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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범의 행복 심리학]새해 결심을 작심삼일로 끝내지 않는 방법

최종수정 2019.01.09 12:33 기사입력 2019.01.0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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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범 소설가

이용범 소설가

새해 첫날 수많은 다짐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안쓰럽게도 당신의 결심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1988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3분의 1 정도가 2주 안에 결심을 포기하고, 6개월 후에는 절반 정도가 계획을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1년 후까지 결심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사람은 8%에 불과했다.

◆시간에는 이자가 붙는다
비장한 결심이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은 눈앞의 유혹에 쉽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열자(列子)'에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우화가 나온다. 춘추전국 시대에 송나라의 저공(狙公)은 원숭이를 길렀는데, 먹이가 부족해지자 원숭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씩 도토리를 주겠다." 원숭이들은 아침에 세 개를 먹고는 하루를 견딜 수 없다며 화를 냈다. 난감해진 저공이 말했다. "그렇다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 그 말을 들은 원숭이들은 몹시 흡족해했다.

어리석은 원숭이라고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인간도 원숭이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원숭이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면 다음 질문에 답해보자. 다음 중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①1년 후에 사과 한 개 받기 ②1년이 지난 바로 다음 날 사과 두 개 받기. 이번엔 상황을 약간 바꿔보자. ③오늘 사과 한 개 받기 ④내일 사과 두 개 받기.

이 질문은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Richard Thaler)가 던진 것이다. 첫 번째 질문에서 사람들은 ②를 선택한다. 그러나 두 번째 질문에서는 ③을 선택했다. 먼 미래에는 2개의 사과를 원하고, 오늘은 1개의 사과를 원한 것이다. 1년 후에 사과를 받을 수 있다면 그다음 날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사과가 있을 때는 내일 받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사과가 있을 때 빨리 먹어 치우는 것이 나은 것이다.

미래가 불확실했던 원시 환경에서는 당장 먹을 것을 손에 쥔 개체가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은 지금 그 돈으로 소비할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은행은 그 대가를 고객에게 지불해야 한다. 소비를 포기한 대가로 은행에서 지불하는 것이 바로 이자다. 사람들은 미래 가치보다 현재 가치를 더 선호한다.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도 우리가 미래 가치보다 현재의 보상에 더 끌리기 때문이다. 먼 훗날의 날씬한 몸매보다 식탁 위의 기름진 음식이 좋고, 미래의 건강한 폐보다 옆에서 풍겨오는 구수한 담배 연기가 더 좋은 것이다. 실제로 우리 뇌는 60일 이후에 이뤄지는 보상에 대해서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현재 시점에서 바라볼 때 미래의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낮게 평가된다. 특히 충동적인 사람(붉은 선)일수록 미래의 가치는 급격히 하락한다.
 Scheres A. et al., The neural correlates of temporal reward discounting. Cognitive science, September 2013

현재 시점에서 바라볼 때 미래의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낮게 평가된다. 특히 충동적인 사람(붉은 선)일수록 미래의 가치는 급격히 하락한다.  Scheres A. et al., The neural correlates of temporal reward discounting. Cognitive science, September 2013

◆의지 부족 때문이 아니다
새벽에 일어나 운동하겠다는 결심은 따뜻한 이부자리의 유혹을 이기기 어렵다. 하루이틀 정도는 괜찮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지는 점점 약해진다. 사흘째가 되면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잘못 맞춘 시계, 추운 날씨, 약간의 기침이 모두 핑곗거리가 된다. 이런 장애물을 만드는 것은 일을 미루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사람들이 가장 미루고 싶어 하는 것은 눈앞에 닥친 고통이다. 심리학자 조지 뢰벤스타인(Geroge Loewenstein)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아래 다섯 가지를 뒤로 연기할 수 있다면 얼마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가? ①4달러 수익 ②4달러 손실 ③1000달러 손실 ④110볼트의 전기 충격 ⑤자신이 선택한 여배우와의 키스.

사람들은 이익은 빨리 얻는 대신 고통은 뒤로 미루고 싶어 했다. 4달러 수익은 당장 갖고 싶어 했지만 전기 충격은 10년 후로 미뤘다. 재미있는 사실은 여배우와의 키스를 3일 후에 하고 싶어 했다는 점이다. 여배우와의 키스가 4달러의 수익보다 매력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여배우와 키스하는 꿈 같은 상황을 사흘 동안 음미하고 싶어 했다.

