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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민의 사이언스 빌리지]어두운 밤하늘이 우리에게 알려준 사실

최종수정 2017.05.11 11:21 기사입력 2017.04.1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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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마리옹의 책에 등장하는 목판화. 인간이 대기를 뚫고 그 밖을 보는 모습을 묘사했다.

플라마리옹의 책에 등장하는 목판화. 인간이 대기를 뚫고 그 밖을 보는 모습을 묘사했다.

'하늘은 왜 푸를까요?' '별은 왜 빛날까요?' 우리의 시선을 지상에서 하늘로 두는 순간 여러 질문들이 쉽게 떠오를 것입니다. 이런 질문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특히 도심 불빛의 간섭이 없는 곳에서 밤하늘에 펼쳐진 별의 향연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과학적 사실을 넘어 그 아름다움에 압도당하고 위안을 받게 됩니다. 이런 인류의 관심은 아름답게 빛나는 별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심지어 별빛을 가린 먼지조차 이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사이를 가득 채우고 있는 어둠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 않습니다. 제가 어둠이라면 억울한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사실 밤하늘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은 그 배경에 깔린 어둠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둠이 없었다면 빛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습니다. 분명 지상의 어둠과는 다른 세계이고, 미지와 기원에 대한 호기심과 경이로움을 느끼고 겸허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별빛이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어둠을 아름답다고 하지 않습니다.

지구의 자전으로 시선에서 태양이 사라지고 어두워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왜 밤하늘은 그토록 어두울까요. 어두운 밤하늘은 인류에게 무엇을 알려 줬을까요. 사실 어두운 밤하늘은 우리에게 빛의 아름다움과 위로보다 더한 선물을 선사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우주가 팽창하고 빅뱅이 있었다는 사실을 과학자들 덕분에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끔 '빅뱅이란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인류는 빅뱅 그 순간은 알지 못합니다. 사실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존재에 대한 믿음은 과학자가 아닌 이상, 그 존재를 입증할 정보가 아무리 널려 있다 해도 그 자체로 의미 있게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모든 관측자료와 수학적 증거로 보면 138억년 전에 빅뱅이 일어나 우주가 출발했다고 하는 것이 최선의 결론입니다.

빅뱅 우주론은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해도 옳지만 그러나 또 다른 근원의 시발점이 있고 이제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이야기는 간단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합니다. 그 질문은 우리 아이들로부터 들었던 질문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바로 '왜 밤하늘은 어두운가'입니다. 밤이 되면 어두워지는 게 당연하지만 그 너무도 당연한 사실에서 시작해 인류는 우주의 역사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아가게 됩니다.

사실 어둠은 빛의 부재입니다. 빛은 거의 모든 공간에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빛의 부재로 인한 어둠 역시 공간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이 과학자들을 끊임없이 괴롭혔습니다. 중력을 제시한 아이작 뉴턴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우주 공간의 특성이 문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우주의 크기가 유한하거나 또는 무한하다라는 가정을 하게 됩니다.
우주의 크기가 유한하다면 그 안의 별들이 중력으로 서로 끌어당기게 됩니다. 결국 우주 안의 별들은 인력으로 인해 어느 중심으로 뭉치게 된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그가 우주가 뭉치고 붕괴된다는 이론을 꺼내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그는 우주의 크기가 무한하다는 가정을 다시 세웁니다.

그런데 만일 우주가 무한하다면 또 다른 논리적 모순에 빠지게 됩니다. 무한한 공간 안에는 그 어느 곳에든 별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시선의 어느 방향에서도 별이 존재하고 밤하늘은 별로 빽빽하게 차 있어서, 그 별들로부터 날아오는 빛 때문에 꽤 밝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밤하늘은 그저 어둡기만 합니다. 사실 우주 공간의 크기가 무한하거나 유한한 것은 우주가 정적인 것을 뜻합니다.

