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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07번 마을버스 종점…가을이, 추억이 익어갑니다 (영상)

최종수정 2018.09.14 21:03 기사입력 2018.09.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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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의 가을풍경

여기는 07번 마을버스 종점…가을이, 추억이 익어갑니다 (영상)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마을 곳곳의 지붕엔 어느새 성큼 다가온 가을을 맞이하는 빨간 고추가 널려있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골목 사이 고개를 내민 해바라기를 연신 흔들면 바로 옆집 빨랫줄에 걸린 이불들도 덩달아 펄럭이기 시작합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 불리는 홍제동 개미마을은 도심에서 불과 10분 거리인데도 초입부터 거슬러 오를수록 저 멀리 시골 할머니 집에 온 듯 푸근한 전경으로 이곳을 찾는 초행객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습니다.

인왕산 턱 밑까지 조밀하게 차오른 집들은 대부분 1960년대 지어 올린 집들이라고 합니다. 마을이 먼저 생기고 후에 길이 생긴 탓에 개미마을까지 닿는 대중교통은 서울지하철 3호선 홍제역 1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서대문 07이 유일합니다. 가파른 언덕 사이 좁은 길을 매끈하게 운전하시는 기사님께 여쭤보니 “지금에야 아스팔트로 포장해놨기에 망정이지, 그 전에 시멘트 길이었을 땐 운전이 보통 고역이 아니었어”라며 손사래를 치시네요.

한국전쟁 후 밀려 내려온 사람, 도시 올라가 돈 벌어 오겠다며 고향 떠난 사람들이 모여 판잣집을 짓기 시작한 게 벌써 1950년대 후반부터라고 하니, 개미마을의 역사는 벌써 70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인왕중학교를 기점으로 개미마을 맨 첫 집에 사시는 할아버지는 충청남도 부여에서 올라와 이곳에 맨 처음 터를 잡으셨다고 하시네요. 그러자 문득 그 이전의 개미마을 모습이 궁금해졌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지금 마을이 들어선 곳엔 큰 채석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 할아버지가 사시는 마을 첫 집 자리엔 채석장에서 쓰는 공구와 기계들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었다고 하고요.
나란히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를 자처했던 중계동 백사마을과 성북동 정릉골이 정비사업에 돌입하면서 개미마을에도 한때 재개발 바람이 불어 닥쳤지만, 2009년 제1종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가 변경돼 4층 이하 저층 개발만 가능해지면서 사업은 불발되고 마을은 그 자리에 멈춰 서버렸습니다.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의 발걸음을 끌어당기는 풍경 이면에는 개발할 수 없는 여건에 모든 것을 놓아버린, 주민들의 자포자기한 생활이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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