일을 미루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수백만 년 동안 사냥꾼으로 살아온 인류에게 현대의 삶은 지나치게 복잡하다. 사냥꾼에게는 계획이 필요 없다. 사냥꾼은 매일 사냥터에 나가지 않아도 되고, 사냥의 성과는 운에 의해 결정된다. 계획을 세운다고 사냥감이 눈앞에 나타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우기보다 사냥감이 나타났을 때 즉각 행동에 옮기는 것이 성공 확률이 높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일을 미루는 사람과 실천하는 사람들의 뇌는 다르다. 미루는 사람은 불안감을 느끼는 편도(amygdala)가 크고, 편도와 감정을 조절하는 전방대상피질(ACC)의 연결도 약하다. 이들은 실패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행동을 주저하는 것이다. 반면 고통을 무릅쓰고 실천하는 사람은 성실성 수치가 높다. 이들은 전전두피질(PFC)이 잘 발달해 있다. 전전두피질은 뇌에서 가장 늦게 발달하는 부위다. 미성숙한 10대 청소년들이 미래를 고려하지 않고 당장의 즐거움에 빠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방학을 앞두고 만든 일과계획표는 의미가 없다. 그나마 인간은 눈앞의 유혹을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지만 새는 10초, 침팬지는 10분 정도를 견딜 수 있다고 한다.

현재의 보상과 60일 이후의 보상에 대한 뇌의 활동 변화. 60일 이후의 보상에 대해서는 보상회로가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Kable JW. & Glimcher PW. An 'As Soon As Possible' Effect in Human Intertemporal Decision Making: Behavioral Evidence and Neural Mechanisms. Journal of Neurophysiology  Published 1 May 2010 Vol.103 no. 5, 2513-2531

현재의 보상과 60일 이후의 보상에 대한 뇌의 활동 변화. 60일 이후의 보상에 대해서는 보상회로가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Kable JW. & Glimcher PW. An 'As Soon As Possible' Effect in Human Intertemporal Decision Making: Behavioral Evidence and Neural Mechanisms. Journal of Neurophysiology Published 1 May 2010 Vol.103 no. 5, 2513-2531

◆신년 계획이 성공하려면
계획이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잘못된 희망 증후군(false hope syndrome)'이다. 사람들은 앞으로 닥칠 변수와 경우의 수를 고려하지 않고 낙관적으로 결과를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 약속 장소까지 도착하는 시간을 계산하면서 교통체증이나 돌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과 같다.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일직선으로 달려가겠다는 결심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삶의 경로는 일직선이 아니라 수많은 굴곡으로 이뤄져 있다. 굴곡을 거치지 않고 산에 오를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자.

계획을 성공으로 연결하기 위한 첫 지침은 일단 시작하고 보는 것이다. 처음 두 발로 일어서는 것은 힘들지만 첫걸음을 떼고 나면 달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무슨 일이든 당신이 상상하는 것만큼 어렵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과감하게 첫걸음을 떼는 용기다.

두 번째 지침은 자신이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자기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것이다. 우선 완벽하게 성공하겠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완벽주의자 중에는 기준에 미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누구나 실수를 저지른다. 2010년 연구에 의하면 스스로에게 가혹한 사람일수록 일을 미루는 경우가 많고, 자신의 실수를 용서한 사람일수록 미루는 경우가 적었다.

세 번째 지침은 자신의 원칙을 정하고 성취를 이루거나 실패했을 때 당근과 채찍을 활용하는 것이다. 원칙을 지키는 방법의 하나는 '자기 결박(hand-tying)'이다.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사이렌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배에 묶은 것과 유사하다. 효과적인 자기 결박은 자신의 목표를 널리 알리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는 것만큼 강력한 결박은 없다. 또 원칙을 지켰으면 스스로 당근을 주고, 실패했으면 채찍을 줘야 한다. 다만 벌은 '1시간 운동하기'처럼 좋은 일이지만 평소에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어야 한다. 스트레스를 느낄 정도의 자기 결박이나 벌칙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네 번째 지침은 이미 성공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예컨대 최고경영자(CEO)라는 직위를 명함에 적어 넣는 순간 CEO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보라. 2011년에 발표된 연구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늙은 모습을 본 후 노후연금에 더 많은 돈을 투자했다. 또 미래의 자신이 현재의 자신을 닮았다고 느낄수록 오늘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지 않았다. 물론 상상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남들에게 자신의 목표를 알리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당장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와 상황을 되돌릴 수 없게 하는 자기 결박이 있어야 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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