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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묻지마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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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길을 걷다 누군가 뒤에 바짝 붙어 오면 섬뜩한 느낌이 든다. 신경이 곤두선다. 정 거슬린다 싶으면 일부러 시선을 주거나 진행 속도를 늦추면서 옆으로 비켜선다.

내가 그러하다보니, 특히 한적한 곳에선 앞 사람과 일부러 거리를 두거나 먼저 지나쳐 걷기도 한다. 과민반응이라거나 겁 많은 성격 탓을 하다가도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묻지마 폭행 범죄 소식을 접하게 되면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지난 주말 아침 서울 시내 한 주유소와 길에서 주먹과 벽돌로 시민을 무차별 폭행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조현병 환자로 알려진 40살 남성은 주유소 직원의 멱살을 잡고 폭행하려다가 출동한 경찰을 피해 달아나며 길에서 마주치는 행인들을 폭행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던 행인은 이 남성이 휘두른 벽돌에 맞아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인천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20대 여성은 지난 1월 40대 남성이 휘두른 둔기에 머리를 크게 다쳤다. 두개골과 손가락이 부러진 피해 여성은 사고 후 3차례나 수술을 받았다. 피해자가 자신을 경멸하는 듯이 쳐다봤다는 게 범행 이유였다.

지난 달 경북 포항에서는 20대 여성이 70대 할머니의 등을 칼로 찌르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둘은 일면식도 없는 관계였다. 같은 달 역시 포항에서는 약국으로 뛰어든 40대 남성이 30대 여성 직원을 칼로 찌르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약사와 함께 변을 당한 이 여성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며칠 뒤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 남성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었다.
2016년 5월 발생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은 많은 이들을 경악 속으로 몰아넣었다. 강남역 인근 노래방 건물 남녀공용화장실 숨어 있던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이 사건으로 여성에 대한 증오범죄 논란이 가열됐다. 피의자는 10년전부터 조현병 치료를 받던 전력이 있었다.

연간 50건 정도 발생하는 묻지마 범죄는 사회에 대한 불만이 불특정 다수에 대한 분노로 표출된다. 묻지마 범죄의 70%가 살인과 상해 등 강력범죄라는 게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통계다. 언제, 어느 때, 어디에서 발생할 지 알 수 없다(물론 공공장소에서 많이 일어난다)는 게 묻지마 범죄의 특징이다.

법조계에선 '강력한 처벌'을 해법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경미한 폭행 등 묻지마 범죄자의 전조 증상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전과가 있는 정신질환자의 사후 치료까지 관리하는 의료관찰제 도입이 강조되기도 하지만 실현은 요원하기만 하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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