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육상 등 일부 종목 남기고 아마추어 스포츠 직·간접 지원 축소
"체육계 뿌리 깊은 파벌싸움도 한몫, '밥그릇'보다 종목 미래 먼저 생각해야"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파벌 때문에 대한민국 스포츠가 망한다.'
엘리트 스포츠를 육성해온 삼성이 고민에 빠졌다. 아마추어 스포츠 발전이라는 명분은 파벌 싸움에 멍들었고, 그 바람에 삼성의 지원 활동이 난처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 아마추어 스포츠의 대다수는 삼성의 직·간접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20년 넘게 회장사로 일한 빙상(대한빙상경기연맹)과 육상(대한육상연맹)은 동·하계 기초 종목을 육성하기 위한 삼성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체육계가 흔들릴 때는 빙상, 육상, 태권도, 탁구, 승마, 배드민턴, 태권도 등 모두 7개 종목의 회장사를 맡았다.
그러나 안정적인 기반 속에 성적이 향상될수록 종목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도 커졌다.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고 국민적 관심을 누리며 이를 통한 포상, 실업팀 진출 등의 혜택을 얻기 위해 지도자나 선수 등 경기인들을 중심으로 대표팀 발탁을 둘러싼 논란을 일으켰다. 대표 선발이나 예산 집행 방식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연맹 행정의 주도권을 쥔 사람들과 여기서 소외된 이들이 극한으로 대립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체육계 관계자는 "경기단체의 집행부가 새로 꾸려지면 경기인들 사이에서 줄을 대거나 편을 갈라 싸우는 일이 통과의례처럼 반복된다. 종목 관련 자격증을 발급하거나 훈련, 대회에 필요한 장비를 납품ㆍ공급하는 등 이권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 싸움으로 반대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비방이나 음해도 주저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에서 회장사를 맡을 경우 연간 15억~20억원 안팎의 후원금이 안정적으로 지급되고, 기업 운영에 적용하는 관리 체계를 도입하는 등 부수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체육계의 고질적인 파벌싸움이 지속된다면 결국 종목 육성에 뜻이 있는 기업인이나 대기업의 후원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체육계의 고민이다.
삼성은 빙상연맹 회장사에서 물러난 것을 비롯해 경기 침체와 내부 사정 등의 이유를 들어 아마추어 종목의 스포츠단 운영에서도 차츰 손을 떼는 분위기다. 빙상이 빠지면서 삼성이 경기단체 회장사로서 명맥을 유지하는 종목은 육상만 남았다. 기둥 역할을 했던 프로 스포츠 종목도 직접 지원을 줄이고 있다. 체육계 관계자는 "파벌싸움으로 안정된 후원사가 물러난 뒤 새 회장이나 후원사를 찾지 못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구성원 스스로 '밥그릇 지키기'에 혈안이 되지 말고 종목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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