년된 스타트업'이에요. 78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기업이면서도 아직 가야할 길이 멀고 성장 잠재력이 큰 스타트업이지요. 불필요한 권위나 쓸데 없는 위계를 모두 걷어내야지요."

기업 문화도 젊어졌다. 매주 금요일이면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유 부사장이 7~8월 매주 금요일 '반바지 데이'를 도입하면서다. 유 부사장은 "직원들이 반바지 데이를 적극적으로 누리게 하려고, 나부터 금요일이면 운동화에 화려한 반바지를 입고 출근했다"고 설명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제약 업계의 보수적인 이미지를 바꾸는 성과도 거뒀다.

영업사원들에게 '연기수업 지원' 파격 = 유유제약은 영업사원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연기학습도 제공한다. 이 역시 유 부사장 아이디어다. 영업사원 10명씩 그룹으로 묶어 연기학원에 보내고 비용은 회사가 부담한다. 영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빨아들이는 흡인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언젠가 어느 영업사원의 프리젠테이션을 보고 있는데 발표를 무척 힘겨워 하더라구요. 그에게 배우의 자질을 요구하기 이전에 회사가 교육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이같은 결정에는 유 부사장의 경험도 작용했다. 그가 글로벌 제약기업 노바티스의 미국 뉴욕지사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를 시작한 어느 날이었다. 약을 판매하기 위해 병원 의사를 만났지만 너무 긴장한 나머지 더듬더듬거리면서 식은 땀만 흘렸다. 그 모습이 얼마나 한심했던지 의사가 소리쳤다. "Get out(나가)!"

굴욕적인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이를 악물고 영업기술과 노하우를 익히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싱가포르 노바티스에서 동남아시아 영업사원들에게 영업 기술을 가리치는 트레이닝 매니저까지 맡게 됐다. 그는 "유유제약에 입사하기 전 글로벌 제약회사와 증권회사에서 영업을 담당했었고 미국 맨하탄에서 거주할 때는 한국 식당에서 영업매니저도 해봤다"면서 "그때 경험이 지금에 와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얘기했다.
[제약·바이오 게임체인저⑥] 유원상 부사장 "일은 양보다 질" 원본보기 아이콘



"퇴사하는 직원들이 후회하는 회사 만들겠다" = 유 부사장이 지향하는 유유제약은 '퇴사한 직원들이 후회하는 회사'다. 그는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많은 회사는 너무 뻔하지 않느냐"며 "퇴사한 직원들이 후회할 정도로 내실 있고 비전이 강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을 늘 마음에 담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런 조직이라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글로벌 신약'도 그가 늘 마음에 담고 있다. 유 부사장은 "그냥 신약을 만드는 게 아니라 '팔리는' 신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해외 바이어들을 되도록 많이 만나려고 노력하는데 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약을 만들어 기술을 이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유제약은 올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전립선비대증 치료 개량신약의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항염증ㆍ눈물 분비촉진에 효과가 있는 다중효과 안구건조증 치료 펩타이드신약은 임상 1상을 통과했다. 제약업계 최초로 빅데이터를 경영에 도입해 화제도 낳았다. 최근에는 '불안'을 테마로 한 의약품에 관심을 갖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 조직에 대한 불안, 우리 삶 자체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우리 사회는 지금 매우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개인의 치료를 넘어 사회에 대한 치료라는 관점에서 '불안'이라는 테마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어요."

유유제약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성장하면서 '매출 1000억 돌파'를 앞두고 있다. 사세가 커지면서 약수동 사옥도 리모델링 중이다. 새 사옥에는 8월말 입주할 예정이다. 유 부사장은 "직원들 평균 연령이 30대 중반으로 대단히 젊은 조직"이라면서 "유연한 조직문화와 스타트업 정신으로 대한민국 제약 업계의 새로운 주역이 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