결국 정적인 우주에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별의 존재를 제안합니다. 그리고 그 별이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으면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별이 우주의 나이인 시간보다 더 먼 거리에 있다면 그 빛은 아직 우리에게 도달하지 않았고 가까운 빛만 볼 수 있기 때문에 논리적 모순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 뒤에 별까지 거리에 대한 이론은 1912년 미국의 여성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이 밝혀냅니다. 그녀는 세페이드 변광성의 주기와 절대 밝기 사이에 간단한 비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혔고, 이듬해 덴마크의 천문학자 아이나르 헤르츠스프룽이 은하수에 있는 몇몇 세페이드 변광성까지의 거리를 직접 재는 데 성공합니다. 이것이 우리 은하 밖 외계 은하에 대한 최초의 거리 측정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 측정거리가 3만광년이었지만 당시 알지 못했던 적색편이와 빛의 소멸이란 변수를 고려하면 실제 거리는 17만광년이라는 겁니다. 이 정도의 오차는 과학사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거리 측정으로 인해 우주 안에서 우리의 위치에 대한 이해가 바뀌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정확한 관측이 가능하게 된 것은 새로운 도구 덕분입니다. 그것은 1918년에 캘리포니아 윌슨 산에 설치돼 지금까지도 사용하는 후커 반사망원경입니다. 후커는 당시 이 일에 자금을 후원한 사람의 이름인데, 이 후원자에게 거금을 받아서 망원경을 설치한 사람은 천문학자 조지 엘러리 헤일입니다. 그는 천문학자임에도 투자유치에 능한 인물이었습니다. 지름 100인치의 후커 망원경은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다시 바꿔 놓았습니다. 왜냐하면 에드윈 허블과 밀턴 휴메이슨 두 사람이 이 망원경을 통해 뛰어난 업적을 이룩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허블은 자신의 이름이 항상 따라다니는 법칙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망원경을 통해 은하까지의 거리와 은하에서 나오는 빛이 가진 스펙트럼의 적색편이 사이에 비례 관계가 있다는 '허블의 법칙'이 탄생하게 됩니다. 결국 은하의 적색편이만 측정하면 은하까지의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은 세페이드 변광성이 아니라 초신성을 이용해 거리를 측정하고 있고 후퇴 속도까지도 측정합니다. 거리가 멀면 멀수록 은하들이 멀어지는 속도가 일정한 비례로 빨라진다는 것이고, 이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이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중력 이론을 더 완성시킨 일반상대성 이론을 발표합니다. 그런데 그는 우주의 크기는 수축과 팽창이 아닌 정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곧 허블의 관측 결과에서 나온 '팽창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 뒤로 우주 팽창은 과학계에서 빠르게 인정받게 됩니다. 이 사실은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면 우주는 점점 수축해서 아주 작은 출발점이 있다는 결론에 이르고, 그 출발점이 바로 빅뱅입니다. 사실 빅뱅 우주론이 본격화된 것은 1960년대 우주배경복사가 발견된 뒤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사이에 우주는 변하지 않는다는 빅뱅 이론을 반대하는 여러 정상우주론들이 등장했습니다. 빅뱅이라는 이름조차 영국의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이 이론을 비판하며 라디오 방송에서 우주가 '대폭발'이었냐는 조롱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이 우주에는 우리의 시선 방향으로 밤하늘을 가득 메운 수많은 별들이 있지만 밤하늘이 어두운 것은 광활한 우주가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고, 밝은 별이 멀어지며 점점 적색으로 이동해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 영역으로 넘어 갔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눈은 가시광선만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둠을 단지 빛의 부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별과 별 사이 어둠의 공간에도 빛은 있었습니다. 단지 관측 도구만 바꿔도 어둠 안에 아름다운 붉은 빛들이 보이게 됩니다. 모두 당연하다고 관심을 주지 않았던 어둠에 대한 관심과 간단한 질문이 결국 우주가 탄생하고도 138억년이 지난 지금, 미미한 존재일 뿐인 인류에게 광활한 우주의 모습과 나이를 거꾸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 어두운 공간에 보이지 않은 별빛뿐 아니라 우리가 볼 수 없는 암흑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밤하늘이 그저 깜깜하고 별이 빛나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어둠의 의미를 찾다가 인류는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어둠은 결국 빛의 부재가 아니라 볼 수 있는 능력의 부재인 것입니다.

이 세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빛을 내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이에 사람의 부재로 보이지만 사실 고유한 빛을 내는 소중한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그 부재는 단지 자신이 그 귀한 존재를 볼 수 있고 어둠을 아름다움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의 부재일지도 모릅니다.


김병민

김병민

김병민 교양과학작가는 네이버 오디오 클립 '사이언스 빌리지' 운영자이며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위원이기도 하다. 연세대학교 화학공학과에서 공부하고 석사학위를 받았다. 카본나노튜브 물질 연구를 통해 물질의 본질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현재 물질의 분자진동에너지 분석을 통해 국내외 여러 분야의 기업체와 대학 및 연구소 과학자들의 연구를 돕는 일을 한다. 드로잉을 즐겨 삽화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 <사이언스 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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